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나고 다시 영어공부를 하려니까 진짜 집중이 전혀 안된다.


0. 숨그네(헤르타 뮐러): 초반부부터 화자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명시해서 안심하고 읽었는데 수용소에서보다 수용소를 나와서의 삶이 더 참혹한 것 같다고 느꼈다.


0. 터부(하르트무트 크라푸트)


1. 통섭(에드워드 윌슨): 읽은 지 오래된 책인줄 알았는데 한 달 좀 전에 읽었다는 것이 좀 놀랍다. 요즘들어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현대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신의 존재에 근거하여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입장과 대치하는 이론들을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계몽주의, (철저히 이 책만 봤을 때) 에드워드 윌슨으로 대표되는 불가지론 등의 위치를 머릿속에서 배치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놓고도 이해 못하고 있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2. 거울 속의 거울(미하엘 엔데):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 주제나 표현이 간명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중반부까지는 무슨 내용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교실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이 형태만 달리 해서 나타나는 식으로 각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상수학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예로 도너츠와 손잡이 달린 머그컵이 위상적으로 같은 도형이라고 말하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표현한다면 제대로 된 설명일까. 오늘 집에 들어가면 엔데의 또 다른 작품인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를 읽어보려고 한다.


3. 이방인(알베르 카뮈)


4.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지그문트 바우만): 바우만의 많은 책들이 얇은 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특별히 더 얇다. 제목만 알고 도서관에 가서 찾다가 깜짝 놀랐다(이런 책을 12,000원에 판다니ㅂㄷㅂㄷ). 심지어 초반부에는 글의 밀도도 낮아서 원래 두꺼운 책의 한 장(章)으로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을 다소 공격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와 '수레바퀴 밑에서'의 두 주인공을 한 데 모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두 주인공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앞선 두 작품의 주인공들과 닮아있다. 찾아보니 '수레바퀴 밑에서'는 1906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1930년, '유리알 유희'는 1943년 작품이라고 한다.


6. 거짓된 진실(데릭 젠슨): 서문부터 참혹한 사건을 언급해서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대체 왜 절판됐는지??). 언젠가 읽었던 촘스키의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이 책도 역시 절판됐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었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이 책도 절판됐다)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7. 모두 다 예쁜 말들(코맥 매카시): 이전에 읽었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핏빛 자오선'과 비슷한 정도로 잔혹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대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따옴표로 묶인 대화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여러 사건들이 숨가쁘게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굉장히 정적이다. 존이 수용소에서 그를 암살하려는 소년과 싸움을 벌이는 부분이 제일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8. 소설의 이론(게오르크 루카치): 와 정말 어렵다. 그리스 소설을 설명하는 부분은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노발리스, 플로베르 등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돈키호테'는 학부 때 우리 나라 스페인 문학의 권위자이신 민용태 교수님의 교양 수업 때 배웠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도스토예프스키를 현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내지는 시작으로 본 부분은 굉장히 놀라웠는데, 루카치의 안목에 놀랐다기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루카치가 비슷한 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동시대를 살았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에 출생하여 1881년에 사망했고 루카치는 1885년에 출생하여 1971년에 사망했다).


9. 문학이란 무엇인가(장 폴 사르트르): 거의 한 달 반 가까운 기간 동안 10권을 채 못 읽은 것은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원래 목표는 '소설의 이론'을 가볍게 읽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빠른 속도로 읽고, 얼마 전에 산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에서 사르트르에 관한 부분만 읽는 것이었는데 두 권을 읽으면서 하얗게 불태워서 의욕이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프랑스의 작가들의 포지션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주된 독자층에 따라 달라진 것을 목격하는 것도 즐거웠고 당시 사르트르를 공격했던 여러 작가들을 신랄하게 논박한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10. 목소리의 結晶(롤랑 바르트)(읽는 중)



 철학이나 문학 이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어서 가끔 내가 감상이랍시고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최대한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러다가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믿음 때문인데, 이번 한 달 반 동안 읽었던 어려운 책들은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읽어서 소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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