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미국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돈도 엄청나게 썼다. 주로 마트에 물건을 사러 돌아다닌 것이지만 캠퍼스 투어도 거의 매일같이 해서 이젠 어떤 도로에 들어서면 집에 벌써 도착한 것 같은 안도감이 생기고, 어떤 건물을 보면 내가 또 길을 잃고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가보기도 했고 시내도 구경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방값이다. 그 외에는 크고 작은 살림살이들, 식료품 등을 사는 데에도 돈을 많이 썼다. 거실 수납장에는 각종 가전제품 박스를 전부 쌓아놔서 볼 때마다 제법 뿌듯해진다. 아직 과소비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도 없지만 아마존에서 한 번에 마우스, 체중계, 공책 세트, 전기밥솥 등을 주문하고는 불현듯 돈 쓰는 것의 무서움을 알아서 앞으로는 자제하기로 했다.



1. 코인세탁기

 내가 사는 건물에서는 코인세탁기를 공동으로 쓰게 되어 있는데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세탁을 하는 데 1.25달러, 60분 동안 건조를 하는 데 1달러가 드는데 이것을 전부 25센트 동전으로 내야 한다. 즉, 빨래를 해서 건조까지 완료하기 위해서는 25센트 짜리 동전이 9개나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처음 세탁실에 갔을 때는 동전이 모자라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드러그 스토어까지 가서 동전을 바꿔왔다. 어제는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25센트 동전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겨우겨우 9개를 만들어서 빨래를 했는데 문제는 또 동전이 모자라서 짙은 색의 빨래들을 아직 처리하지 못 했다. 한국에 있을 땐 동전이 모자라본 적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넘쳐나는 동전 때문에 골치 아팠는데 여기선 25센트 동전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2. 정수 필터

 내가 사는 주의 수돗물은 석회수다. 그러다 보니 수돗물을 식수로 이용할 수도 없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처음 며칠은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전부 키친타월로 닦았는데 이젠 그러기도 귀찮고, 과일이나 채소를 생수로 씻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아마존에서 수도꼭지에 다는 정수 필터를 샀다. 와...미국에 와서 산 것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 1, 2위를 다툴 만하다(경쟁자는 욕실 매트다. 씻고 나와서 밖에서 신고 다니는 신발로 밟고 다닌 욕실 바닥을 밟거나 곧바로 그 신발을 신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매트를 깔자마자 삶의 낙을 알아버렸다). 수압이 약해서 설거지할 때 쓸 수는 없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


***5/11/2018 추가내용: 꾸준히 정수필터를 통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쓰고 있는 제품은 이거다


https://www.amazon.com/PUR-Advanced-Faucet-Filter-FM-3700B/dp/B0009CEKY6/ref=sr_1_8?ie=UTF8&qid=1526055174&sr=8-8&keywords=pur+water+filter



3. 포켓몬Go & 구글 지도

 원래 포켓몬을 좋아해서 미국에 오기 전부터 포켓몬고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와서 깔아보니 잘 안 하게 된다. 아직 대부분의 장소가 생소해서 구경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 포켓몬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구글 지도를 거의 매 순간 핸드폰으로 켜 놓고 있어서 포켓몬고를 할 여력이 안 된다. 내가 원래 기대했던 건 보통 때는 백그라운드 앱으로 사용하다가 포켓몬이 가까워지면 신호음이 나는 거였는데...그런 기능이 없는 것도 게임을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차라리 잘 때 끌어안고 잘 포켓몬 인형을 사는 것이 낫겠다.

 

 한국에서는 주로 네이버 지도를 사용했는데 미국에서는 구글 지도가 정말 편리하다. 사실 구글 지도만이 아니라 Gmail, 구글 캘린더 등 구글의 여러 기능들이 이제야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위성 지도를 이용해 길을 찾다 보니 건물을 헷갈릴 일이 거의 없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한때 구글이 사람들의 위치정보를 기록하는 것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는데,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이동한 경로가 타임라인으로 기록된 것을 보는 것은 좀 재밌다. 도로가 아닌 건물 이동 정보에 기반을 두다 보니(예를 들어 내가 어떤 곳에 들렀다가 원래 장소로 돌아가게 되면 처음과 끝이 같으므로 그 사이의 이동은 타임라인에서 배제된다) 부정확한 면도 있지만 볼 만하다.



4. 햇볕

 이곳은 해가 아침 7시 즈음에 뜨기 시작해서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진다. 그래서 저녁 여섯 시쯤 가게에 가면 분명 밖은 대낮처럼 환한데 점원이 "Good evening"이라는 인사를 해서 이상하다. 그렇게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하루 중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12시부터 3시 사이가 가장 더운 시간이었는데, 여기에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가 가장 덥고 햇볕이 강하다. 어제는 목이 옆으로 길게 파인 옷을 입고 밖에 나갔는데,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얼굴과 목, 팔에만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쓴 다음 오른쪽 어깨에 옆으로 메는 가방을 메고 나갔었다. 그랬더니 왼쪽 목 아랫부분만 타서 새빨갛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심하게 타지는 않았는데 여기선 그게 아닌 것 같다.


5. 오리엔테이션

 조금 전에 박사과정 director 선생님으로부터 오리엔테이션에 관한 메일을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인 15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확정된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보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늦은 오후 내지는 밤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심지어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10시 이전에 끝날 수도 있는(시간 날 때 개인적으로 오피스를 찾아가는 거라서 일찍 끝낼 수 있다) 금요일에는 다른 오피스에서 주최하는 또 다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빠져도 되는 날이 없는지를 가장 먼저 찾아봤지만 "Required"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캠퍼스 투어밖에 없다. 왠지 개강 전에 힘이 다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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