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식적인 spring break다. 4월 말이면 여름방학 시작하는데 뭐하러 봄방학까지 챙기나 했었는데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지난주 수요일까지 중간고사를 보고 이번 주에 help session, office hour, 숙제 하나 제출하고 내일까지 하나 더 제출해야 하는데 방학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그대로 방전됐을 것 같다.사실 어제 오늘도 밤 열 시부터 두 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나서 그대로 밤을 새고 지금 이 시간이라서 정말 죽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수업이 화요일 목요일에만 있고 help session과 office hour도 화요일 목요일에 몰아놓은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당일 또는 전날까지는 죽을 것 같지만 바로 다음 날에는 푹 쉴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오늘(목요일)은 자정까지 블랙보드에 내야 하는 숙제+6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오피스아워+20분 전부터 연구실 앞에 대기하고 있던 학부생들 크리로 인해 저녁도 먹지 못 하고 집에 거의 열 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다. 하루하루를 집에 일찍 들어가고자 하는 야욕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어째서 이런 시련이...그런데 나처럼 9시 넘어서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동기가 보통 때 8시에 퇴근한다는 것을 얘기해 줘서 반성 중이다. 나는 요즘 집에 7시에서 8시쯤 들어오면 스스로 엄청 수고했다고 믿고 새벽 한 시까지 푹 쉬거나 놀다가 늦게서야 각성하고 공부를 시작해서 겨우 한두 시간 더 하고 자는데, 심지어 이 친구는 수업 없는 날에도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아무래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을 아예 늦춰버려서 빈둥대는 시간을 줄여버려야 할 것 같다.


  기승전 반성이라니 조금 이상해졌지만 그래도 봄방학이 정말 기대된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돈이 좀 들더라도 외식을 몇 번 해볼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외출을 하는 날이면 하루에 한두 끼는 꼭 밖에서 사먹었는데 여기선 한국 친구들하고 일부러 약속을 잡는 날(거의 3개월에 한 번)이나 학교에서 빵을 주는 금요일이 아니면 삼시세끼를 전부 해먹다 보니 정확히 내 힘으로 조리 가능한 엄청나게 건강하고 간이 심심한 음식만 먹게 되어서 조금 지친다. 요리 실력이 늘면서 요리하는 게 즐겁지만 먹는 재미와 하는 재미는 다른 거였나보다. 그래서 지금은 방학 때 밖에서 뭘 사먹을까 고민하고 있다.


  엄청 힘든 척 글을 썼지만, 아니 실제로 일이 많고 힘들지만 꽤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기와 지난 학기보다 더 친해지면서 드디어 사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친구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언제든 자기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동시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줄 안다는 거다. 그리고 머리를 정말로 쥐어짜서 해야 하는 숙제들이 간혹 있는데, 수업 내용 뿐이 아니라 어느 레벨에서 공부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 것들을 총동원해서 문제를 풀다 보면(사실 이건 지난 학기에 더 심했다) 두뇌개발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숙제를 끝낸 이후의 성취감도 상당하다. 기껏해야 행복한 이유를 두 개 겨우 생각해냈지만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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