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 때 동기와 계절학기를 최대한 이용해서 코스웍을 빨리 끝내기로 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같이 통계수업 하나를 듣고 나는 따로 수학과 수업 하나를 듣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지난 주부터 그 결정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계절학기를 들으면 적어도 계절학기를 듣는 기간엔 이 친구를 매일 볼 수 있으니 혼자 심심해할 일은 없지만 문제는 수학 수업이 아침 8시 40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방학 내내 어쩌다 일찍 일어나면 8시에서 9시, 보통은 11시에서 12시, 심하면 오후 2시에 일어나서 느릿느릿 연구실로 기어가던 주제에 아침 수업을 들으러 주중에 매일 7시에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어제는 세탁실에서 빨래 꺼내오고 재빨리 설거지 끝낸 다음 새벽 2시 20분 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못 일어날까봐 불안해서 거의 4시까지 잠을 못 잤다.



  아침에 알람소리를 듣고 몇 시냐! 하는 불안감이 확 밀려와서 핸드폰을 보니 이럴 수가 7시 20분이었다. 내가 이 시간 알람을 듣고 일어나다니! 기쁜 마음에 나만큼 걱정하시던 부모님께 일찍 일어났다고 연락을 드리고 나설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왔을 때가 8시 20분이었다. 아니 근데 무슨 아침인데도 햇볕이 엄청 따가웠다. 요즘 일출시간이 6시 15분 전후라서 그런가 기온은 21도밖에 안 되는데도 한낮같았다.



  아침 수업은 대학원 5레벨 수업인데도 학부 1학년 수업과 다름없어서 좌절했다. 그래도 성적은 잘 받을 것 같으니 괜찮겠지.



  수업이 끝나고 연구실로 와서 커피 마시고 오늘 필사 과제를 했다.



  11시부터 시작되는 통계 수업도 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웃기는 건 아무리 쉬워도 대학원 과목인데 이전에 통계 과목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학부생이 꽤 많이 수업에 들어와 있던 거다.



  동기랑 연구실로 돌아오는데 학교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군데군데 막힌 곳이 있어서 당황했다. 동기는 처음 얼마간만 학교에 나오다가 시카고에 있는 친구 집에 있었고 미시간도 갔다왔다고 했다(거참 좋겠구만).



  오늘 낮 최고기온이 34도라고 해서 해 질 때까지 연구실에 박혀있을 생각이었는데 맙소사 4시 50분에 정전이 됐다. 무슨 안내방송도 없고 안내메일도 안 와서 당황했다. 어떡할까 한 5분 고민하다가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됐던 것인지 건물을 나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몰시간이 9시 20분 정도이니 정확히 하루 중 가장 더운 피크타임에 전기가 나가서 집으로 가는 참사가 벌어진 거다. 온도도 온도이지만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이라서 햇볕이 엄청 뜨거웠다. 화상입는 줄 알았다. 걸어가면서 혹시 내 집도 정전됐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냉장고 전원 나가면 그거야말로 진짜 재앙인데. 8월 초에 한국 가기 전에 냉장고를 전부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밖은 엄청 더웠는데 집은 서늘해서 다행이었다. 씻고 나와서 에어컨 켜고 알로에젤 바르고 시원한 거 마시니 정말 좋았다. 저녁은 뭐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파스타를 먹었다. 파스타로 배가 불러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서 8인분 분량의 면 상자의 반을 전부 끓였다. 귀찮아서 채소같은 건 하나도 안 넣고 토마토 소스만 넣었다.



  그리고 또 뭐했더라. 거실에 깔아놓은 요가매트에서 한 시간 넘게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해가 떠 있었다. 햇볕 가리려고 거실에 암막커텐을 쳐놨더니 까맣게 모르고 있던 거였다.



  그러고 나서도 또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이 시간이다. 밤 10시 48분인데 기온이 29도다. 미친 것 같다 정말. 침실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거실에 에어매트리스 깔아놓고 자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피곤하고 하루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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