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힘든 하루였다.


 아침에 학생세미나가 있어서 지난 주 금요일 이후로 처음으로 일찍 일어나서 출근했다. 그랬는데도 10분 늦어서 커피를 사갔다. 어제 학교 커뮤니티 글을 눈팅하다가 아침잠이 많고 혈압이 낮은 소음인들에게는 아침 커피가 활력소가 된다고 하는 글을 봐서 그런지 커피를 다섯 잔이나 샀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신입을 바짝 쪼는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는 다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2시 반부터 술을 마셨다. 1차는 양꼬치집이었는데 맥주, 소주, 이과두주를 마셨다. 다행히 난 아직도 나이막내+주량 메리트 덕분에 맥주만 두 잔 마셨다. 두 모금 마셔본 이과두주는 냄새는 사과주스 같고 좋았지만 소름돋는 맛이 났다.


 아무튼 그렇게 세 시 반까지 마시다보니, 오늘 조교신청서 쓰러 가기로 했던 것이 생각나서 일하는 단과대 건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술냄새가 날까봐 껌도 사고 조교실에 가서 코트에 방향제도 뿌리고 갔다. 신청서를 쓰고 나와서 열쇠도 없는데 어떻게 도망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자리를 옮겼다는 연락이 와서 얼른 따라갔다.


 예전에 우리 연구실에 계시던 선배님도 오시고 하기 힘든 여러 얘기도 하고 좋은 시간이었지만 공부를 요즘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교수님은 아픈 거 다 나을 때까지 좀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지만 감기가 열흘 넘게 안 낫고 있는 상황에서 더 쉬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 다섯 시 반 쯤에 선배님께 말씀드리고 연구실로 왔다. 그리고는 바로 집중이 되지 않아 편의점에서 오렌지주스를 사고 피아노를 치고는 지쳐서 연구실에서 졸다보니 술자리가 끝났는지 선배님 한 분이 연구실로 오셨다. 공부하겠다고 일찍 빠져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짐짓 공부하는 척하다 10시 15분이 되어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서 약 먹고 쉬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다.


 요 며칠 새벽마다 중고등학교 때도 안 보던 만화책을 보느라 늦게 잤다. 어쩌면 그래서 감기가 잘 안 낫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학창시절에 다 떼고 오는 것을 이제야 늦바람 들어서 하려니 시간낭비도 심하고 정신도 피폐해졌던 것 같다. 아무튼 질릴 때까지 보고 나니 이제 나도 한 시기를 지나쳐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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