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하던 것들이 전부 출국 준비였으면서 이제야 출국 준비라고 쓰려니 어색하다.


 뭐 지금까지 한 것도 있고 아직 안 한 것도 있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영어 공부하기


2. 친구들 만나기


3. 짐 정리하기


4. 책 읽기



1.

 이전에 썼던 것도 같지만, 2월 1일부터 EBS 외국어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Power English를 듣고 있다. 확인해 보니 방송을 듣지 않은 날은(본방송, 재방송 전부 포함해서) 4월 15일 단 하루밖에 없다. 처음에는 Ted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이 시작했었는데, 내 나름대로 짠 Ted 코스가 너무 시간을 잡아먹어서 점점 안 듣게 되어서 4월부터는 Power English만 듣게 되었고, 5월부터는 Easy English도 같이 듣고 있다. 20분 동안 영어로만 진행하는 Power English에 비하면 Easy English는 표현도 간단하고 다소 단순한 내용을 다루지만 그만큼 방송을 들으면서 따라 말하는 것이 용이해서 듣게 되었다. 이런 라디오 강의를 듣는 것이 미국에 가서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만(사실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몇몇 표현들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듣기를 잘한 것 같다.


 또 하나는 전화영어다. 전화영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의지가 아니었다. 가족 모임에서 사촌동생을 유학 보내신 경험이 있으신 작은 어머니께서 한국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 정도로는 말문이 열릴 수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시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듣게 된 것이었다. 주5일 하루에 10분씩 수업을 하고 거기다 교재까지 있다 보니 프리토킹을 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매일 영어로 말을 하고 글 쓴 것을 첨삭받을 수 있던 것은 좋았다. 근데 이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고, 오늘 마지막 수업을 했는데 목소리랑 이름밖에 모르는 강사님과 다시는 통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자꾸 아쉽다.



2.

 최근에 한 일들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주위 사람들에게 유학간다는 것을 널리 알리지 못 했다. 원래 인간관계가 협소하기도 했지만, 대학원을 오래 다니면서 친했던 사람들과도 많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3년 가까이 글을 올린 적 없는 페이스북에 유학간다고 널리 광고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알렸다가 조금씩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는 거였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다들 대학원에 있거나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가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자면서 시간을 내준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휴가 나온 군인의 기분이 이런 걸까도 싶었다(물론 난 군대를 안 갔으니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바쁘다고 두문불출하지만 않았어도 이 친구들하고 좀 더 오래 친하게 지내고 더 재밌게 놀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쉽다.



3.

 어제와 오늘(수, 목) 이틀에 걸쳐 연구실 짐을 다 빼왔다. 짐이 많을 것을 알고 빈 배낭과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갔었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다른 가방들까지 총동원해야 했다. 쓸모없는 짐들을 버리고 왔는데도 그랬다. 하필이면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어제는 캐리어를 버스 계단 위에 못 올리고 있으니까 어떤 고마운 분이 캐리어를 올려주셨다. 아 이걸 또 쓰다 보니까 갑자기 두통이 오는 것 같다. 겨울옷들은 그저께 세탁소에 맡겼는데 워낙 양이 많다보니 아직도 소식이 없다. 가능하다면 내일 오후 중에 겨울옷과 당장 보지 않을 책들을 선박택배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4.

 부끄럽지만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몇 권 있다. 그 중 몇 권은 봄 방학 때 와서 읽거나 가져가기로 하고, 정말 아쉬울 것 같은 것들만 챙겼는데 그 중 들고 간다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 같은 책이 있다. 바로 '총, 균, 쇠'다. 대학 다닐 때 70퍼센트 정도 읽다가 대출기한을 넘겨서 반납했던 것이 아쉬워서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50퍼센트 할인받아서 샀던 책인데, 이 책을 미국에 들고 간다면 벽돌 한 개를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다는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정말 부지런히 읽고 있다. 최근에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샀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 1권은 이미 다 읽었고 이제 2권도 중반까지 읽어서 이 책도 빨리 읽고 놓고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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