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뭔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다.


  월요일엔 특별한 일 없이 학교에 갔다가 저녁 먹고 산책하고 집에서 운동까지 하고 나서 씻다가 갑자기 아파서 토했다. 산책할 때 날씨도 선선하니 속력 좀 내보겠다고 빨리 걸으면서 배가 살짝 아프긴 했지만 아무 전조도 없어서 좀 무서웠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얼려뒀던 밥으로 죽 끓여먹고 병원에 갔다 왔다. 의사선생님이 가능한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확언할 수 없다고 하셔서 그냥 처방받은 약 먹고 바나나랑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토스트만 이틀 내내 먹었다. 근데 목요일 쯤 되니까 배는 안 아픈데 현기증이 사라지질 않아서 좀 무서웠다. 근데 화요일 수요일 낮잠을 네 시간씩 두 시간씩 막 자면서 쉬다 보니 지금은 완전히 나은 것 같다. 비교적 빨리 완쾌했는데도 이번 주가 망가진 것 같은 건 요리를 거의 해먹지 않아서 지난 주에 사다놓은 채소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고, 학교도 거의 오후 두세 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출근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푹 쉬었으니 내일은 학교에 일찍 가야지.


  어제는 교수님하고 면담을 했다. 우리 교수님은 예전에도 무척 친절하시고 관대하신 편이긴 했지만 내가 멘탈이 약해진 티가 나서 그런가 유독 더 친절하신 것 같았다. 일단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걸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어제 분명 뭔가 혼날 수도 있던 부분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그냥 달래주시기만 한 것 같아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교수님이 내가 해온 것을 보시고는 방향을 다시 잡아주셨는데 아직까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안 잡힌다. 정말 갈 길이 멀다. 열심히 고민해서 답을 찾아봐야겠다.


  학교 안에서 먹는 밥에 싫증이 나서 외식을 잘 안 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이 없지 않은 음식은 조각피자/햄버거/멕시코 음식 정도인데 이것도 처음 몇 번 먹었을 때에나 감동적이었지, 원래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음식들이라서 그런가 오늘은 집 밖에서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게 굳이 피자나 햄버거인가? 하고 생각하면 별로 땡기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밖에서 먹을 것들을 고민 중이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좋아하지만 플레이트는 양이 너무 많아서, 볼은 메인메뉴를 하나밖에 못 먹어서 좀 아쉽다. 그러다 지지난주에는 처음으로 베트남 음식점에 가봤고 지난 주에는 (드디어) 프로즌 요거트를 먹었다. 베트남 음식은 잘 몰라서 그나마 익숙한 쌀국수를 먹었는데 (그 중 내가 먹었던 round eye steak and tripe가 뭔지 이제야 찾아봤는데 홍두깨살과 소 양이라고?) 굉장히 맛있었다. 고수, 숙주나물, 라임, 고추, 무슨 이파리 같은 걸 따로 내와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국물부터 먹었을 땐 그것대로 진하고 맛있었는데 고수 외에 다른 채소들을 다 넣고 먹는 것도 거의 다 먹을 때쯤 돼서는 자극적인 재료들이 국물에 배어서 그런가 입이 약간 아리긴 했지만 좋았다. 심지어 가격도 세금까지 해서 7.22달러밖에 안 했다! 프로즌 요거트는 요거트 자체가 워낙 맛있는 데다 내 마음대로 넣어서 먹을 수 있는 과일들 중 딸기가 미국에서 먹은 딸기들 중 거의 처음으로 달아서 정말 좋았다. 아무튼 최근에 밖에서 먹은 음식들이 이렇게 만족스러워서 오늘도 장 보고 와서 쌀국수를 먹으러 갈까 프로즌 요거트를 먹을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먹었네.



<지난 주 토요일에 먹은 프로즌 요거트>


  몇 주 째 꽤 시원해서 좋았는데 며칠 전부터 좀 덥다. 드디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기회가 왔다. 이번 여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딱 두 번인가 먹었는데 연구실이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이주 전에 옮긴 새 연구실은 냉방이 잘 안 돼서 약간 더울 때도 있지만 그 동안 날씨가 워낙 서늘하다 보니...내일은 아침에 시원할 때 학교 가서 사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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