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학교 가다가 지하철역에서 씨네 21을 샀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퍼시픽림'이 재밌나 안 재밌나를 놓고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의외로 영화잡지에서의 반응은 호의적이라서 조금 놀라웠다. 아직도 '마스터'를 못 봐서 '마스터'를 볼까 '퍼시픽림'을 볼까 고민하다가 영화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퍼시픽림'을 보기로 결정했다.


 영화 얘기를 영화 폴더에 안 쓰고 일상 폴더에 쓰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감상이라고 딱히 길게 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오타쿠 영화의 끝'이었다. 줄거리는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줄거리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에, 당연한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크다", 그리고 "굉장히 격렬하고 아프게 싸운다"는 생각만 들어서 지루하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씨네 21에서 묘사한 것처럼 로봇과 괴수들이 움직이는 속도에서 오는 중량감이 엄청났다. 확실히 거대한 것에 대한 공포는 내가 제어할 수 없고,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어렸을 때 로봇만화(선가드, 다간, 가오가이거, 골드런)를 보고 로봇을 가지고 놀면서 자라서 그런지 감정이 조금 벅차오르기도(?) 했고, 어마어마하게 큰 로봇과 괴수들이 엄청난 소음과 주변 경관 파괴를 유발하는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 무서웠다.


 일상 폴더에 이걸 쓰는 두 번째 이유는 빨리 자야 하기 때문이다. 2월에 늦게까지 얘기하는 습관이 생겼는데(지금은 얘기할 사람도 없어졌는데) 이게 안 고쳐지면서 수면장애가 생겼다. 늦잠을 자고 학교에서도 자꾸 졸린 것을 보면 이건 절대 불면증이 아니라 수면장애다. 그나마 수업 들을 때는 강제성이 있으니 괜찮았는데, 방학하자마자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면서 아침 일찍 일어난 날이 한 달 동안 3일? 정도밖에 없다. 이번 주말은 특별히 논문 쓰는 것 때문에 무척 바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세 시 전에 자서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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