이번 주는 이상하게 편안하게 보내고 있어서 왜 그런가 생각해 봤는데,


1) 월요일에 참치김치찌개를 한 덕분에 매일 두 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라고 쓴 순간 밥이 다 떨어진 것이 기억나서 전기밥솥 내솥을 씻어놓고 왔다).


2) 멀티에이전트 숙제가 없다! 시험은 다음주였는데(헷갈린 거였음) 수강생들의 결의로 시험이 취소되고 그 대신 숙제가 한두 번 정도 더 부여될 거라고 한다.


3) 재무관리 숙제를 집에 밤을 새어가면서 하지 않고 연구실에서 조금 늦게 퇴근하는 대신 다 끝내고 오니까 밤 시간이 가뿐해졌다.


4) 금요일이 제출기한인 real analysis 숙제를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고,


5) 생각해보니 또 금요일이 제출기한인 project proposal을 시작하지 않았다(급하게 Tex template을 다운받기는 했다).



  역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가한 거였다. 앞으로 남은 이틀은 망했군...생각해 보면 어제는 오피스 아워가 정해진 것보다 길어져서 거의 여섯 시까지 하고 엄청 피곤했는데 순전히 학교에서 저녁으로 김치찌개 도시락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좋게 기억한 거였다. 앞으로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녀야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하루 종일 집에 난방을 켜놓고 다니는데도 밤이 되면 발이 시리다. 히트텍도 입고 수면양말도 신는데 몸이 따뜻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뜨거운 물로 설거지하거나 씻는 것 같다. 오늘은 아직 귀찮아서 안 씻었는데 너무 추워서 설거지를 하고 왔더니 훨씬 낫다. 여름부터 항상 의심스러웠던 건데 언젠가 용돈이 남는다면 거실에 온도계를 달아야겠다.



  동기와의 관계는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제일 친한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한 번씩 나 혼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단과대 박사과정 심포지움 단체메일이 왔는데 발표자 명단에 동기가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수업 얘기도 자주 하고, 프로젝트 얘기도 하고, 일상생활 얘기도 하는데 얘가 여기에 지원했다는 것은 듣지도 못 했다. 심지어 추수감사절 연휴 끝나고 수업시간에 발표한다는 것도 얘기했으면서 이건 왜? 전에도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느꼈던 거지만, 이 친구는 정작 중요한 건 나한테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나한테는 생각날 때마다(지금은 화나서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물어본 것 같다) 논문 수정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보면서 왜 본인은 발표를 할 정도로 성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까? 저번에는 무조건 이 친구 말에 따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든 것을 오픈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지우다 보면 대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뭐가 남을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오면서도 내가 모든 인간관계를 너무 순진하고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건가, 유학와서 경험하는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하나같이 어려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토요일에 집을 계약하러 가기로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처음으로 보증금 걸고 집 계약하기라는 과업을 앞두고 있는데도 극심한 감정의 격랑을 겪고 있는 탓에 그다지 설레지가 않는다. 정신차려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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