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기의 역사> 이후에 한번도 책에 관한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또 기록으로 남길 만큼 재밌는 책이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읽었던 책들, 봤던 영화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으니, 2월부터 읽었던 책들을 간단히 써 보기로 한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은 내 머릿속이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읽었던 책이다. 지식에 대한 갈망이라고 하기도 뭐한 게, 이공계 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경멸 아닌 경멸을 하도 들어서, 최소한 기본만은 알아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이상하게 정적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만큼 내가 여태껏 읽었던 어떤 책들보다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다소 생경한 내용이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는 모 철학과 교수님은 저자인 강신주 씨가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어디에도 발을 깊게 담그지 못했다고 다소 부정적으로 보셨지만, 철학에 무지한 나에게 '다름'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것 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요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왜 갑자기 생각났나 했더니 드라마에서 봐서 그랬나보다. 어렸을 때는 월트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참 많이도 봤는데, 지금도 이 책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참 예쁘고 굉장한 작품이었다. 이렇게 긴 텍스트로 읽은 건 처음이었는데, 길고 긴 서문을 읽고 난 까닭인지(서문이 100쪽이 넘는다.), 아니면 내가 이제 좀 커서 언어 유희라는 걸 알아들을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내용들도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삽화도 복사해서 책갈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영화를 본지는 한참 됐는데 원작인 <퀴즈쇼>는 이제야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 멋진 책을 왜 그렇게 만들었어 감독 개갞끼야ㅜㅜㅜ'였다. 영화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원작이야말로 마법같은 인생역정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살림'이 죽는 것도 참 안타깝게 봤는데, 책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아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포스팅하는 책들 중에서는 제일 빨리 읽은 편이긴 한데(이틀인가 걸린 듯),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내가 서양문물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고루해서인지, 주인공 '타마라'의 비행이나 일탈을 그렇게 좋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내일을 알려준다는 비범한 책을 이 정도로밖에 이용할 수 없었는지ㅠㅜㅜㅜㅜㅜㅜ조금 더 멋진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작가가 담고자 했던 주제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인지 내용이 오히려 흐지부지된 것 같다. 차라리 책 뒤에 나온 짧은 줄거리가 더 좋았음-_-그리고 폭풍같은 전개가 펼쳐지는 결말 부분을 제외하면 앞부분은 너무 지체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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