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이 5일 밖에 안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수요일엔 목요일 수업 논문을 읽고 목요일과 금요일엔 목요일 수업 복습을 하면서 토요일 수업까지 써가야 하는 논문 때문에 하루 종일 그거에만 매달려 있다. 토요일엔 논문 발표를 하고 잠깐 쉬다가 일요일까지 월요일 수업 논문을 읽고 월요일 수업이 끝나면 또 화요일 수업 논문을 읽는다. 이러다보니 꾸준히 연구에 매달릴 시간도 부족하고 영어공부를 할 시간은 더더욱 없다. 세 과목 밖에 안 듣는데도 이렇게 괴로운데 네 과목을 꽉꽉 채워 들었던 지난 학기까지는 어떻게 버텼는지 몰라.


 얼마 전에 빌렸던 레이먼드 카버의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기 시작했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딱 펼쳤는데 때마침 옆에 조금 뚱뚱한 여학우가 앉아있었고 첫 작품 제목이 [뚱보]라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같은 작가의 유명한 단편집인 <대성당>도 수록작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기 전까지는 '뭐야, 결말들이 왜 이렇게 어정쩡하고 찝찝해'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대성당>을 읽을 때와 다른 점은 <대성당>은 읽고 있으면 따뜻하고 포슬포슬하고 노랗게 익은 빵을 먹는 느낌이 들었는데(위에서 말한 [별것]이랑 표제작인 [대성당]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조금 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지금 일곱 번째 수록작인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까지 읽었는데 두 번째 수록작인 [이웃 사람들] 외에는 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다. 아무래도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해야겠다. 그나저나 <대성당>이나 좀 재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아이유 3집 <Modern Times>를 주문했다. 베스트셀러를 사본 것도 처음이고 나온지 얼마 안된 인기가수의 앨범을 사본 것도 처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중에서는 <해변의 카프카>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을 읽었고, 그리고 얼마 전부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기 시작한 것이 다라서 나에게는 상당한 모험이다. 고등학교 때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지금 다시 읽어도 또 충격받을 것 같다), 전작인 <1Q84>가 허세 아이템의 대명사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하루키의 책은 별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신문 기사였나, 아니면 라디오에서였나, 하루키의 책들이 불안한 청춘의 흔들림을 굉장히 잘 담아낸다는 말을 들어서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꼭 사고 싶었다. 다행히 <1Q84>에 비해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허세 내지는 된장 소리를 들을 우려는 안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유 3집은 아이유를 좋아한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아마도 [Boo] 부를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유의 음악과 관련된 건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일찌감치 살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타이틀 곡인 [분홍신]이 너무 좋아서 앨범이 발매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오래 고민 안하고 주문해버렸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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