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근대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출판사
| 2009-06-0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마르크스가 '모든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고 말했을 때,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20년 넘는 나의 독서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도서관을 배회하다 특이한 제목과 사회과학서치고는 적은 분량에 혹해서 빌려온 거였는데 읽으면서 두뇌가 해체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보유까지 합쳐서 348페이지밖에 안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이 호흡이 긴 문장으로 쓰여서 단 한 순간도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큼 재밌다기 보다는,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어려움을 차치하고 본다면, 내가 사회과학서를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현대 사회에 관한 깊은 통찰이 인상적이었다. '액체근대'는 산업혁명 이후의 '고체근대'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고체근대에 존재하던 개인과 사회의 규범이 흔들리고 보다 유동적으로 변모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특히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소비와 노동시장, 그리고 공동체에 관해 서술한 부분이다. 전근대사회에서는 '올바른 삶'이라는 기준이 존재했지만 인간의 생활양식이 급격히 변화하여 일괄적인 잣대가 사라지면서 불안을 느낀 개인이 타인에게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소비의 전당'을 선호하게 된다는 설명이 신기했다. 또한 액체근대의 가장 큰 특징이 기존의 사회질서의 와해인 데에 반해, 오히려 공동체를 강화하고 타인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결국엔 과도기에 탈배태를 겪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감이 이 모든 변화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 중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서 일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감상을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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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2013)

Now You See Me 
8.1
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우디 해럴슨, 멜라니 로랑, 아일라 피셔
정보
범죄, 액션, 스릴러 | 미국 | 115 분 | 2013-08-22
글쓴이 평점  


 순전히 제시 아이젠버그 때문에 봤다.


 아침 8시 35분에 상영하는 것을 봤는데 빈 자리가 거의 없어서 깜짝 놀랐다.


 '미술사기단'인줄 알고 고가의 미술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기극...뭐 이런 것을 상상하고 갔는데 스크린에 뜬 제목이 '마술사기단'이라서 당황했다.


 지루한 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좋았다. 끝까지 조력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이클 케인이 특별출연이라는 것을 중반부가 넘어가서야 깨달았다. 뒤로 갈수록 다소 예상가능한 면이 있긴 했지만 반전을 미리 알고 간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이유는 없을 만큼 깔끔하게 재미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마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떡밥들이 제대로 회수가 되지 않았고, 홉스 요원과 멘탈리스트(네이버 영화에도 이름이 나와 있지만 너무 어색해서 그냥 멘탈리스트라고 쓰기로 한다) 제외한 모든 인물들의 특성이 거의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멘탈리스트와 헨리가 비행기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본 다니엘의 표정을 봤을 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언젠가 한 번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흘러가버려서 얼떨떨했다. 이 영화 만큼이나 사람이 많이 나왔던 '도둑들'도 몇몇 인물들은 자기 PR을 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 영화의 인물들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또한 초반에 네 마술사들의 특기가 나왔는데, 실제 마술쇼에서 활용된 장기는 멘탈리스트의 멘탈리즘밖에 없어서 이상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도 영화가 끝나지 않는다는데 모르고 중간에 나와버렸다. 나중에 다운받아서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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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저자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10-12-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생각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교양인을 위한 지적인 자기방어법 강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도서관에 소설 빌리러 가는 길에 항상 눈에 띄어서 언젠가 읽어보려던 책이었다. 촘스키가 유명한 언어학자라는 것은 알지만 어떤 성향의, 어떤 학자인지도 잘 몰라서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책은 크게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로 나뉘어 있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책인 것 같았다. 언어 파트가 가장 재미없게 느껴졌고(그래서 1장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나보다), 경험 파트는 인지부조화 등의 현상에 대해서도 다루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들'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미디어 파트에 가장 관심이 많았는데 앞부분에 비해 분량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사람들이 쉽게 오해하기 쉬운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줘서 좋........다고 쓰기에는 부족한 것 같은데 내 느낌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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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글쓴이 평점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만 상영하던 학교 극장에서도 '설국열차'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지, 저번에 '월플라워'를 볼 때 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영화를 볼 때 주로 서사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보는 편이라 사회적 함의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데, 이 영화는 "이라크 전쟁은 석유를 탐낸 미국의 조작이다"라고 극중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대놓고 말하던 '그린존' 만큼이나 감독이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이나 방향을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부분을 특별히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메시지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모든 배우들이 대체로 연기를 잘하긴 했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한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특별히 인상깊었다. 지금까지 다섯 작품에서 봤는데('나니아 연대기-사자와 마녀, 그리고 벽장',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케빈에 대하여', '문라이즈 킹덤', '설국열차') 어떤 역할로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나는 '벤자민 버튼'은 제외하더라도 나오는 작품마다 느낌이 달라 놀라웠다. 대체로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이긴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본 '문라이즈 킹덤'과 비교하더라도 억양이나 목소리가 너무 달라서 틸다 스윈튼이라는 걸 모르고 봤다면 다른 사람인줄 알았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먼저 본 동생이 "너무 잔인해서 사고 간 팝콘은 다 먹지도 못했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총격전이 몇 번 있기도 했지만 꼬리칸 사람들에게는 총이 없어서 주로 칼로 찌르고 쇠붙이나 도끼로 내리찍는 싸움 장면이 자주 나왔다. 꼬리칸 사람들이 처음으로 무장한 앞칸 군대와 맞닥뜨리고 쇠붙이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에서는 '올드보이'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올드보이'와는 달리 피의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건지는 너무 명백해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결말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궁민수와 요나, 커티스가 기관실 앞에 다다랐을 때에야 비로소 커티스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하는데, 그 대화만 들었을 때는 커티스가 반란을 계획하고 주도한 것이 모순된 계층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속죄하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속죄를 위하여 반란을 계획한 것이라면 팔을 넣어서 엔진을 멈춘 것이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동정심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쪽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커티스가 엔진을 차지하고 난 후의 목표 또한 굉장히 이상해 보였다. 남궁민수와 요나가 열차 문을 폭파시키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고자 했던 것에 반해, 커티스는 윌포드의 자리를 길리엄 또는 자신이 대신하는 것을 계획했던 것 같다. 특히 폭발물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달라는 요나의 요청에 거부하는 것을 보고 그 생각이 분명해졌다. 단순히 하층민으로서의 분노 때문에 반란을 도모했다고 생각하기는 싫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 게다가 열차 문을 폭파시킨 이후의 결말이 정말 희망을 발견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북극곰의 표정이 평화로워 보이긴 했지만 개혁이 아닌 체제 전복을 통해 새 시대를 열었다는 것에 만족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이상을 위해서는 인류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같기도 하고...........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전에 없이 긴 감상평이다. 안 좋은 면을 많이 썼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시각적인 것이든 의미론적인 것이든 말이다. 다만 앞에 쓴 의미에 관한 부분 때문에 또 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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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저자
이언 레슬리 지음
출판사
북로드 | 2012-02-1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오늘 하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당신은 거짓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진중권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과 이언 레슬리의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을 다 읽었다.


 제목만 보면 역사 속의 거짓말쟁이들에 관한 일화를 담은 책같지만 사실은 거짓말과 관련된 인간의 본성을 담은 책이다. 과학자가 쓴 복잡한 과학서적이 아닌, 저술가가 쓴 대중과학서답게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몇 달 전에 읽었던 '사랑을 위한 과학'보다 훨씬 쉽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여러 책들에 나오는 심리학 실험 사례들이 겹쳐보이기도 한다. 그런 단점을 차치하고 나면 "어 이건 나도 그런데" 내지는 "내가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또는 "나를 너무 믿지 않아야겠군" 하는 식으로 내 과거의 생각들과 행동들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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