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인 어제 시험이었는데 시험 전날인 수요일에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2시부터 수업이니까 빨리 가면 수업 들어가기 전에 공부를 좀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빠르게 주섬주섬 챙겨서 학교에 갔다. 4가지 주제의 일곱 개의 논문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내용을 거의 외워서 보는 시험이라서 며칠째 논문을 공책에 요약하고 있는데 며칠 게으름을 피우다가 시험 전날까지 요약을 다 못한 논문이 세 개나 되어서 초조했다.


 어찌어찌 해서 수업을 다 듣고 자기 전까지 공부했다. 네 시 반이 넘어서 자서 일곱 시 20분까지 잤으니 꽤 많이 한 셈인데 그래도 여전히 안 본 논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비록 지난 시험범위이긴 했지만 시험에는 출제되지 않은 논문이 하나 있어서 공책 요약본이라도 한 번 보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홉 시에 조교실에 도착해서 11시 40분에 요약을 다 끝내고 연구실로 걸어가면서 공책을 다 읽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미심쩍었던 논문은 당연하다는듯 문제가 출제되었고, 총 네 문제가 나왔는데 어차피 평균은 낮으니 이 중 두 문제만 제대로 소화하자는 마음으로 시험을 봤더니 한 문제는 한 줄로 이상한 것만 쓰고 다른 한 문제는 뒤로 갈수록 답안이 이상해졌지만 다른 두 문제를 잘 했으니 홀가분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시험공부를 할 때부터 내가 자신있는 분야의 논문만 달달 외워서 가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그건 기말고사 일정을 보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연구실에 돌아와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연구실 선배님들이 퇴근을 안하셨다. 아무리 늦게 오시더라도 평소같으면 다섯 시면 퇴근할 준비를 하시던 분들이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계신 걸 보니까 어색했다. 저녁도 같이 먹었다! 혼자 먹을 때보다 식단 선택의 폭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소화불량 때문에 고생 중이어서 학생회관에 가서 채식 식단을 먹었다. 밥 먹으면서 다른 연구실 사람들 얘기를 하다가 과 연구실 남학생들이 과의 모든 여학생들을 스캔해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생이 할 수준의 발상은 아니지만 연구실 단위로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무슨 연구를 하는지 알 방법도 없고 할 얘기는 역시 얼굴 얘기밖에 없다. 아무튼 다음엔 선배님들이 파스타 먹자고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덟 시가 되니까 체력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평소같으면 아무렇게나 앉아서 노래를 틀어놓고 하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뭐 먹기도 하고 그럴 텐데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그럴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 게다가 여덟 시 반이 다 되어가니까 '아 내가 어제 거의 못 잤지.....'하는 각성이 오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서 비몽사몽하고 있는 동안 선배님들이 퇴근하셔서 인사도 못했다. 여덟 시 50분이 되어서 갑자기 깼는데 연구실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 그제서야 힘이 솟았다.


 열 시에 연구실을 나왔다. 열 시 50분에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닭강정집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사랑니 발치한 이후로 처음으로 맥주를 마시는 날이라서 안주를 사갈까 생각했다가 요즘 시험기간이라고 과자를 많이 먹어서 돈을 좀 아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냥 왔다. 집에 와서 보니까 김도 있고 견과류도 있어서 다 꺼내서 먹었다. 맛은 좋았는데 맥주가 차가워서 이가 시렸다.


 그러다보니 열두 시가 되어서 방에 와서는 나도 모르는 새 잠들어서 7시 15분에 깼다. 깨서 시계를 보는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이터널 선샤인'이 재현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는 조교실에 와서 벌써 이 시간이 되었다.


 오늘부터 이번 주말까지 계획에 적어놓은 논문들도 많고 할 일도 많으니 이제 쉴새없이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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