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을 볼 거라서 생각난 김에 '도그빌'을 찾아봤다(역시 난 굿 다운로더).


내가 유난히 특이한 것만 찾아서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적인 촬영기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영화 추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천하는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에서는 카메라가 다큐멘터리에서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느닷없이 뮤지컬이 펼쳐졌는데, '도그빌'에서는 아예 촬영장 바닥에 페인트로 'XXX의 집' 이런 식으로 글씨를 써서 최소한의 배경만을 이용해서 연극 무대처럼 꾸몄다. 처음에는 간소하다 못해 휑하기까지 한 화면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벽이 없고 개방된 형태의 배경이다보니 카메라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평을 보려고 며칠 동안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시골 사람들의 잔혹함을 다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영화인 '이끼'랑 비교하는 평들도 간혹 보였다. 그건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하......착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약자인 데다 아무리 괴롭혀도 보복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끝없이 잔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몸서리쳐졌다.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뒤통수 치는 내용의 영화를 몇 편 봐서(예를 들면 '엑스페리먼트' 같은) 익숙해질 만도 한데, 경찰이 올 때마다 조금씩 사나운 발톱을 내보이던 마을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무척 안 좋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 '어둠 속의 댄서'에서는 너무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 끝없이 당하기만 하는 것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무척 힘들었는데, '도그빌'에서는 비록 비인간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당하기만 하던 그레이스가 호되게 복수해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몰랐는데 후속편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엔 니콜 키드먼이 안 나온다고 해서 김샜다. 연기도 연기이지만, 나약해보이면서도 차가운 이미지의 니콜 키드먼이 아닌 그레이스는 상상도 못하겠는데..아무튼 오늘은 재밌게 봤다. 아, 그리고 내레이션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영문판의 내레이션과 목소리가 무척 비슷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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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그 동안 썼던 글들을 읽어보고 블로그를 정리했는데, 날이 갈수록 간단하고 깔끔한 걸 찾게 되는 것 같다. 역시 한 화면에 너무 많은 내용이 나오는 건 머리만 아프다.

 뮤지컬 '파리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곡들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있다.(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Cz5uZiAsRFQ&feature=autoplay&list=PLACF8787574DA0DBC&lf=rellist&playnext=4 ) 발레는 그렇게 안 비싸니까 한 달 아껴서 표 사면 되는데 뮤지컬은 어쩌면 좋지.........ㅋㅋㅋㅋㅋㅋ표 하나 값이 한 달 생활비 전체보다 비싸다.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까 싶다.

 어렸을 때 디즈니 버전으로 나온 걸 보긴 했는데 대학 와서 열린책들 판 아니면 민음사 판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길어서 제 풀에 지쳐서 포기했었다. 그 만큼 내용도 잘 모르는데 봐서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아하는 곡은 서두에 나오는 '대성당들의 시대'!!인데 재생목록을 쭉 듣다 보니 하나하나가 명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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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초에 '블랙스완'을 보고 1년 내내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다. 발레공연은 당연히 크리스마스 때 할 거라고 생각하고 나중에야 알아봤더니, 볼 만한 공연들은 이미 다 끝나버리고 남은 것은 '호두까기인형' 뿐이었다.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없는 게 안타깝기는 했지만, 또 어렸을 때 호두까기인형을 보긴 했지만, 여기에 나오는 곡들을 굉장히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인형을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예술의 전당을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하철로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동안 길을 두 번이나 잃어버려서 공연에 늦을 뻔했다. 매표소에서 예매한 표를 발급받았는데, 이번 공연 표를 다음 발레 공연을 볼 때 가지고 오면 문화릴레이 차원에서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촬영이 허가되지 않아서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했다. 내 자리는 A블록 1열 1번이었다. S석인데도 꽤 앞자리라서 놀랐다.


 
  객석이 2천 개가 넘는다더니, 2층까지 있고 꽤나 큰 곳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는데 블로그에 글을 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감탄만 하느라 찍지는 못했다.

  공연은 최고였다. 호두까기인형에 나오는 노래들은 씨디가 고장날 정도로 들어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곡들도 있었고 그 자리에서 들으니까 감동이 더해지는 것들도 있었다. 어렸을 때 본 건 막연히 재미있었다는 거랑 인터미션이 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났는데, 이렇게 굉장한 건줄 몰랐다. 무대는 굉장히 화려했고, 무대 앞에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노래들도 단순히 삽입곡이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훌륭했다.

  도입부는 주인공인 어린 클라라가 잠에 빠져들기 전에, 클라라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장면이었다. 여기에서는 어린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많이 나와서 사촌동생들 생각이 났다. 걔네가 발레를 배울 때는 다리를 180도로 찢는 것을 보고도 가족들이 기특해 했었는데, 쟤네는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열심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주인공 아역으로 나온 애기가 너무 예쁘고 잘했다. 남동생으로 나온 애기(어렸을 때 책으로 읽었는데 이상하게  등장인물들 중 이름이 기억나는 건 남동생 프란츠밖에 없다.)도 야무지게 잘했다. 저러다 무대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멋지게 잘해냈다. 도입부는 크리스마스답게 활기차고 즐거웠다.

  호두까기인형이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클라라가 한밤중에 호두까기인형의 곁으로 와서 잠에 빠져들고 나서부터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쥐떼와 인형들의 싸움 부분은 밝고 명랑했던 도입부와는 달리, 다소 어두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쥐들이 쳐들어 왔을 때  호두까기인형이 왕자로 변할 땐 갑자기 어른이 나와서 엄청 놀랐는데, 여주인공은 깨어있을 때의 어린이랑 꿈 속에서의 어른이 키 차이가 별로 안 나고 얼굴이 많이 닮아서 인터미션 전에 무대인사를 나오기 전까지는 바뀐 줄도 몰랐다.   

  왕자가 쥐의 왕을 물리치고 나서 눈송이 요정의 춤이었나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나온 군무가 시작되었다. 여기에서는 넘어진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다. 공연 순서를 잘 모르고 가서 이 다음에 인터미션이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하고, 사탕요정의 춤 부분에서 나오는 노래를 리믹스해서 들려주고는 공연이 끝나는 거라고 착각했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나서, 왕자를 도와주던 각국의 인형들이 나와서 춤을 췄다. 너무 어렸을 때 공연을 봐서 CD로 삽입곡을 들을 때 이 부분에서는 이런 인형이 이런 모습으로 나올 거야! 하고 상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사랑스러웠다. 푸들을 데리고 나오는 프랑스 인형의 춤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도 본 적이 있었는데,(아마 키로프 발레단이었나 그랬을 거다) 더 귀여워 보였다. 중국 인형의 춤과 러시아 인형의 춤에서 나오는 노래는 모든 삽입곡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이라서 더 재밌게 봤다.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여주인공의 독무 부분에서 나오는 '사탕요정의 춤'인데, 조용한 곡이라 그런지, 여주인공이 무대를 뛰어오르고 디디는 소리까지 들렸다. 남자주인공인 왕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부분을 보면서 주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무대인사할 때만이라도 사진을 좀 찍었다면 좋았을 텐데, 배우들 사진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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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월드를 처음 알게 된 건 여름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음악의 거장들" 중 가브리엘 야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였다. 영화에서 들었던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했는데, 언더월드와 함께 작업을 했다는 "아주르와 아주마르" 삽입곡은 정통 오케스트라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전까지는 언더월드가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유명한 일렉트로니카 음악가였는지도, 영국 출신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삽입곡인 "Born slippy"를 비롯해 "twist", "cow girl" 등의 곡들을 들으면서, 언더월드의 음악에 반하게 되었다.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하긴 하지만 일부러 곡을 찾아 듣는 음악가는 클래지콰이, 다프트펑크 정도밖에 없었는데, 언더월드의 음악은(내가 들어본 몇 안되는 곡만 보면) 건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제일 좋아하는 곡은 "Born slippy"인데,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꼭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도 춤추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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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들 중에 블로그에 안 남겨둔 게 너무 많다.

레드라이딩후드
써니
백설공주
뮬란
프린스앤드프린세스
이터널선샤인

올해는 극장 별로 안 가고 거의 봤던 영화들을 많이 찾아봤다. 그 동안 블로그에 영화본 걸 왜 안 올렸나 생각해 봤는데, 영화 관련 글을 쓸 때마다 진지해져서 길고 현학적인 글을 쓰려고 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짧게 메모만 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내가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들을 간략하게나마 되살릴 수 있겠지.

이터널 선샤인은 3년 전에 보고 올해 들어 2주 동안 두 번 봤다. 또 보는데 처음 봤을 때, 두 번째 봤을 때랑 또 다르다. 예전에 봤을 때는 굉장히 따뜻한 영화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영화 전반에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그냥 내 기분이 그래서 그런가....는 잘 모르겠다. 스무 살 때는 이후의 결말이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일 거라고 확신했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랐는데 지금은 그저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면서 당분간 행복할 거다, 이 정도의 추측밖에 못하겠다.

영화의 배경이 겨울이라 크리스마스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12월에 또 봐야지.

제일 좋았던 장면: 지워지고 있는 조의 기억 중 클레멘타인이 일하는 서점에서 둘이 얘기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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