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피스메이트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에 올 생각인가보다. 지난 주에는 월요일에 한 번 봤고 그 다음에 목요일이었나, 금요일이었나 와서 필요한 물건만 와서 찾아서 다시 갔다. 동기는 여전히 학교에 오지 않는다. 처음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1학년 중 학교에 나오는 사람들은 prelim 시험을 앞둔 경제학과 사람들 뿐이라서 오히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학교에 매일같이 나가면서 연구 진도가 확확 나간다면 내 생활에 확신이 생길 텐데, 요즘은 교수님이 주신 과제 공부하고 영어 공부하기에도 바쁘다.


  영어공부는 gre 공부할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ㅋㅋㅋㅋㅋㅋ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수능 준비할 때나 대학교 1학년 때 토익 공부할 때나 gre 공부할 때나 토플 공부할 때나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던 시기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미국에 와서 내가 정말로 공부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뭐가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공부의 방향을 잡아서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매일 30분씩 책 필사를 하고 나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문법책(grammar in use advanced) 챕터 두 개씩 공부하고 또 다른 영어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서 CNN 10을 두 번 듣고 script를 보면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다시 들은 다음 스크립트를 소리내서 읽는다. 드라마 보면서 단어와 표현 정리하는 것은 주말에만 한다. 말하기 연습도 좀 더 해야 할 것 같지만 일단은 머릿속에 단어와 표현을 채우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서 이 정도로 하고 있다. 사실 이것만 매일 해도 정말 벅차다. 이 시간 만큼 연구에 시간을 들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그렇지만 내가 원어민이 되어서 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온전히 연구에만 쓸 리는 없으니 억울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가면서 아주 조용하고 좋다. 윗집에는 새벽에 가구 조립을 하기도 하고 늘 의자를 질질 끌고 다니며 한 번은 여행가면서 개만 혼자 방에 두고 가서 같은 건물 사람들 전부를 열 받게 하던 사람이 살고 있었고 옆집에는 새벽 세 시까지도 자기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는 인도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나가니까 너무 좋다.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새로 입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거다. 그런데 아까 오후부터 위층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요즘 내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졸업 후의 진로,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될 곳, 가족들과의 거리, 언제 할지 모르는 결혼, 기타 등등. 물론 이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골머리 썩힐 만큼 현재 상황이 한가하지는 않다. 이번 방학의 내 목표는 1) revision 받은 논문 수정해서 재제출 2) 연구 제안서 교수님께 드리고 개강하자마자 드래프트 제출 3) 조교 영어시험 통과 등이라서 당장 보이지도 않는 먼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차라리 딴 생각할 여유 없이 바빠서 다행이다.



방학하자마자 만든 돈까스



월요일에 내 방에서 찍은 풍경. 주차장에 차가 없다.



화요일에 만들어 먹은 팽이버섯전


  아 잊어버리고 안 쓸 뻔했다. 목요일에 모처럼 일찍 일어난 김에 학교 보건소 가서 menB(Trumenba Meningococcal Group B) 접종 받고 왔다. 작년 11월에 1차 접종을 하고 6개월이 지나서 2차 접종을 한 거다. 한국에서 맞은 수막구균 접종은 학교 보건 포털에 검색해 보니까 MENINGOCOCCAL - QUADRAVALENT 이라고 되어 있는데 뭔지 모르겠고 보건소에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menB가 더 좋은 거라고 하셔서 추가로 더 맞았다. 학교 보험으로 실비 처리 돼서 1, 2차 모두 무료로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서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 놓은 자리를 못 찾으시기에 불안했었는데 저녁 때 집에 와 보니까 부어오른 자리와 반창고가 붙어있는 자리가 달랐다^^^^^^물론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제까지 사흘 동안 팔이 뻐근하고 두통이 심했는데 오늘은 괜찮다.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주일의 기억  (0) 2018.01.06
20170729 인터넷 쇼핑  (0) 2017.07.29
여름방학  (0) 2017.05.21
20161112 토요일  (0) 2016.11.13
생활의 즐거움  (0) 2016.11.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