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빨랫감을 챙기러 침실에 들어갔다가 잠깐 침대에 누워있는다는 게 완전히 곯아떨어졌다가 아침에 핸드폰 알람을 듣고서야 '아 오늘 월요일이고 수업 들으러 가야 하지!' 하고 놀라서 깼다. 다행히 7시 15분 밖에 안 돼서 시간은 충분했다. 씻고 옷 갈아입고 밥 먹고 도시락 챙겨서 나왔다. 이렇게 쓰니까 엄청 빠르게 챙긴 것 같은데 사실 일어나서 30분 동안 놀다가 허겁지겁 25분 동안 씻고 급하게 도시락을 싸서 나온 거다. 오늘은 볶음밥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래 놀아버린 바람에 그냥 며칠 전에 해놓은 닭볶음탕을 주 반찬으로 가지고 나왔다. 빨래를 못 한 바람에 짝 맞는 양말이 없어서 짝짝이 양말ㅠ을 신고 나왔다.
그랬는데! 그래놓고도 10분 지각했다. 시끄럽게 들어가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강의실 문을 열었는데 앞에 모니터는 꺼져 있고 사람이 평소의 반도 안 와 있고 심지어 교수님도 안 계셨다. 독립기념일 전날이지만 오늘 수업한다고 분명 강의계획표에 써있었는데...원래 알고 있던 농경제학과 언니 또는 동생과(나이를 모름...) 얘기를 하다가 사람들이 다 나가서 나도 따라서 나왔다.
11시 통계 수업은 진작에 휴강돼서 오늘 일찍 나온 건 순전히 이 수업 때문이었는데. 좀 짜증나기도 하고 아침 9시에 연구실에 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사 마시고, 저녁 때는 장어덮밥을 먹을 거다. 사실 장어덮밥 생각을 한 지 2주도 넘었는데 늘 사람이 많은 한식&일식 식당에 혼자 가서 앉아 있는 게 내키지 않아서 계속 미뤘다. 한국에서는 아무 식당에서도 혼자 잘 먹었는데 미국에서는 아직 어려워서 항상 테이크아웃으로 먹는다.
오늘도 할 일이 많은데. 그 중 한 가지로 신발을 사야 한다. 한국에서 올 때 운동화 하나랑 얇은 컨버스화를 들고 왔고 미국에 와서는 가죽 단화랑 어그부츠를 사서 총 네 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있었는데 컨버스화 천 부분이 쭉 찢어졌다. 구멍이 난 줄 알고 대충 기워서 신으려고 했는데 어제 자세히 보니까 밑창과 연결된 천 부분이 길게 찢어져서 걸어가다 신발이 벗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보자마자 다른 신발은 눈에 안 들어왔을 정도로 예쁜 신발이었는데...산 지 2년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다니.
내일은 가방과 운동화를 빨아야 한다. 운동화는 시카고 다녀올 때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 때 빨았어야 했는데도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아서 그냥 신고 다녔었는데 얼마 전에 비가 엄청 왔을 때 잔디밭 진창에 빠져서 이번엔 정말로 빨아야 한다. 가방은 왠지 그냥 빨아야 할 것 같다. 예전엔 어머니가 왜 꼭 쉬는 날에 집안일을 일부러 벌여서 평일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시나 했는데, 내가 살림을 해보고 평일에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둘씩 휴일에 하다보니 바빠지는 것이었다.
요즘 먹는 시리얼. 단맛이 하나도 없어서 바나나를 넣어서 먹는다.
수업들으러 가는데 내 바로 앞에 떨어진 씨앗(?). 너무 귀여워서 연구실 캐비닛에 붙여놨더니 쪼글쪼글 말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