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이번 학기에도 mba 수업을 듣고 있는데(필수는 아니지만 지도교수님 과목이라...) 케이스 스터디 과제나 숙제가 있을 때마다 진이 빠진다. 그 동안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마다 집에서 미리 풀고 가는데도 네 명의 팀원들끼리 의견을 맞추고, 서로 헷갈리는 부분을 확인해서 같이 해결하고, 솔루션을 찾고 해석해서 보고서를 쓰는 데 거의 네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조는 그나마 해당 전공 박사생들 네 명이 모인 거라 그나마 어떻게 겨우겨우 해결하는데 mba 학생들은 이 쪽을 그렇게까지 깊이 공부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물론 수업 들을 때 보면 진짜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과제마다 이 정도의 로드가 들어가는 과목들을 어떻게 네 개씩이나 듣고 있는지 정말 신기하기까지 하다. 2년 동안 정말 뼈빠지게 공부하고 가나보다. 어쨌든 오늘도 과제 때문에 아침 9시 50분에 만나서 저녁 6시에야 블랙보드로 숙제를 제출하고 끝났다. 중간에 영어 수업 마지막 평가과제인 individual conversation 연습 때문에 40분 정도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게 그나마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아침밥도 못 먹고 갔던지라...대화 파트너와 헤어진 다음에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학교 수퍼에 과일을 사러 갔는데 과일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빵을 두 개 사갔다. 한국인들끼리는 어디 잠깐 자리 비웠을 때 뭐 사다주고 그런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걱정했는데 다들 잔뜩 굶주려 있어서 나눠먹고 재미있었다.


  숙제가 끝나고 나서는 연구실에 들러서 핸드폰 충전하면서 20분 정도 쉬었다. 어찌나 오래 앉아 있었던지 다리가 붓다 못해 아팠다. 그리고 나서는 집으로 오는 길에 한국 식당에 가서 연어덮밥을 먹었다. 보통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 엄청 배고플 때 연어덮밥 생각을 많이 하는데 태어나서 연어덮밥을 먹어본 적이 오늘까지 두 번밖에 없다. 오늘 간 한국 식당도 그 동안 수 차례의 메뉴 선정 실패를 경험한 끝에(장어덮밥, 알밥, 불고기 등등) 매운 오징어 볶음 맛집이라는 것을 알았는데(순두부도 오랫동안 바지락을 못 먹었을 때 가서 그런가 좋았다), 오늘 연어덮밥은 거의 감동적인 수준이었다. 연구실 가까이에 있는 한식, 일식 식당에서 생전 처음으로 먹은 연어덮밥에는 연어도 많았지만 채소가 비율이 이상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고 밥도 엄청나게 많아서 연어를 먹는다는 감동은 못 느꼈는데, 오늘 먹은 연어덮밥은 밥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밥 한 공기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연어가 엄청나게 많고 그것도 지나치게 차갑지 않은 생연어라서 좋았다. 한식 상차림과는 달리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 생강절임 밖에 없는 것은 아쉬우면서도 와사비가 진짜 한국 와사비인 것도 좋았다. 간장을 뿌리면서 숟가락으로 와사비를 떠서 섞었는데 숟가락에 조금 남은 와사비 한 입이 코가 다 매울 정도였다. 이제야 맛있는 메뉴를 두 개 겨우 건졌는데 다음 주면 이사라니...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 날짜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이사 일정이 다소 넉넉하게 잡혔다. 다음 주 금요일에 임시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토요일에 이삿짐을 창고에 맡긴다. 그리고 나서 다다음주 월요일에 시험을 보고 목요일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일요일에 지금 집 체크아웃을 한다. 처음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이 4월 6일이라 시간이 엄청 많은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것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어덮밥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늘어지게 예능 한 편을 보고 나니 문득 다음주 목요일에 발표도 있고 금요일부터 임시숙소에 짐을 옮기기 시작해야 하고 토요일 11시 전까지 이삿짐 상자를 다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 생각나서 마음이 급해졌다. 목요일 발표는 더더군다나 계획과 아웃라인은 스스로도 완벽하다고 느껴질 수준인데 literature review는 물론 문제 정의도 아직 덜 끝났다. 진짜 큰일났다....


  아무튼 유학생활 전반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3학년 때도ㅠ수업을 무려 4-5개나ㅠ들어야 하지만ㅠ연구 외적으로 힘든 것들은 이번 학기만 지나면 다 끝나는 거겠지ㅠㅠ아닌가......하긴 연구가 제일 힘든 건데 뭘 굳이 연구를 제외하고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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