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 늦게 일어나서 집에만 있었는데 공부도 잘 안돼서 기분 전환할 겸 써본다.


1. 나를 보내지마(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만큼이나 답답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혁명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자기 목숨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초연할 수 있는지는 이해가 잘 안된다.


2. 무신예찬(피터 싱어, 마이클 셔머, 그렉 이건):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수준의 편차가 무척 크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내가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뒤로 갈수록 심도 있는 글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다.


3. 초조한 마음(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에서 간만에 보는 우유부단한 남성상이라 느낌이 새로웠다. 앞부분에서 묘사된 사건들이나 인물들보다도, 종반부에서 우연에 의해 휘몰아치는 전개가 더 인상깊었다.


4. 알레프(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은 읽어놓고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머릿속에 잘 안 남았는데 이 책은 재밌다고 느낄 정도로 좋았다. 미노타우로스 얘기가 나오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든다.


5. 한밤의 아이들2(살만 루쉬디): 1권에서는 언급된 적 없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들의 비극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서 소름끼쳤다. 덤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된 것 같다.


6.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두 번인가 도전했지만 역겨워서 끝까지 못 읽었는데 순전히 히친스의 '논쟁'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엔 다 읽었다. 화자인 험버트가 자신이 돌로레스의 삶을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어서 비록 소설일 뿐이라고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7. 인간생태보고서(한나 홈스): 원제가 '잘 차려입은 유인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에서는 인간을 유인원에 빗대어 묘사하지 않아서 우리말 제목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뒤로 갈수록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8. 사랑의 단상(롤랑 바르트): 두 번째 읽은 건데 처음 읽었을 때보다도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그냥 읽는 것보다도, 따로 적어놓고 싶은 구절들이 많았다.


9. 의식의 재발견(마르틴 후베르트): 뇌에 관한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 '에고 트릭'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사회 속에서의 자아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는 인간의 자아를 마냥 기계적 기관들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10.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임석재): 30쪽부터 50쪽까지가 페이지가 온통 섞여 있어서 너무 짜증이 나서 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엔 읽었다. 철학의 인식론의 발전에 따라 건축 기술이나 형태가 변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11.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지그문트 바우만): 2장까지는 서론의 내용이 반복해서 나와서 '이해할 때까지 계속 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한 민족이 어떤 계기에 의해 돌출의 형태로 홀로코스트를 행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이고 분업화된 사회에는 그것을 제재할 만한 수단이 없어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12. 숨그네(헤르타 뮐러)(읽는 중): 장편소설보다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수용소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열한 소설이다.


13. 터부(하르트무트 크라푸트)(읽는 중): 아직 초반부밖에 읽지 않았다. 차례만 봤을 때는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근친상간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그것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초반부에는 특정 민족을 낮추는 호칭 등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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