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타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20세기 러시아 작가로 뛰어난 예술혼을 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네이버에서 '민음사 북클럽'을 검색하면 항상 디시인사이드 도서갤러리가 나온다. 나도 학교 커뮤니티에 고정닉이 있는 인터넷 잉여이면서, 디시같은 사이트는 색안경을 끼고 봤었는데, 의외로 도서갤러리에서 알게 된 책들 중 괜찮은 것들이 꽤 많다. 인터넷 많이 한다고 책을 안 읽는 건 아닌가보다.

 아무튼 눈팅하면서 어떤 책이 괜찮은지 물색을 좀 해봤는데,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다들 재밌다고 해서 빌려서 보고 있는데,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참고로 이전에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책으로는 '속도에서 깊이로', '신화의 힘', '독일어 시간', 밀란 쿤데라의 '농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 등이 있다).

 나는 대체로 서사가 풍부하고 머릿속에 광경이 그려지는 소설들을 좋아해서 현대소설보다는 고전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 작품도 스탈린이 집권하던 20세기 초의 모스크바와, 예수를 비유한 것으로 보이는 예슈아 하-노츠리가 처형되던 당시의 예르샬라임(예루살렘을 의미하는 듯하다)의 풍경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어서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곧 배경이 되는 모스크바와 예르샬라임 한복판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20세기 모스크바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악마 볼란드는 퇴치할 수 없는 절대악이자 혼돈을 일으키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병원에 있던 거장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고 수천년 동안 괴로움에 빠져있던 빌라도 총독을 안식에 들게 한다는 점에서 심판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로 볼란드 일당이 출몰해서 혼돈에 빠진 상황이 그려진 1부와는 달리, 2부에서는 거장의 연인인 마르그리타가 거장을 되찾기 위하여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것이 그려진다. 내용만큼이나 분위기도 다른데, 1부는 악마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2부에서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마르그리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무도회에는 기괴한 괴물이나 시체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이버 캐스트에서 작품해설을 보니, 꺼지지 않는 예술혼을 찬미하고 지독한 관료주의와 부패에 찌들어있던 20세기 초의 러시아를 풍자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멋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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