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디폴 공항에서부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셔틀버스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우리 동네엔 지난 주부터 눈이 왔다고 귀띔해 주셨다. 안 그래도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마다 영하 16도, 영하 20도 이런 것을 보고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었는데 그제야 이게 남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우울했었다.


  동네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기숙사 주변은 특히 더 그랬는데, 눈이 오면 RA랑 학교 직원들이 새벽부터 눈을 치우는데 하필 기숙사 사무실도 닫은 겨울 휴가 중에 눈이 또 온 바람에 치운 위에 눈이 다시 쌓여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내가 사는 건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는 무슨 설산을 등반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집에 돌아와서 독한 감기에 걸려서 이틀 동안 거의 혼수상태로 지내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장을 보러 갔었다.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 많지 않은 기간이라 그런가 동네 마트에도 살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감기는 며칠 사이에 거의 나았고, 교수님이랑 조교 일정도 짜고, 현재 교과서를 확인할 수 있는 과목들의 교과서가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용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고. 이제 방학 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운동화 빠는 거랑 조교영어시험 준비하는 거랑 교수님이 주신 자료를 빨리 읽는 건데, 내가 영어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까 고민돼서 심란하고, 실해석학 재수강해야 한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 학교 나가라고 하시지 않을까 걱정된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실해석학을 이번 학기에 들으려면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수강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상쇄할 수 있는 좋은 이슈를 내가 만들어서 갈 수 있을까! 재수강을 고민하기도 전에 영어시험에 떨어져서 학교를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거다. 여행 가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영어에 상당한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이게 과연 시험 점수로도 이어질지 모르겠다. 뭐 어쩌겠어, 남은 이틀 동안 연습시험이라도 여러 번 해야 좀 덜 불안하겠지...


  학교 체육관에서 헬스를 시작한지 이틀이 되었다. 그저께 가고 오늘 갔다. 작년에는 홈트레이닝 잠깐 기웃대고 스트레칭을 좀 했었는데,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내서 몸에 근육이 붙는 것을 보고 싶어서 장기적으로 헬스를 할 생각이다. 처음 헬스를 한 것이 2011년 여름이었는데(이 때도 학교 체육관), 여전히 운동 사이클을 몰라서(찾으면 분명 금방 나올 텐데 그 놈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운동기구 이용법만 배우고 사이클 구성은 안 배웠다) 그냥 가자마자 런닝머신에서 20분 정도 뛰고 런닝머신 뒤에 있는 기구들을 그냥 쭉 돌면서 한다.


  월초에 아픈 바람에 아직 구체적인 연중 계획을 세우지는 못 했지만 일단은 건강한 연구머신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중간에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해서 학점 회복하고 11월 학회도 가고 새 논문도 쓸 거다. 공부 외적으로는 올해는 5월에 이사를 하니까 이사비용도 들고 가구도 사야 하고, 조만간 노트북도 사야 해서 반드시 큰 돈 쓰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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