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부터 10일 동안 하루 종일 조교실을 지키게 되었다. 덕분에 매일 열 시에 일어나던 게으름뱅이가 7시에 강제기상을 하면서 하루가 길어졌다. 오후쯤 되면 너무 졸려서 쓰러질 것 같은데, 어제는 친한 외국인 선배가 시간 아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한 거에 충격을 받았는지 살풋 잠들었다가 꿈에서 그 선배가 큰 소리로 그 말을 해서 놀라서 깼다.


 그렇게 읽고 싶었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빌려봤다. 굉장히 기괴한 책이다. 디즈니의 1951년작 애니메이션과 팀버튼이 2010년에 만든 실사 영화에 나오는 특이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거였나보다. 팀 버튼 영화에 나오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등이 원작과 얼마나 다르게 묘사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나왔던 바다코끼리와 목수 이야기도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도 줄거리가 없다. 앨리스의 여정을 체스게임에 비유해서 그리긴 했지만 앨리스가 왕관을 얻기 전까지는 체스판 위의 일이었다는 것을 의식하기도 쉽지가 않다. 또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여러 등장인물들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인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히지는 않았다. 물론 장단점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긴 했다.


 원래 목표는 9시 반 전부터 ocw 강의를 듣기 시작해서 오늘 두 개를 듣는 거였는데 너무 졸리고 귀찮아서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시작할 것 같다. 동시에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 벅차다. 빨리 방학이 끝나서 할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개강하면 종합시험 공부 시작해야 하지만 이런 말을 한 내가 무척 싫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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