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이지만, 예전에 한창 서양문학에 대한 허영심이 물 올랐을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섭렵하겠다고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책을 한꺼번에 빌린 적이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죄와 벌은 어떻게 간신히 읽긴 했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계속 헷갈리고 이해 안되고 그래서 반 정도밖에 못 읽었다. 그래서 노름꾼을 읽을 때도 약간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예전에 '밑줄 긋는 남자'에서 '노름꾼'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마음을 다잡고 빌렸다.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중반 정도 읽었을 때는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작품을 썼는지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었다.

 주인공이 뽈리나를 정말 사랑한 건지, 그리고 뽈리나가 주인공을 정말 사랑하긴 한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어른들의 사랑'을 아직 잘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뭐;


 예전에 '방디르디, 태평양의 끝(이하 방디르디)'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같은 저자인 작품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방디르디'와 마찬가지로 서양인들의 시점에서는 '낯선 세계의 사람'인 사하라의 소년이 주인공이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서 결말을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는데,(난 결말이 정말 궁금하면 뒤부터 읽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사하라를 간직하고 있던 이드리스의 삶이 표류하기 시작한 건 창녀에게 황금구슬을 빼앗기다시피 줬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거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문체로 쓰여서 그런지 왠지 우중충한 느낌이 강했다.


 지적 허영심 표출의 연장선. 이라기보다는 저번에 장자 해설서를 읽을 때의 느낌을 이어가고 싶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공과대학 권장도서이기도 하고...남곽자기 같은 사람의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수양해야 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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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10시부터는 '이석훈의 텐텐클럽'을 듣고, 12시부터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2시부터는 '심야식당'을 듣고 있다. 하유진은 어제 라디오천국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 싱어송 라이터인데, 차분하게 또박또박, 가만가만히 노랫말을 읊는 것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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