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기를 쓸 때는 일상>주저리주저리 폴더에 '일상' 또는 '넋두리'라는 태그를 달고 글을 쓰는데 오늘은 특별히 '헬게이트'라는 태그를 달아봤다. 이건 이번 주의 시작인 오늘이 바로 지옥문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2월 중순에 연구재단 제안서를 써서 내야 해서 2주 전부터 연구실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일 년에 두 번 제안서를 쓰는 건 무척 귀찮은 일이지만 이걸 써서 붙여야만 연구실이 유지가 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일이다. 대학원 들어올 때부터 선배님께 들어왔던 말이고 이젠 나도 후배들한테 하는 말이지만, 대학원 학비는 연구실에서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버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고참 선배님과 제안서를 쓰게 되었는데 죄송하게도 이번 주에 세미나 발표가 있다는 이유로 선배님이 내가 해야 할 양을 대폭 줄여주셨다. 그랬는데도 오늘 발표를 제대로 못해서 정말 드릴 말씀이 없게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오전 중에 세미나가 있었고, 내일은 제안서 맡은 부분까지 써야 하고, 수요일에는 공부세미나가 있어서 공부도 해야 한다. 금요일에 집에서 멍하게 자다깨다 하면서 놀고, 토요일엔 친구랑 팀버튼전 보러 갔다오고 하면서 해야 할 양을 많이 해두지 못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진 거다. 물론 금요일과 토요일에 잘 쉬어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풀린 편이다. 그렇지만 당장 어제 밤을 새니까 오늘 밥이 안 먹힌다. 토요일 밤에 마음고생을 좀 해서 그런지 어제 연구실 선배님이 피자를 사주셨는데 평소보다 훨씬 못 먹었고, 어제 세미나 준비하느라 밤을 샜더니 아침도 평소의 1/4 밖에 못 먹고 점심 때 또 연구실에서 피자를 먹었는데 토할 거 같아서 한 조각도 채 다 못 먹을 뻔했다.

 아무튼 한 주를 화려하게 시작했으니........빡세게 좀 잘 살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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