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우울해서 엄청 늦게 자고 학교도 안 갔다. 오후 네 시까지 집에서 늘어져 있다가 좀 기분이 나아져서 연구실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프라푸치노 하나 사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포켓몬고 하면서 학교 보건소 앞에서 삐삐 잡아서 오자고 집을 나섰다. 지난 바위포켓몬 이벤트 때부터 출퇴근할 때마다 지나는 학교 보건소 앞에서 매일 한두 마리씩 삐삐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요일 오후에 맨몸으로 돌아다니다 교수님과 마주치면(실제로 건물 밖에서 교수님들과 마주친 경우는 거의 없지만) 곤란할 것 같아서 빈 배낭까지 들고 나왔다.


  음 그런데 웬일인지 매일 보건소 앞 포켓스탑에 붙어서 서 있던 삐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따 집에 올 때 다시 봐야 하나 하고 그냥 계속 걸었다. 기온도 27도로 꽤 높고 햇볕도 따가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덥지는 않았다. 계속 걷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연구실에 들러 필사할 책과 다른 공부할 것들을 들고 나와 스타벅스로 갔다. 한국에서도 프라푸치노는 해피아워 때에만 몇 번 먹어봤던 지라 메뉴판을 봐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자바칩을 주문했다. 학생증을 제시해서 면세가 되어 3.95달러였다.


  프라푸치노 마시면서 걸어오는 내내 계속 기분이 좋았다. 어쩐 일인지 집에 오는 길에도 삐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영화 보면서 운동도 좀 하다가 냉장고에 오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오이냉국 해먹었다. 우리 집은 오이냉국에 항상 된장을 넣어서 먹었는데 어플에 나오는 레시피에는 된장 넣는 것이 없어서 소금 대신 된장을 넣고 버무려서 먹었다. 식초가 좀 많이 들어갔는지 찡한 느낌이 있지만 시원하게 잘 먹었다.




  방학 시작하고 거의 한 달 내내 부모님과 통화할 때 말고는 대화다운 대화 한 번 해보지 못 하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운동하다 보니 우울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었는데 맛있는 것들 먹고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이제 씻고 오늘 공부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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