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에 쓰면서 제목에 '3월 31일까지 읽은 책들'이라고 쓴 것은 어제는 책을 한 줄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정말 이상하다. 뭔가 바쁘긴 한데 영어공부 말고는 제대로 하고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논문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작년에 81권밖에 안 읽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정말 컸는데 올해는 왠지 작년만도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아무튼 며칠 전에 지도 교수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때문에 느낀 바가 있어서 오늘부터 4월 중순까지는 논문을 무조건 끝낼 생각이다.



1.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발터 벤야민): 12/31-1/8

 짧은 글들 여러 개를 묶어서 낸 책이다. 읽으면서 '일방통행로'와 '사유이미지'의 제목이 서로 바뀌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어서 유명한 철학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펭귄뉴스(김중혁): 1/2-2/13

 작년에 '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 대한 감상으로 '기존의 김중혁 소설과 다른 느낌의 글들'이 있다는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펭귄뉴스를 다시 읽고 내가 심각한 오해 내지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글도 쓰고 저런 스타일의 글도 쓰는 작가인데 굉장히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장편소설들 때문에(예를 들면 '좀비들'이라든가 '좀비들'이라든가 '미스터 모노레일'이라든가) 팬을 자처하면서도 '비교적 두서없고 가벼운 소설들'을 쓰는 작가라고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가 가장 좋았다.


3.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한스 라트): 1/5-1/11

 제목은 이렇지만 무신론자도 웃으면서 읽을 수 있을 책이었다. 


4. 계몽의 변증법(테어도르 아도르노, 막스 호르크하이머): 1/11-3/10

 작년에 읽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다시 읽은 건데도 역시 어려웠다. '오딧세이'가 정말 이 책에서 해설하는 대로 쓰여진 책이라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위르겐 하버마스): 1/15-2/23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사회과학서인 '액체근대'를 읽을 때만큼 고통스러웠다. 물론 책 전체가 그랬던 건 아니고 현대성의 시초에 해당되는 헤겔 부분은 정말 진도가 안 나갔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계몽의 변증법'이 이 책보다 훨씬 더 긴데 그 이유는 두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으려다가 이 책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이 책만 읽었기 때문이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지고 있던 '서양철학사'(렘프레히트)에서 헤겔 부분을 읽어보려고 했으나 이 책에는 헤겔에 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ㅜㅜ.......반대로 푸코에 관한 부분은 꽤 재미있어서 푸코의 주요저서로 꼽히지는 않는(것 같은) '문학의 고고학'을 샀다.


6.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비노): 1/20-2/1

 눈을 감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던 책이었다. 물론 그러면 글자를 읽을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마르코 폴로가 소개하는 도시의 면면들이 살아 숨쉬는 생활의 공간이기보다는 그림처럼 느껴졌다. 이런 책은 좀 '프린스 앤 프린세스'나 '밤의 이야기' 같은 그림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7. 뉴캐피털리즘(리처드 세넷): 2/23-2/27

 제목이 '뉴캐피탈리즘'이 아니라 '뉴캐피털리즘'이었다는 것을 지금 알고 충격받았다. 극도로 이상화된 자본주의의 맹점을 지적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소외가 어떠한 방식으로 발생하는지 설명한다.


8. 걱정의 반대말(벤니 린데라우프): 2/29-3/3

 예전에 내일의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은 난데없이 '네가 알고 있는 그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란다'라고 하더니, 이 책은 자기네 집안의 역사도 아닌 것을 마치 자기네 비밀인 것처럼 은폐하는 것이 그냥 웃겼다. 아무리 청소년 문학이라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걱정의 반대말'이라는 제목은 이 가족의 경제적 재기 내지는 자립과 관련된 것인데, 그들의 것도 아닌 비밀에 비해 그들의 노력의 비중이 너무 적고, 성공 또한 너무 어처구니 없이 쉽게 달성된 것 같았다.


9. 빅숏(마이클 루이스): 3/3-3/21

 초반부에는 마이클 배리 외에는 영화 속 인물들과 이름이 매치가 안 돼서 '대체 왜 이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거야?' 하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읽다보니까 명확해졌다. 감상은 영화를 봤을 때와 거의 비슷하다. 굳이 영화와 책을 비교한다면 지식 전달의 측면에서는 당연히 책이 낫지만 금융상품 용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영화가 낫다.


10. 자유의 감옥(미하엘 엔데): 3/22-3/28

 미하엘 엔데의 책은 대부분 좋아하는데 이 책은 굳이 읽고 싶어서 샀으면서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거울 속의 거울'은 그래도 여러 작품들간의 위상적 연결성을 파악한 이후의 쾌감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렇게 어렵게 써진 것도 아닌데 '뭐지?', '왜 이러지?' 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왜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우울증에 걸린지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11. 글쓰기의 최소원칙(도정일, 김훈, 박원순, 최재천, 김동식, 김광일, 배병삼, 김수이, 민승기, 이문재, 이필렬, 차병직, 최태욱, 김영하): 3/28-3/31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