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일부터 학교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사실 그저께인 금요일에 학생증을 만들러 국제학생 check-in에 가긴 했지만 학과 오리엔테이션이 내일부터 시작되니 진짜 일정은 내일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좋던 시절은 딱 오늘까지라는 거다.


 어젯밤부터 계속 혼자 지내면서 한 생각은 자취하면서 생활 리듬이 망가지면 인생 말아먹기 십상이라는 거였다. 어제는 저녁을 한 시간 넘게 먹었는데 밥을 먹는 내내 핸드폰으로 스도쿠를 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그러고 있었다면 부모님이나 동생이 뭐라고 해서 얼마 못 가서 그만뒀을 텐데,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침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괜히 마음이 공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2시 40분이 넘어서 자서 9시에 일어났다. 한국에서 한창 여유롭게 지낼 때는 아홉 시도 이른 시간이었지만 미국에 와서 일곱 시 넘어서 일어난 적이 거의 없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뭐 일요일이라서 늦잠을 잘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이렇게 조금씩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오늘은 아홉 시가 넘어서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일찍 잘 수 있을 것 같다.



2.

 금요일에 check-in을 하고 와서 성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교수님도, 친구들도 다들 미국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도움을 청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동안 귀기울여 듣지 않다가 다른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갔다오고 나서야 필요성을 절감했다. check-in 과정 중에 학생생활에 관련된 여러 부서들을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 옆에 있던 어떤 외국인 학생은 마치 절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부서 담당자와 인사를 나눴는데 바로 다음 순간 그 담당자가 그 외국인 학생의 이름을 물어서 내심 놀랐다. 아마 저 친구는 학부생이라서 저럴 거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지만 그 친구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내 모습을 되돌아 보니 월플라워가 따로 없었다. 사실 어젯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무서웠던 것도 (아마도 덩치가 컸을) 외국인 남학생들이 내 방 앞에서 떠들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상대방을 무조건 무서워하고 경계하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겠다.



3.

 외국에서 월급 받고 세금 내면서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요 며칠 사이에 실감하고 있다. 비자 인터뷰까지의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 과정은 정착과정으로 따로 써야 할 만큼 방대한데 이젠 글을 쓸 힘도 없다ㅠㅠ


 대충 떼어야 할 서류와 작성해야 할 서류만 정리하면 I-94(온라인 입국신고서), I-9(고용확인서), Glacier tax form(세금 환급 등에 관련된 온라인 서류) 등이 있다. 나중에 SSN이 나오면 세금 환급을 위해 W-4라는 서류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는데 아직 SSN도 나오지 않았고 다른 할 일도 산더미이니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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