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부터 극심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너무나도 명확한데, 토요일에 이사를 들어오면서 주차장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중국인 가족이 마침 내 윗집으로 이사를 왔으며(사실 그 사람들이 이사오기 전부터 간헐적인 소음이 들려서 서브리스나 에어비앤비까지 의심하고 있다) 매일 밤 11시부터 소란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식탁의자 등으로 바닥을 긁는 것은 물론, 2-3세로 추정되는 아기와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소리지르면서 뛰어놀고, 아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부부가 중국인들 특유의 소란스러운 대화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마치 일부러 그러는 양 카펫 구역에서 쿵쿵거리면서 반복해서 걸어다닌다. 대체 카펫 구역에서 어떻게 걸으면 아랫층까지 소리가 전달되는지가 이상할 따름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새벽 시간에 문을 열고 나와서 복도에서 뛰어다닌다. 오피스에 두 번 신고를 했는데, 이미 저 사람들에게 첫 번째 경고를 전달했고, 그 주변 가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그 이상의 액션을 취할지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두 번째 신고를 한 것이 어젯밤 12시 반이었는고 첫 번째 경고를 전달했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좀 나아지긴 했다. 물론 나아졌다는 것이지 조용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구를 바닥에 긁고 있고 아이가 조용해진지는 5분이 채 안 됐다. 근데 이 상태가 며칠이나 갈지는 좀 자신이 없다.



  하 며칠 안됐지만 여파는 꽤 커서 스스로도 히스테릭해진 것을 느낀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아기가 복도에서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깬 거라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어찌나 예민해졌는지 대로변 소음을 안 들으려고 창문을 다 닫아놓고 더워서 켠 usb 선풍기 소리가 거슬려서 금방 꺼버리게 된다.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윗집의 가족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기 위해 "왜 세 식구가 9평짜리 원룸에 살게 되었고 초저녁에는 크게 시끄럽지 않다가 밤 11시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할까?"라는 사실에 기반한 가슴 아픈 소설을 구상해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를 밤에 여섯 시간도 채 재우지 않는 것은 아동학대가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든다. 명상 어플이라도 깔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자격을 획득했지만 아직 먹지를 못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기에 적합한 더운 날에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날에는 물론 햇볕이 강하기도 했지만 날씨가 꽤 서늘해서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꽤 많이 시원해졌고 밤에는 쌀쌀하기까지 하다. 오늘 새벽부터 한참동안 비가 오고 기온도 뚝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더 아이스크림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대체 언제 먹지...



  미국 와서 영어책을 세 권 다 읽었고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를 거의 다 읽어간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읽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그 이유는 172쪽까지 필사를 하다 포기하고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랑 마음에 드는 표현만 적기 시작한 것이 불과 2주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3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전부 받아쓸 생각을 한 것은 미친 짓이었다. 이젠 이 책에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얼른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싶다.



  연구는 그냥 그렇다. 계속 이론적으로 부족하다 싶은 부분이 생겨서 교수님이 면담 때 지나가는 말로 말씀하셨던 기본서를 보기 시작했는데 교수님이 예전에 쓰셨던 논문들에서 이 책을 계속 인용하고, 심지어 이 책에서도 같은 책의 다른 부분을 인용해서 [교수님 논문->해당되는 책의 부분->이 부분에서 인용한 다른 부분] 이런 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 순서대로 따라가고는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8월에야 교수님을 뵐 수 있을 텐데 대체 뭐라고 하실지;



  신고가 먹힌 건지 정말로 윗집이 조용하다. 이 글을 한 시간 넘게 쓰고 있어서 처음 두 단락을 쓸 때는 또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은 풀벌레 소리 외에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이게 새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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