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난방을 켰다. 처음으로 기숙사를 나와서 보내는 겨울이라 난방비가 얼마나 나올지 몰라서 기모 후드티와 수면바지 입고 수면양말 신고 이불에 담요까지 덮어가며 연명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도저히 그러고도 잠들기가 힘들었다. 마침 그 때 바깥 온도가 2도 정도 됐었는데 집안 공기는 물론 침대 시트 위와 이불 속까지 차가워서 누워있어도 누운 거 같지 않고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이 난방을 틀었다. 틀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바로 공기가 훈훈해져서 기분 좋게 잘 잤다. 그리고 나서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방 천장을 보고 있다가 난방이 켜져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얼른 일어나서 껐다. 자기 직전에 틀어서 일어나자마자 껐으니 딱 여섯 시간 난방을 한 것이었다. 다음주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면 과연 라디에이터 난방비가 얼마나 비싼지 확인할 수 있을 거다. 긴장되면서도 궁금하다.



  치과 치료 받는다고 외식도 안 하고 돈도 아껴쓰고 심지어 커피도 밖에서 잘 안 사먹게 되다 보니 의외로 생활비가 좀 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밖에서 사먹는 것도 습관인지, 또 안 먹다 보니까 뭘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네 번의 치료가 더 남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치료를 해서 뭐가 좋아진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안 한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하고 생각하고 있다.



  저녁 때 두부를 구워서 찍어먹고 남은 간장을 뚜껑을 닫지 않고 그냥 뒀더니 싱크대 쪽에서 간장 냄새가 진동한다. 집에 한국 간장이 있는데도 이상하게 일본식 간장이 맛있게 느껴져서 뭔가를 찍어먹을 때는 마트에서 초밥 사면서 들고 온 일본식 간장에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려서 먹는다. 만두도 그렇게 해서 먹고 오늘 두부도 그렇게 해서 먹었고 또 며칠 전에 틸라피아 필레를 구워서 찍어먹었는데 희한하게 맛있었다. 생각난 김에 만두를 구워먹을까?



  매주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샐러드용 채소를 묶어서 파는(설명하기가 어렵다) 것을 사오는데 그걸 혼자 먹다 보니 한계가 있어서 반 정도 먹다가 채소가 시들고 물러서 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이왕 먹는 샐러드 맛있게 먹어보자고 시즈닝된 크루통을 사왔더니 샐러드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되었다. 한 가지 문제는 샐러드에 드레싱 치고 크루통만 뿌려도 반찬 하나로 충분하다 보니 기껏 사다놓은 채소를 요리해서 먹을 의욕이 없었다는 거다. 가뜩이나 바쁘고 피곤하기도 했지만...지금 냉장고에 무 반쪽, 가지 한 개, 당근 한 묶음, 브로콜리 한 송이, 파프리카 한 개 등 대부분의 채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채소들 사올 때까지만 해도 뭘 해서 먹을 건지 큰 그림이 다 그려져 있었는데. 주말에는 장조림도 하고 여러 가지 요리도 할 생각이다.



  이번 학기 내내 주 초반에 너무 바쁘고 후반에는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보니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좀 고치도록 노력해야겠고 빨리 추수감사절 연휴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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