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곱 살 때 부모님과 그 당시 살던 동네 근처 백화점에 가서 봤던 '욤욤공주와 도둑'이 생각나서 검색해봤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라서 혹시나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거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네이버 영화 정보에도 뜨고, 그 영화를 무척 재밌게 봤다는 블로거들도 몇 있었다.


 감독판이 따로 있는 건 몰랐는데, 마침 들어간 블로그에 원작이 있어서 보다보니 너무 익숙하고 낯익은 장면이 나왔다. 공주가 궁으로 끌려온 신발 수선공을 처음 만났을 때 그를 곁에 두기 위해 일부러 신발을 꺾는 장면인데, 난 여태껏 이 장면이 어느 영화에 나온 건지도 모른 채 20년 가까이 궁금해하기만 했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느닷없이 기분이 묘해졌는데, 어렸을 때 뭐 하나 본 것이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도 신기하지만 아마도 너무 어려서 몇 년 후면 그 영화를 봤다는 것도 기억 못할 자식이 영화를 보고 좋아할 것 같아서 극장에 데려가셨을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욤욤 공주'를 떠올리면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고 노란색 벙어리 장갑을 잃어버린 것에 속상했던 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요즘 나이를 좀 먹었다고 부모님이 어렸을 때 해주셨던 것들이 자꾸 생각나는데 난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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