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8시 20분 비행기로(40분 지연출발했지만) 한국을 떠나서 여기 시간으로 일요일 저녁 8시 좀 넘어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고 월요일 새벽 2시에 집에 와서 벌써 이틀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새벽 6시 반에 일어나더니, 미국에 돌아와서도 월요일엔 좀 늦게 일어나고(10시 반) 화요일엔 한국 가기 전과 별 다를 거 없이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서 어쩌면 난 시차에 금방금방 적응하는 체질일지도 모르겠다는 헛된 꿈을 꿨었는데...시차적응을 잘 한 게 아니고 그냥 밤잠이 없어진 거였다.


  오후 3시부터 어서 잠들어 버리라고 보채는 몸과 싸워야 했고, 급기야 저녁 6시에는 잠깐 엎드려서 30분 동안 자기까지 했다. 사실 그냥 집에 왔어도 됐던 시간이었는데...아무튼 자다 깨자마자 짐 챙겨서 나와서 힘겹게 집에 도착해서 옷만 갈아입고 자려고 알람 맞춰놓고 침대에 누웠는데 아파트에서 화재 경보기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화재 경보기가 하도 자주 울리다 보니 그냥 무시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그냥 자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알람 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커졌고, 기숙사 스탭들이 밖으로 나오라고 문을 두드려 대서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불이 난 것이 아니라 화재 경보기 점검 및 탈출 연습이었다. 이거 5월에도 하지 않으셨나요...대체 왜 또...거기다 왜 하필 이 시간에...그래도 금방 정리되긴 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아무 방해도 없는 상태가 되어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다 깨어 보니 밤 10시 44분이었다. 와 낮잠을 무슨 세 시간이나 잔 건가. 잘 자고 일어나서 몸이 가뿐해지긴 했지만 몸이 가뿐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시간은 아닌 것 같다. 거기다 몇 시간 있으면 또 잘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밥도 가뿐히 먹자고 포도랑 요플레 갖다가 먹고 있다.


  내 오피스에는 1학년 두 명이 더 들어와서 이제 책상 개수와 딱 맞는 4명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내 동기네 오피스에는 무려 세 명이 더 들어와서 오피스를 다섯 명이 쓴다고 한다. 아무리 나랑 동기네 오피스가 다른 곳보다 좀 크다고 해도 정원이 꽉 차 있으면 정말 북적북적하다. 바로 옆 연구실만 해도 책상 네 개에 학생 두 명이 배정되었는데 왜 이 두 곳만 꽉 채운 건지 모르겠다. 거기다 내 오피스는 여자 셋, 남자 하나고 동기네 오피스에는 남자 넷, 여자 하나가 배정되었다. 작년에는 성별 분리해서 배정한답시고 입학정원이 단 두 명인 과도 분리했으면서. 우리 방은 아직까지 네 명이 다 앉아있던 적이 없어서 아직은 좁아진 줄 잘 모르겠고, 봄 학기말부터 원래 있던 오피스메이트와 급격히 친해져서 얘랑 1년 더 방을 같이 쓰는 것도 좋고, 만약 동기랑 방을 같이 썼다면 지나치게 친해져서 둘다 망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정신승리하고 있다.


  어느덧 자다 깬지 50분이 되었다. 신나게 잘 자고 일어났으니 이제 원래 하려던 일들을 해야겠다. 한국에서 논문 한 줄 안 보고 놀던 게 습관이 돼서 그런가 아직 집중력이 완벽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연구는 앞으로도 몇십 년은 계속 해야 하니ㅜㅠ빨리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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