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올해의 목표는 책 120권을 읽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대학원생은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아니라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작년에 100권 읽기 목표를 정해두고 100권 넘게 읽은 것에 고무되어 목표를 상향조정한 건데 올해는 90권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책을 많이 사서 볼 만큼 금전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아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한 번 읽어서 정말 좋았던 책들만 사서 여러 번 보다보니 작년에도 읽었고, 그 전에도 읽었던 책들이 꽤 많다. 원래 7월 1일에 2013년 상반기 읽은 책 목록으로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이제야 올린다. 옆에 따로 적은 내용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수첩에 정리해둔 것들을 옮긴 것이다.


1. 호밀밭의 파수꾼(J. D. 샐린저): 재미있었다.


2. 미학오딧세이 2(진중권): 복잡하고 어렵다.


3.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 마술적인 느낌. 결말이 무서웠다.


4.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재닛 윈터슨)


5. 춤추는 죽음 2(진중권): 1편을 워낙 재밌게 봐서 그런지 2편은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1편보다 조금 엉성하게 느껴졌다.


6. 꿈꾸는 책들의 도시 1(발터 뫼르스): 뭔가 갈피가 안 잡힌다.


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유홍준): 재미는 있는데 슥슥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8. 월플라워(스티븐 크보스키)


9. 사랑의 역사(니콜 크라우스): 볼 때마다 새롭다.


10. 단 한 번의 연애(성석제): 내가 기대한 느낌은 아니었다.


11. (수전 블랙모어)


12.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편(진중권)


1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14.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15. 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


16. 핏빛 자오선(코맥 맥카시): 끔찍하다.


17. 파이이야기(얀 마텔)


18.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19. 미메시스(에리히 아우어바흐): 서문을 읽을 때부터 힘이 빠지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20.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팀 버튼)


21. 종이시계(앤 타일러)


22. 은교(박범신)


23.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스뚜르가츠키 형제): 난해하다....


24. 해를 품은 달(정은궐)


25, 26, 27, 28.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2, 3, 4(J. K. 롤링)


29, 30. 리스본행 야간열차 1, 2(파스칼 메르시어)


31. 연인(마르그리트 뒤라스): 재미없다.


32. 피아노 치는 여자(옐리네크): 난 영원히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할 것 같다. 심지어 또 연체됨.


33. 사랑을 위한 과학(토머스 루이스): 엄마들은 애들을 위해 집에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같다.


34. 케빈에 대하여(라이오넬 슈라이버)


35. 밤은 책이다(이동진): 나도 책 많이 읽고 똑똑해지고 싶다.


36.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37.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38. 붉은 낙엽(토머스 쿡)


3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유홍준): 2편보다 재밌는 것 같다.


40.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이언 레슬리)


 40권 중에 비소설은 12권 밖에 없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는 고전도 거의 안 읽었다. 먹는 건 아무거나 잘 먹으면서 책은 편식하듯이 보는 것 같다. 남은 5개월 동안 좋은 책 더 많이 읽어서 진짜 지식인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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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저자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던 엄마, 엄마를 원하지 않은 아들!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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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숨막히고 답답했던 책이다.


 작년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봤을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나니 작년에 봤던 모든 영화들 중 최고였다. 아무튼 그래서 책을 읽게 되었던 건데, 좀 더 많은 의미가 담긴 밀도 높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영화는 아이를 바라지 않았던 에바와 그의 아들인 케빈의 잘못된 애착관계만을 이야기하지만, 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허상을 에바 또는 케빈의 입을 빌어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케빈의 아버지인 프랭클린이 아내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믿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케빈을 자신의 환상 속의 순진무구한 아이로만 여기는데, (책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기 가정을 자신이 꿈꿔왔던 가장 미국적인 가정으로 만들려는 아집처럼 느껴졌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유행처럼 번지는 대량학살이 사건 현장에서 멀찌기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소재 정도의 이벤트로만 여겨지는 것이 무서웠다.


 결말 부분으로 갈수록 케빈이 정말로 소시오패스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영화에서는 케빈이 의심할 나위 없는 소시오패스이고, 에바도 영원히 케빈과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소설 속 케빈은 엄마에 대한 애정 등의 감정을 애써 감추려고 노력했지만 분명히 감정을 가진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단지 너무 똑똑하고 예민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좋은 책을 읽어놓고 이 정도로밖에 감상문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무튼 최근에 읽은 소설들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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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었다. 정신병자같아 보이는 '나'의 어머니와 큰오빠,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함 때문에 읽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하고 숨막혔다. 그런데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나'와 중국 남자의 관계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걸 참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 동안 너무 자극적인 책들만 읽어서 이런 호흡 느린 작품이 생경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좀 더 나이가 든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내일부터 읽을 책은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다.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 '피아니스트'의 원작이라서 읽으려는 건데 '연인'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한 때 소설을 쓰고 싶어서 책상 밑에 공책을 숨겨놓고 소설을 썼는데 나처럼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소설가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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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03-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불멸을 향한 인간의 허망한 욕망!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밀란 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밀란 쿤데라가 유명한 건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읽어본 건 '농담'이 전부였다. 집에 '불멸' 청년사 판이 오래 전부터 있기는 했지만 표지가 별로 예쁘지 않아서 손이 안 갔기 때문이다. '농담'은 올해 읽었는데, 읽는 내내 소설을 이렇게 지성적이면서도 재치있게 쓸 수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불멸'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과 밖의 세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소설 속의 인물들과 작가가 만나는 등 굉장히 생소한 구조가 두드러지는 특징이긴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냉철하고 주지적인 태도가 인상깊었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고 났는데도, 아직도 궁금한 점이 많은 작품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농담'과는 달리 서평이 그리 많지 않아서 찾는 것이 다소 어렵지만, 다른 서평들을 좀 더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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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20세기 러시아 작가로 뛰어난 예술혼을 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네이버에서 '민음사 북클럽'을 검색하면 항상 디시인사이드 도서갤러리가 나온다. 나도 학교 커뮤니티에 고정닉이 있는 인터넷 잉여이면서, 디시같은 사이트는 색안경을 끼고 봤었는데, 의외로 도서갤러리에서 알게 된 책들 중 괜찮은 것들이 꽤 많다. 인터넷 많이 한다고 책을 안 읽는 건 아닌가보다.

 아무튼 눈팅하면서 어떤 책이 괜찮은지 물색을 좀 해봤는데,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다들 재밌다고 해서 빌려서 보고 있는데,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참고로 이전에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책으로는 '속도에서 깊이로', '신화의 힘', '독일어 시간', 밀란 쿤데라의 '농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 등이 있다).

 나는 대체로 서사가 풍부하고 머릿속에 광경이 그려지는 소설들을 좋아해서 현대소설보다는 고전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 작품도 스탈린이 집권하던 20세기 초의 모스크바와, 예수를 비유한 것으로 보이는 예슈아 하-노츠리가 처형되던 당시의 예르샬라임(예루살렘을 의미하는 듯하다)의 풍경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어서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곧 배경이 되는 모스크바와 예르샬라임 한복판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20세기 모스크바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악마 볼란드는 퇴치할 수 없는 절대악이자 혼돈을 일으키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병원에 있던 거장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고 수천년 동안 괴로움에 빠져있던 빌라도 총독을 안식에 들게 한다는 점에서 심판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로 볼란드 일당이 출몰해서 혼돈에 빠진 상황이 그려진 1부와는 달리, 2부에서는 거장의 연인인 마르그리타가 거장을 되찾기 위하여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것이 그려진다. 내용만큼이나 분위기도 다른데, 1부는 악마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2부에서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마르그리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무도회에는 기괴한 괴물이나 시체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이버 캐스트에서 작품해설을 보니, 꺼지지 않는 예술혼을 찬미하고 지독한 관료주의와 부패에 찌들어있던 20세기 초의 러시아를 풍자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멋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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