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멘탈이 탈탈탈탈 털렸다.


 첫 번째 TA 세션이 있는 날이라서 다른 바쁜 일 제쳐가며...는 솔직히 아니고 다른 일들이랑 병행해 가면서 주말을 바쳤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오피스 아워 때는 비교적 말이 잘 통하는(왜 그런지는 모른다) 아시아 친구들하고만 봤었는데, 세션에는 미국인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하기도 했고 현재 나의 가장 큰 문제인 영어가 또 말썽이 되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왜 내가 t 분포의 critical value 구하는 법을 설명을 못 했을까!!!' 하고 계속 자책했다.


 말 그대로 머릿속에 '절망'만 가득 채우고 집으로 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오자마자 밥 잘 챙겨먹고(냉동실에 있던 피자를 데워먹긴 했지만) 씻고 팀 과제 마무리해서 메일로 보내고 지금까지 열심히 숙제를 한 거 보면 내 정신력은 이상한 방향으로 발달된 모양이다. 다음주 화요일 밤까지는 계속 이렇게 멘붕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다음 과제를 준비하는 것이 계속될 것 같다. 뭐 이러다 보면 학교 생활에 적응도 하고 강의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겠지. 좋은 쪽으로 생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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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조교 근무를 안하는 날인데 착각해서 일찍 왔다. 어제도 잠이 안 와서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고 일곱 시에 일어나서 괴로워하면서 학교에 왔는데 아니었다니......뭐 조교실에서 원두커피 얻어마시고 왔으니 그걸로도 괜찮다.


 같이 근무하는 분들 중에 나보다 아홉 살 많은 언니가 계시다. 요즘 그 언니를 보면서 나이가 드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부서 특성상 학생들이나 직원 선생님들과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 긴장하고 경직된 태도로 그 분들을 대하는 나와는 달리 언니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경우에도 언제나 싹싹하게 좋게좋게 말씀하신다. 이게 원래 사람 성격 때문에 이런 건지, 아니면 연륜에서 오는 관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나이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물 다섯 살이 되면서 언제 피부가 훅 갈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생긴 변화다.


 어제는 세미나 수업에 논문을 안 읽고 들어가서 교수님께 혼날까봐 교수님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면서 정자세로 발표자의 발표내용만 열심히 적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부터 논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모르던 분야라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렵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수식과 증명만 보다가 온전히 20쪽 분량을 줄글로만 쓴 논문을 보고 있으니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일 수업까지도 안 읽어가면 교수님께 정말로 맞을 것 같으니까 빨리 읽어야겠다.


 토요일까지 논문 인트로를 써서 가기로 했다. 정말로 급하다. 딴 생각하지 말고 빨리 끝내야지. 그건 그렇고 잇몸이 욱신거리는 것이 곧 사랑니가 올라오려는 것 같다. 저번에 발치하러 갔을 때 아랫니가 누워있다고 했는데....종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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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월요일부터 10일 동안 하루 종일 조교실을 지키게 되었다. 덕분에 매일 열 시에 일어나던 게으름뱅이가 7시에 강제기상을 하면서 하루가 길어졌다. 오후쯤 되면 너무 졸려서 쓰러질 것 같은데, 어제는 친한 외국인 선배가 시간 아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한 거에 충격을 받았는지 살풋 잠들었다가 꿈에서 그 선배가 큰 소리로 그 말을 해서 놀라서 깼다.


 그렇게 읽고 싶었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빌려봤다. 굉장히 기괴한 책이다. 디즈니의 1951년작 애니메이션과 팀버튼이 2010년에 만든 실사 영화에 나오는 특이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거였나보다. 팀 버튼 영화에 나오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등이 원작과 얼마나 다르게 묘사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나왔던 바다코끼리와 목수 이야기도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도 줄거리가 없다. 앨리스의 여정을 체스게임에 비유해서 그리긴 했지만 앨리스가 왕관을 얻기 전까지는 체스판 위의 일이었다는 것을 의식하기도 쉽지가 않다. 또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여러 등장인물들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인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히지는 않았다. 물론 장단점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긴 했다.


 원래 목표는 9시 반 전부터 ocw 강의를 듣기 시작해서 오늘 두 개를 듣는 거였는데 너무 졸리고 귀찮아서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시작할 것 같다. 동시에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 벅차다. 빨리 방학이 끝나서 할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개강하면 종합시험 공부 시작해야 하지만 이런 말을 한 내가 무척 싫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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