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쓰다가 1) 공부하고 할 게 많을 땐 시간이 없어서, 2) 어쩌다 쉴 때는 블로그 쓰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노는 게 좋아서 글을 거의 안 썼었다. 근데 어제 자기 전에 그 전에 썼던 박사생활 일기들을 보다 보니까 재밌어서 앞으로는 최소 이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쓰기로 했다.


  어젯밤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울했었다. 오늘 내가 조교 들어가는 수업 기말고사가 있는데 한 명 말고는 아무도 질문 메일을 보내지 않는 거다. 월요일 오피스아워에도 아무도 안 왔지만 기말고사 기간에 목요일 시험을 벌써부터 준비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예상해서 괜찮았는데, 시험 전날에도 나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꼭 필요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정작 나는 오늘까지 제출하는 내 몫의 보고서를 아직 세 쪽밖에 안 썼는데...4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새로 사귄 친구는 정말 몇 없고, 2년 가까이 산 집은 본의 아니게 비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정말 별 것 아닌 거에 다 서운했던 것 같다.


  토요일에 큰 짐을 이삿짐 센터에서 가져갔고, 월요일부터 '작은' 짐들을 임시 거처에 캐리어로 옮기고 있다. 말이 작은 짐들이지 한데 모아놓고 보니 양이 엄청나다. 일부러 짐을 안 늘리려고 사려고 했던 것들도 다 미루고 2주째 장도 안 보고 있는데도 그렇다. 월요일에 시험 끝나면 운동하러 다니려고 했는데, 매일 캐리어로 짐을 옮기고 다니다 보니 팔이 아파서 팔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집에서 밥을 해먹느라 아직 전기밥솥이랑 주방도구들을 못 옮겼는데 이것들은 부피가 커서 캐리어에는 안 들어가고 무겁기까지 해서 어떻게 옮겨야 할지 좀 두렵다. 이렇게 고생해서 옮겨놓고 3주 뒤에 또 새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이사는 정말 못 할 노릇이다. 다다음 집은 좀 무리고, 다다다음 집이나 다다다다음 집은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 집이 될 거다. 다다음 이사는 높은 확률로 다른 주로 가는 것일 테니,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운전면허를 따야지.

'대학원 > 박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0) 2018.07.04
20180508 단수  (0) 2018.05.08
20180420 연어덮밥  (0) 2018.04.21
20180320 An old mystery  (0) 2018.03.20
2주 전  (0) 2018.02.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