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엄청나게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연구실 근처에는 세 곳의 카페와 두 곳의 커피를 살 수 있는 수퍼마켓과 한 곳의 자판기가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연구실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수퍼마켓과 우리 건물 2층에 있는 자판기인데, 이유는 가깝기도 하고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퍼마켓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면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어서 커피 말고 다른 게 더 먹고 싶을 때면 반드시 여기로 간다. 이 수퍼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식품이 신기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h마트에서 파는 짝퉁 과자 '고소애' 대신 진품 '고소미'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동기한테 한 봉지를 줬던 것이 거의 1년 전인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 컵라면, 한국 죽, 한국 국밥, 한국 과자, 이런 게 엄청나게 늘어났다. 내가 불닭볶음면을 처음으로 사서 먹어본 것도 여기였으니 뭐...무엇보다 월마트나 페이리스에도 없는 해태, 빙그레, 오리온 등의 회사 제품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오늘은 커피를 사러 갔다가 과자 하나만 같이 사서 가자고 한국 과자 코너를 보고 있는데 맙소사 허니버터칩이 있는 거다. 한국에서 한창 품귀현상이 일 때 연구실 선배 언니가 나눠줘서 딱 한 번 먹어봤던 허니버터칩이 왜 여기에...? 한국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한 봉지에 2.89달러이니 다른 과자들에 비해서도 비싸긴 하지만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이걸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싶었다. 특히 어제 갑자기 감자탕 먹고 싶고 또 뭐 먹고 싶고 그래서 온라인 h마트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한 와중에 단비와도 같았다.


  점심과 저녁을 항상 한식으로 먹기 때문에 외식으로 한식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만든 무언가? 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 쉬운 곳에 살아서 다행인 것 같다. 대도시에 살았다면 오프라인 h마트나 한인마켓 등에서 좀 더 쉽게 사다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차도 없고 돈도 없고 식구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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