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루종일 너무 바빴다.


 어제 피곤해서 10시도 되기 전에 잠들었더니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졌다. 아침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이고 해서 뭐하지 뭐하지 하다 핸드폰 게임 몇 개 다운받아서 하다가 지쳐서 여섯 시쯤 잠들어서 여덟 시에 깨서 겨우 아침을 챙겨먹었다.


 어제 청소기를 밀어버리니까 공부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불고기 생각이 났다. 지난 주 내내 자연식에 가까운 식단을 반복하면서(브로콜리 데쳐서 먹기, 오이 썰어서 먹기 등등) 질려서 평소에는 딱히 좋아하지도 않던 불고기 생각이 났었나보다. 그래서 요리법 몇 가지를 찾아보다가 11시도 되기 전에 집 근처 마트에 가서 참기름, 배, 당근, 버섯 등을 사왔다. 아 그리고 이사오던 날부터 사고 싶었던 물걸레 키트까지 사왔다 헤헿


 아무튼 그렇게 집에 와서는 불고기 양념을 만들었다. 미리 사둔 양파, 골파 등을 사용했는데 요리법에는 대파만 나와 있어서 골파의 양을 잘못 가늠한 나머지 약간 초록색을 띠는 양념이 완성되었다. 그러고는 뭘 했더라...아마도 그 다음에 점심을 챙겨먹고 다섯 시까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다섯 시부터 기숙사 사생 모임이 있었으니까. 거기서 출국자 모임 때 만났던 한국분들과 조우해서 대화를 나누다 여섯 시 반 좀 전에 들어왔다. 고기는 목요일에 사왔던 스테이크용 립아이였는데 냉장실에 넣고 해동을 시켜놨던 것이었다. 스테이크용이다보니 고기가 너무 두꺼워서 저미느라 고생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핏물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0분 동안 찬물에 재웠다가 꺼냈더니 고기가 하얘져 있어서 놀랐다. 그것도 모자라 고기는 0.690lb인데 반해 양념은 500g에 맞춰서 만들어서 당연히 양념이 남을 줄 알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고기랑 양념이랑 양파, 버섯(간 양념에 넣은 것 외에)을 넣고 주린 배를 움켜쥔 채로 30분을 더 기다렸다.


 뭐 어쨌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토록 푸릇푸릇하던 양념은 익히고 나니까 예의 불고기 빛깔로 변했고 고기가 조금 두껍긴 했어도 맛있었다. 딱 내일 한 끼 먹을 만큼만 남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밥을 4인분 안쳐놓고 양배추 반 통을 삶은 다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원래 오늘 빨래를 할 생각이었지만(지난 주 수요일에 했으니 이르긴 했다) 그러면 지하 세탁실에서 12시가 지나고 나서야 올라올 수 있어서 그냥 내일 하기로 하고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은 집 전체에 밥 냄새가 난다.


 내일 개강이라니. 2월에 합격해놓고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 것 같더니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제 5년을 엄청난 스트레스와 업무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일요일만큼은 오늘처럼 보냈으면 좋겠다. 몸은 바쁘고 지쳤지만 나름대로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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