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에 자택 대피령 phase 1이 끝나고 단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phase 2가 시작됐다. phase 1과 phase 2의 차이는 이제 비필수적 외출과 25명 이하의 사회적 모임 활동이 가능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종교적 단체 활동이 허용된다는 것 등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집에 있다. 3월 초부터 학교에 잘 안 가고 사람이 없는 시간에만 장을 보러 갔고, 4월과 5월에 각각 하루씩만 외출하면서 두 달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시간 가까이 왜 우울함을 느끼는지에 대해 쓰다가 괜히 쓴 것 같아서 지웠다. 이전까지는 내가 왜 우울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글로 써서 실체를 확인하고 나니 확실히 기분은 나아졌는데 남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쓰기에는 좀 구질구질하다. 나는 살면서 운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운이 좋거나 안 좋았던 상황이 결국에는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믿고 싶지만 집에 혼자 있으면서 밥 먹고 연구하고 운동하고 집안일만 하다 보니 이제 내 운도 다 된 건가 하는 위기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필히 해야 할 고민이기는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아닌 것들까지 덩달아 고민하면서 진짜 늪에 빠진 것 같다. 좀 전에는 정말로 우울해서 아버지랑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제는 누구에게라도 우울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교수님이랑 동기한테 보낼 이메일에 뭐라고 뭐라고 쓰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지웠는데, 그들에게 말하지 않고 아버지한테 얘기해서 천만다행이다.

  확실히 버티기 쉽지 않다. 나는 혼자 사니까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을 수 있고 밖에 나가지 않고도 살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정신승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냥 아버지 말씀처럼 결국에는 잘 될 거라고 믿고 버틸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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