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교 생활


 지난 주에는 두 번째 help session, 첫 번째 수업 발표, 세미나 참관, 시험 감독, 그리고 conversation group까지 무사히 끝냈다. 조교수업이랑 발표 때문에 청소도 못 하고 일요일까지 학교에 갔어야 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끝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help session은 내가 생각해도 확실히 저번보다는 잘한 것 같고, 발표는ㅜㅜ교수님이 분명 발표 전에 슬라이드 보시고 괜찮아 보인다고 하셨으면서 막상 발표 도중에는 이론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이론적인 내용은 건너뛰고 intuition만 말하라고 하셔서 좀 멘붕했다. 두 번째 발표가 바로 다음주이니 다음 발표는 더 잘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도 화요일 10시 반 시험, 저녁 7시 발표 이렇게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다. 그 다음주 금요일에는 세미나 수업 숙제를 내야 하고(이번 학기 과목 중 가장 재밌는 과목인데 숙제가 너무 어렵다) 또 그 다음주 수요일에는 코딩 숙제를 해서 내야 한다. 지난 주에 블랙보드에서 숙제를 확인하고 결국 올 것이 온 건가, 싶었다. 한때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썼던 태그가 '일상' 다음으로 '코딩유망주'였을 정도로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코딩은 내내 내 발목을 잡았고 그 때문에 고생도 꽤 많이 했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번 숙제는 Newton method, gradient method 같은 걸 구현해서 해를 구하는 숙제라서 의외로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리 시작해야겠다.



2. conversation group


 8월 말부터 학교 writing lab에서 주관하는 conversation group에 가고 있다. 매주 하루씩 평일 중 가장 마음이 가벼운 목요일과 금요일에 번갈아서 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금요일 모임에 갔는데 저번 모임 때도 만났던 일본인 visiting scholar 아저씨, 그리고 미국에 오기 전 출국자 모임에서 뵀던 한국인 언니가 먼저 와 계셨다. 그리고 조금 늦게 어떤 백인 친구가 와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콜롬비아에서 온 visiting scholar라고 했다. 와 지금까지 갔던 모임 중 가장 많이 떠들고 온 날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도 특별히 수다스러운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가족'과 관련해서 콜롬비아와 한국이 어떻게 다른지 계속 질문을 해와서 거의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평소보다도 훨씬 유창하게 말했던 것 같다고 스스로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우리 과 인도인 동기인데, 그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다가 막히면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아차려서 평소에는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기도 한다.



3. 아메리칸 울트라


 아마존 프라임 영화에 '아메리칸 울트라American ultra (2015)'가 추가됐다는 것을 이메일로 받아서 어젯밤에 봤다. 안 그래도 요즘 영어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영화를 보면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영어 듣기를 연습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였다. 등장인물 모두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하고, 중간중간 모르는 단어가 있었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슬랭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잔인해서, 그것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피가 튀어서 엄청 무서웠다. 분명 병맛코드의 영화라고 들었는데, 이건 병맛도 아니고 그냥 잔인하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공부가 된다는데 이 영화를 또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4. 80/90


 언젠가부터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 커피머신이 작동을 안 한다. 맛이 꽤 괜찮고 가격도 1.50달러로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거스름돈으로 25센트를 두 개씩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그렇다고 도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기에는 지하 통로를 통하더라도 너무 멀다. 그래서 오피스가 있는 층에 있는 커피 머신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여기선 블랙 커피를 대용량은 90센트 (그래봐야 스타벅스 톨 사이즈 2/3 정도밖에 안 된다), 보통 용량은 80센트에 사서 마실 수 있다. 그렇다고 맛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 단점은 쿼터를 받을 수 없다는 것ㅎ; 정도다.


 처음에는 80센트 짜리를 마셔봤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10센트를 더 내고 대용량을 마시게 되었는데, 또 어느 날부터는 1달러를 넣으면 거스름돈으로 20센트가 나온다. 처음엔 내가 자판기 버튼을 잘못 눌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오는 양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20센트가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커피를 싸게 마실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제 10센트 동전이 제법 쌓였다.



5. 신용카드


 학기 초에 그렇게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아서 고생스럽더니, 이제 TB(폐결핵) test 받는 것 외에는 모두 끝났다. 지지난 주에 social security card가 집에 도착해서 학교 보험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미국에 정착하려면 신용카드로 신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여기 오기 전부터 들어서 신용카드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한 군데 신청해 놓고 나니 부담스러워진 거다. 살면서 과소비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은 없지만 갑자기 내가 무분별한 소비를 할 것 같고 카드대금도 제 때 못 낼 것 같고 저축도 못 할 것 같고 그렇다. 그래서 이번 달 stipend가 나오면 사려고 카트에 추가해뒀던 물건들을 몇 번이나 다시 보면서 뺐다 넣었다 하고 있다.


 8월 초에 미국에 와서 돈을 허투루 쓴 적은 없다고 자부하면서도 예상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 사실 그것 때문에 무서운 거다. 그나마 8월 중순까지는 가계부를 열심히 썼는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수증만 모아놓고 가계부는 안 써서 뭔가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다. 화요일 시험이 끝나면 밀린 가계부를 전부 정리하고 진짜 생활비 내역을 작성해야겠다.



6. 진로


 이번 주에는 동기랑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대학 선배님들 몇 분께도 연락을 취해서 여러 조언을 들었다. 사실 미국에 와서 경영대 나오면 다 미국에서 교수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정말 그럴까? 하고 의심을 하면서도 거기에 도취되어 있었다. 우리 과는 경영대보다도 산공과에 가까우면서 말이다. 선배들 말씀을 들으면서 드디어 은연 중에 품고 있던 거품이 터진 것 같다. 나쁜 뜻은 전혀 아니다.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코스웤은 최대한 열심히 듣고, 그러면서도 최신 논문들 열심히 읽으면서 트렌드를 읽고, 잘 모르는 남들이 내 연구에 관해 무슨 말을 하든 휩쓸리지 말고 꿋꿋이 밀어붙이자는 것, 그리고 바라던 대로 졸업하고 바로 교수가 되지 못해도 절대 좌절하지 말고 차근차근 연구 경력을 쌓겠다는 것 뭐 이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를 굉장히 거창하게 쓴 것 같긴 한데 이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로 써야 더 절실하게 느낄 것 같아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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