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학교에 갔는데 도시락 데우러 나왔다가 열쇠를 연구실 안에 두고 문을 잠가서 두 시간 만에 집에 왔다. 할 것도 많은 주제에 잘 하는 짓이다, 어제 내내 놀아놓고 진짜 어쩌려고 그러냐,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는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았으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목요일에 보는 시험 공부를 좀 하다가 낮잠을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집에 있는 채소(고구마, 감자, 그린빈, 브로컬리, 파)를 전부 손질해서 일부는 삶고(고구마, 감자), 브로컬리는 저녁 때 먹을 만큼만 잘 데치고 나머지는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놨다. 그린빈은 잘 삶았고 파는 다 썰어서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된장찌개를 끓여서 냉장고에 있던 불고기(국물 내기 전에 볶으면서도 상한 게 아닌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무, 감자, 양파도 전부 처리했다. 저번에 만들어놓고 한 번도 먹지 않았던 닭육수도 처음으로 써봤다. 하여튼 이렇게 뭔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해야 식재료가 줄어드는 게 보인다. 지금은 기숙사 지하실에 빨래를 돌려놓고 집에 올라와 있는데, 설거지를 하려고 봤더니 수세미까지 전부 세탁기에 넣어버려서 설거지를 할 수가 없어서 밥만 안쳐놓고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오늘보다 어제 한 요리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자주 이용하는 요리 어플이 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꼭 새벽 3시 30분에 추천 레시피 알림을 보내는데 어제 알림으로 왔던 표고버섯 튀김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마침 그저께 양송이 버섯 사다놓은 게 있어서 호기롭게 요리법을 보는데, 맙소사 튀긴 버섯을 볶을 때 쓰는 양념치킨 소스를 만드는 데 케첩이 필요했다. 30분 정도 장을 또 보러 갈까(사실 장 보러 가는 김에 과자를 사오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냉장고 야채칸에서 말라가는 토마토 생각이 나서 직접 케첩을 만들기로 했다.




  케첩을 만드는 거랑 버섯을 튀기는 것 중 뭐가 더 재미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결과물은 훌륭했다. 일단 케첩은 시판 제품처럼 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간도 잘 맞춰졌고 무엇보다도 향긋하다. 냉장고에 있던 토마토 세 개를 전부 사용하는 부수적인 이점까지 있었다. 버섯 튀김은 또 다른 의미에서 뜻 깊은데, 그 동안 세 번이나 튀김 요리를 시도했는데 매번 튀김옷이 저절로 풀려버리는 바람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밀가루를 묻히기 전에 계란옷을 입혀서 성공했다. 나도 이제 두 번 튀겨서 튀김옷을 바삭바삭하게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ㅠㅠ그리고 직접 만든 케첩을 넣어서 만든 소스도 진짜 치킨 소스맛이 나는 데다 버섯 자체가 닭고기보다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모든 요리들 중 가장 맛있었다. 비록 버섯 양이 많지 않아서 세 끼 먹을 만큼밖에 안 나와서 이젠 없지만. 


  빨리 빨래가 다 됐으면 좋겠다. 건조가 끝나려면 아직도 20분이나 남았다. 세탁실에 내려가기 전에 밥이나 반찬통에 옮겨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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