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잠깐잠깐씩 틈은 있지만 거의 하루 종일 두통이 있어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난 주 수요일에는 학교 병원에 갔었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의사선생님께서 진통제인 Naproxen과 nasal congestion 약을 처방해 주셨는데(진료받는 내내 재채기를 하도 해대서 알레르기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Naproxen을 아마도 금요일에 잃어버렸다...약국에서 한 번 리필 받으러 오라고 하긴 했는데 15일 동안 먹을 약을 너무 빨리 리필하러 가면 엄한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참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특히 실험을 하면서 신경을 바짝 썼더니 머리가 엄청나게 아프다. 방금 아스피린을 먹긴 했는데 안 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약을 사러 가야 할 것 같다. 약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금요일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였는데 설마 거기다 흘리고 온 건가? 의심스럽지만 연락이 아직도 안 온 것을 보면 학교나 집에 있는 것일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금요일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했는데 이것도 두통 때문이다. 미국에 오기 전에 손목이 저리고 머리가 아파서 손목터널증후군을 예상하고 정형외과에 갔더니 목과 어깨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물리치료를 받았던 기억 때문에 의사선생님한테 혹시 목과 어깨 통증이 요즘들어 심해졌는데 이것 때문일까요 하고 여쭤보니 "흠 그렇군 아주 타이트하군" 하면서 물리치료사 명함을 주셔서 난데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막상 가보니 우리 나라에서 받았던 것 같은 적외선 치료나 진동치료 같은 것이 아니고 운동치료라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물리치료사 분께 집에서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우고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다 물어볼 수 있어서 무척 유익했다.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매일 하고 있는데 어째서 밴드를 이용한 어깨 스트레칭을 하면 팔이 아픈지는 잘 모르겠다.



  내 동기는 나 말고도 친구가 많지만 난 정말 별로 없다. 한국에서도 아주 오래된 친구들 아니면 먼저 연락을 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었는데 미국에서라고 쉽게 친구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 없고 한국에 있는 오래된 친구들처럼 장난치고 막말하는 척하면서 놀 수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다 보니 거의 보는 동기에게 정서적으로 거의 심각한 정도로 의지하는 편인데, 이게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연락을 자주 하거나 시도때도 없이 얘기하자고 하는 건 아닌데 상대방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지나치게 오래 고민하기 때문이다. 바쁜 것은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마찬가지이고 성격 자체가 다른 사람 일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지만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는 한국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조금씩 기울였을 관심을 거의 오로지 동기에게만 쏟고 있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나도 부담스럽고 피곤하고 만약 동기가 이 사실을 안다면 날 피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병원, 물리치료, 아카데믹 라이팅 수업, 미용실 등등 굳이 공유할 필요가 없는 영역들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중에 새로운 친구를 만날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생활 반경을 넓히는 것은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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