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바빴다.


 원래 월요일부터 바빴어야 했는데 다섯 시간 반 동안 수업을 듣고 탈진해서 12시도 되기 전에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퇴근하고 집에서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빨래도 안 돌렸었다. 화요일이 되어서 출근해서 생각해 보니 1) 일요일이 학부생들 숙제 제출기한이라 화요일 오피스 아워에 분명 애들이 많이 올 거고 2) 수요일과 목요일에 재무관리 숙제를 해 가야 하고 3) 목요일에 조교 수업이 있고 4) 금요일에 실해석학 숙제를 내야 하고 5) 다음주 월요일에 멀티에이전트 숙제를 해야 하고 6) 최대한 빨리 멀티에이전트 프로젝트의 포뮬레이션을 완성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화요일에는 수업이 없고 2시 반에 지도교수님 면담이 있고 오피스아워는 3시부터 시작해서 오전에 문제를 부지런히 풀어놓고 면담 갔다가 애들을 맞았고, 5시 반에 오피스아워가 끝나서 뭔지 기억도 안 나는 일을 끄적대다 별달리 한 일도 없이 퇴근했다. 수요일에는 재무관리 수업 들어가기 전까지 리딩 자료를 읽다 들어갔고, 목요일에는 동기가 도와달라고 한 일이 있었는데 재무관리 숙제를 하느라 늦게야 만났고, 6시부터 7시까지 조교수업을 하고 8시 반까지 질문을 하러 온 학부생 친구들과 문제를 풀다가 거의 9시가 다 되어서 초밥 한 상자 사서 퇴근했다. 수요일인가에 고등어무조림을 만들었지만 집에 밥이 없어서ㅠㅠ그리고 너무 피곤해서ㅠㅠ점심에 피자를 사먹어 놓고 또 외식을 한 거다.


  어쨌든 그렇게 다섯 시 반인가까지 밤을 새서 실해석학 숙제를 하다가 두 문제 남겨놓고(이 정도면 학교 가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누워있는다는 게 정말로 잠들어버려서 오늘은 세 시간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와서 박사 공용주방에서 빵 세 개랑 커피를 얻어와서 숙제를 하면서 먹었다. 다행히도 숙제는 일찍 끝냈는데 막상 수업 시작 20분 전에 숙제를 살펴보니 안 풀고 넘긴 문제가 있어서 엄청 부지런히 풀어서 (조금 지각했지만)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끝나고 겨울방학 중 기숙사에 남아있겠다는 보고를 하러 학생 레지던스 센터에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재무관리 수업에서 비스듬한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사람인데 한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본 거였다.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사 출신의 MBA 학생이라는 정보를 얻고 도중에 헤어져서 가던 길을 갔다. 학생 레지던스 센터는 학부생 기숙사가 밀집되어 있는 구역에 위치해 있는데, 그 덕에 점심 먹으러 레지던스 홀로 돌아가는 학부생들 무리에 껴서 모처럼 대학생 된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서류를 내고는 센터에서 750미터 거리에 있는 국제학생 센터에 가서 재발급 신청을 해놨던 i-20을 받으러 갔다. 작년 4월에 받은 i-20은 너무 구겨져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용케 안 잃어버리고 있었는데 결국 잃어버렸다. 아무튼 빠르게 i-20을 받고는 학생 보건소에 가서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 접종까지 맞고 연구실로 오니 오후 1시까지 7,438보를 걸었다. 미친; 퇴근하고 집에 들렀다 장을 보러 가는 금요일에는 보통 9천 보에서 만 보 정도를 걷는데 오늘은 거의 14,000보는 나올 것 같다.


  연구실로 와서는 학부생 질문메일에 답을 하고 좀 한가해졌는데 절대 지금 한가해지면 안 된다...월요일에도 숙제를 제출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그래서 노느니 블로그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 글만 쓰고 정말로 공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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