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지난주 화요일 아침에 학부 시험 감독을 하고 같은 날 밤에 기말고사를 보고 수요일 아침에는 화요일 아침에 시험을 보지 않았던 학부생 친구들 make-up 시험을 감독하는 것으로 2018-2019년 한 해가 끝났다. 방학 시작하고 뭘 했나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엉망진창이다. 일단 계속 벼르고 있던 니트 빨래 및 겨울옷 정리, 침구 세탁, 냉장고 정리 등의 집안일은 다 끝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정말 고의가 아니라 순전히 매일같이 늦게 일어나서 수요일에 시험 끝나자마자 청소하러 집에 온 이후로 단 하루도 학교에 가지 못 했다. 이번 주는 그나마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아주 조금 나았지만 매일 늦게 일어나고 출근하다 급기야 오늘은 또 학교에 안 갔다. 늦게라도 마음 고쳐먹고 장 보러 갔다 와서 운동한 게 잘한 건가. 하루 종일 자책하긴 했지만 글로 써놓고 보니 정말 엉망진창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새벽 두 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어 네다섯 시간 자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대학원에 와서는 학부 때처럼 오전 수업이 많지 않고 고등학교 때처럼 학교에 늦게 왔다고 벌을 받지 않으니 그냥 아주 늦게 자고 아주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번 학기에 들었던 통계 수업은 아침 9시에 있었는데, 같이 듣기로 한 동기가 정말 아침 수업을 들을 수 있겠냐고 몇 번이나 물어본 이후에 등록했을 정도였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공부 시간이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솔직히 요즘은 많이 부족하다), 서른 한 살 씩이나 되어서 다음 날 몇 시에 일어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부터 두 달에 두통 때문에 처방받았던 hydroxyzine을 다시 먹기로 했다. 처음 처방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먹으면 1시 반쯤에 자서 7시에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약"이라고 하셔서 내가 수면유도제까지 먹어야 할 정도인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찾아보니 졸음이 오는 것이 부작용인 항히스타민제였다. 사실 벌써 새벽 2시 47분이라서 한 시간 반 뒤에 잠드는 것도 너무 늦은 것이긴 한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노력은 이런 것 같아서 일단 일주일만 먹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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