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첫 중간고사 시험을 봤던 1월 26일 밤에 글을 쓰려고 했었다. 반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 Introduction to Operations Management 과목 시험을 본 날이었다. 학부 때부터 그 학기의 첫 시험을 보고 나면 항상 개강하고 부터 시험을 보기 직전까지의 방종했던 생활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글을 쓰곤 했었는데, OM 과목이 반 학기 수업이다 보니 1월 9일에 개강하고 3주 동안 가계부를 또 밀려쓰기 시작한 것 외에는 반성할 것이 없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고, OM 시험을 본 직후부터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근 한 달 간 글을 쓸 시간이 마땅치가 않았다. 마침 이번 주 화요일(2월 14일)에 시험을 한 과목 더 봐서 이제 숨 돌릴 틈이 생겨서서 써본다.



1.

  사실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만큼 엄청나게 바쁘진 않다. OM 과목이 매주 팀별로 case assignment를 해서 제출해야 해서 처음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조별로 하는 것이다보니 내 몫만 제대로 하면 크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수업도 OM 수업까지 세 과목 밖에 안 듣고 있어서 주 4일 수업이 있고, OM 수업이 종강하고 나면 화요일 목요일에 수업 두 개씩만 들으면 되어서 굉장히 편하다. 다만 지난 학기 대부분의 수업이 강의와 과제,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되었던 데 반해 이번 학기에는 전부 시험을 보는 과목들이라서(물론 기말 프로젝트도 있다) 공부를 꼬박꼬박 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부담이 다소 커졌고, 지도교수님께서 부여해주신 연구과제와 한 과목에서 자원해서 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별도로 해야 해서 시간적으로 촉박하지는 않은데 할 일은 굉장히 많아졌다. 생각해 보니까 다음주 화요일에 help session이 있어서 슬라이드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뭐야 이게...


  그래도 상당히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적응하기 바빠서 매사에 발버둥쳤던 느낌이라면, 이번 학기에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문제는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 많다 보니 그런 날들은 항상 늦게 일어나서 오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니까 이건 진짜 큰일이다.



2.

  미국에 오고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조깅을 하는 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 사람들처럼 반바지 또는 레깅스를 입고 학교 전역을 달릴 만큼 운동을 좋아하거나 체력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운동에 습관을 들이고 싶기도 하고, 운동이나 요리 외에 마땅히 할 만한 취미활동이 없기도 해서였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 빼고 다 재미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스트레칭 위주로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있기는 한데 아직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없던 얼굴살이 더 빠진 게 두 달 가까이 운동을 한 덕분인지는 좀 의심스럽다. 거의 매일같이 온몸의 근육이 당기고 운동을 안 하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제법 운동에 익숙해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하긴 30년 가까이 거의 움직이지 않던 몸이 고작 두 달 운동한다고 달라진다면 내가 생각해도 그건 사기다.



3.

  어제 미국에 오고 처음으로 옷을 주문했다. 한국에서도 옷을 잘 안 사입긴 했지만 그마저도 반 이상을 미국에 올 때 버리거나 집에 두고 와서 일주일 단위로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게 지겨워서였다. 분명 미국에서 옷이 더 싸다고 들었는데 인터넷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다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브랜드 옷을 잘 안 입고 다녀서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다소 실의에 빠져서 찾아보다가 h&m이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마침 세일을 하고 있어서 후드티, 스웨트셔츠, 청바지 이렇게 샀다. 스파브랜드 옷들이 대부분 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듣기는 했지만 일단 뭐라도 산뜻하게 입고 다닐 게 생겨서 기분 좋다. 졸업할 때까지 입을 수 있도록 아껴서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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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 3주 동안 마트 직원을 제외한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다 보니 영어실력이 엄청나게 퇴화했다. 방학 동안 단어랑 표현을 엄청나게 외워댄 덕에 쓸 수 있는 말은 많아졌지만 막상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번 학기엔 필수과목인 MBA 코어 과목 중 하나인 operations management 과목을 듣는데, 같이 숙제를 하는 그룹 사람들 앞에서 말이 잘 안 나온다. 어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어주기는 하지만 입을 여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가만히 듣고 있을 때가 많다. 과목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그래서 오늘 첫 번째 스터디 모임에 가서 좀 자괴감이 들었다. 모듈 수업이라 2월 말까지만 수업이 있는데 다음 숙제 모임부터는 더 많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실 영어도 영어이지만, 개강하고 3일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사람에게 낯을 가리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월요일에는 3주 만에 만난 동기와 과 언니가 너무 낯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꼭 입학한지 얼마 안 됐을 때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나마 이 사람들과는 지금까지 매일 만나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곧 학부생 과목의 office hour랑 help session도 시작될 텐데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나 낯선 사람들 앞에서 덜덜 떠느라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이 싫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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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자정까지가 기한인 레포트만 제출하면 드디어 방학이다. 한 학기 끝날 때쯤 되면 영어가 엄청나게 늘어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아, 어제 같은 과 중국인 언니랑 얘기하면서 이전보다 유창해진 느낌이긴 했다.


  한 달을 어떻게 보낸지 모르겠다.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에도 학교에 매일 나갔을 만큼 정말 바빴다. 숙제 여섯 개, 프로젝트 세 개, 시험 하나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다. 그러다 이번 일요일 5시에 자정까지 내야 하는 레포트를 내놓고는 마음이 탁 풀려버려서 내내 놀다가 화요일 저녁 7시부터 있는 시험 공부를 월요일에야 시작했다. 시험 직전까지 숙제 솔루션도 다 못 보고 들어가는 줄 알았다. 시험은 어떻게 잘 보긴 했는데(한국에서 듣고 온 과목인데다, 이전의 두 번의 시험에서 점수가 워낙 좋아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고 나와서 어제인 수요일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학부 시험감독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늦잠잘까봐 새벽에 몇 번이나 깨다가 7시에 겨우 일어나서 30분 만에 다 챙겨서 집을 나왔다. 물론 그래놓고도 버스를 놓쳐서 시험 직전에야 들어갔다.


  그래놓고는 10시에 시험이 끝나고 오피스에 돌아와서 놀다가 선배 언니가 다음 학기에 듣는 과목들 때문에 얘기하러 와서 같이 시간표 보면서 얘기하고 12시에 밥 먹고 또 놀다가 자고 일어나 보니 오피스를 같이 쓰는 친구가 남자친구와 와 있었다. 이 사람들은 연애할 데가 그렇게 없는지 틈만 나면 남의 오피스에서 데이트를 한다. 책상에 쓰레기 버려놓고 치우기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거슬리진 않았을 거다. 저번에 연구실에서 떠들기에 나가서 얘기하라고 했더니 지금은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데, 어제는 유난히 거슬려서 뒤를 돌아봤더니 남자애가 게임을 하고 있어서 또 나가서 얘기하라고 했더니 둘이 같이 오피스를 나가버렸다. 이렇게 쓰고 보니 평소에는 웬만하면 넘어갔으면서 어제만 뭐라고 해서 일관성 없는 처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제는 괜히 짜증이 났었다. 시험공부를 하든 게임을 하든 연애를 하든 한 가지만 하라고.


  오늘은 집에 있다. 월요일에는 집에만 있었고 화요일에는 시험 때문에 오후에 나갔다가 밤에 걸어서 집에 올 때 극심한 추위 때문에 허벅지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고 어제는 아침에 버스 위치를 확인하느라 장갑을 잠깐 벗었다가 손이 에이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춥다고 한다. 한낮에 영하 18도라니. 그래서 집에서 난방 켜놓고 담요 뒤집어 쓰고 따뜻한 차 마시면서 바깥을 구경하는 중이다. 내일까지 제출하는 레포트도 빨리 써야 하는데. 어제 겨우 참고문헌이랑 introduction까지만 완성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발표했던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그대로 따다가 쓴다고는 하지만 장문으로 늘여야 하니 시간을 꽤 들여야 할 텐데.


  어젯밤에는 동기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했다. 여전히 나이도, 전화번호도 모르지만 4개월간 붙어있으면서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방학해서 4주 동안 얼굴을 못 보면 다시 어색해질 것 같아서였다. 페이스북 친구가 된다고 해서 친밀도가 엄청나게 상승하는 건 아니겠지만 뭐. 이래놓고도 한 마디도 안 할 수도 있다.


  방학 때는 학기 중에 못 봤던 논문들을 탐독하고 영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번 학기에 수업 네 개를 듣느라 research 수업을 듣지 않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논문 읽기를 게을리했었다. 다행히 이번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주제가 내 관심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라서(사실 그래서 그 주제를 고른 거였다) 일부러 참고문헌을 더 찾아가면서 열심히 했는데 기대한 것보다도 재미있었다. 한국에 계신 지도교수님께 1년차 때 논문 한 편을 쓰고 8월에 한국에 가서 찾아뵙겠다고 큰소리쳤었는데 가능했으면 좋겠다. 영어는 단어를 많이 공부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한국에서 보다 만 grammar in useㅠㅠㅠ를 한 번 다 보고 그럴 생각이다. 방학해서 다들 학교를 떠나면 영어로 말할 기회가 잘 없을 텐데 이렇게라도 해야 실력이 늘지는 않더라도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이렇게 추워서 집에서 10분 떨어진 학교 체육시설까지 과연 얼마나 자주 다니게 될지 조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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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니 지난주 금요일부터 있었던 일을 쓰는 거면 일주일 정리가 아닌데. 뭐 그냥 그렇다고 하자.


1. 예방접종(3)


 지난주 금요일에는 학교 건강센터에 가서 TB (Tuberculosis: 폐결핵) test를 받고 왔다. 주 정책인지, 학교 정책인지, 아무튼 잊어버렸는데 외국인 학생들은 반드시 학교에서 이 검사를 받아야 immunization history form을 제출하고 다음 학기에 등록할 수 있다. 원래 데드라인이 9월 28일까지인가 그랬는데, SSN이 늦게 나오면서 보험 가입도 늦게 하고, TB test 예약도 늦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검사를 받으러 가서야 안 건데, 모든 예방접종이 보험으로 실비처리 돼서 돈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고 한다ㅜㅜㅜ한국에서 예방접종 받는 데에만 거의 3, 40만원 정도 써서 아까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필수접종인 MMR과 Tdap만 맞고 오는 건데...일년에 보험료로 508달러를 내는데 앞으로는 정말 알차게 활용할 거다. 내 immunization form을 보신 직원 선생님이 가다실 3차 접종과 수막구균 접종을 추가로 맞을 것을 권해주셔서 11월에 다소 한가해지면 갈 거다. 한국에서 수막구균 접종을 맞긴 했지만 수막구균 접종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고, 다음에 올 때는 MenB를 맞으라고 하셨다.



2. 지루성두피염


 미국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줄곧 머리의 특정 부위에서 머리를 감은 지 한두 시간 정도밖에 안 됐을 때부터 기름이 지고 가려웠다. 내 피부는 엄청난 건성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참다 못해서 학교 커뮤니티에 질문글을 올렸는데 다수의 유저들이 지루성두피염이라고, 병원에 가거나 약용 샴푸와 순한 샴푸를 함께 사용하고, 약을 바르거나 생활을 조절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진작 알았으면 하루에 머리 두 번씩 감으면서 혼자 있을 때마다 머리에서 냄새가 나나 확인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ㅎ;


 아무튼 그래서 금요일에 아마존에서 헤드앤숄더 selenium sulfide dandruff and seborrheic dermatitis 샴푸를 주문했다. 사실 오늘 학교에 온 것도 순전히 학교 아마존 픽업센터에 배달되어 온 샴푸를 찾기 위한 거였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가끔씩 머리카락을 들춰낼 때마다 뻐근하게 아플 때가 있었는데 왜 한 번도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단지 내 머리가 지저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은 반드시 감으면서. 빨리 저녁이 돼서 집에 가서 머리 감고 싶다.



3. 영어시험


 지난 번 포스팅에 썼던 대로 조교 영어시험을 봤다. 월요일에 본 거였다. 내 참담한 영어 스피킹 실력을 매일같이 지켜보고 있는 내 동기는 거의 몇 주 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영어시험 practice test를 반복해서 보고 sample response도 여러 번 들으라고 조언했었다. 평소에는 착하기만 한 이 친구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강요하는 것 같다고 느꼈을 정도였으니 뭐. 아무튼 시험을 보는 내내 이 친구 말을 안 들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고 생각했다. practice test를 여러 번 공부한다고 스피킹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고질적인 문제점인 자신감 부족을 극복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시험을 그럭저럭 잘 치르고 나서 몇 시간 뒤에 있었던 help session도, 수요일에 있었던 office hour에도, 그리고 금요일에 conversation group에 가서도 평소보다도 훨씬 유창하게 잘 해냈고, 심지어 동기랑 대화를 할 때도 이전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더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래놓고 시험 성적이 엉망이면 또 움츠러들겠지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 날에는 전쟁을 치르듯이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좀 풀어진 상태에서 내 말하기 실력을 되짚어보는 것이 좋겠다. 난 원래 내가 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에 담고 두고두고 후회하거나 곱씹는 버릇이 있으니까. 지지난주였나, 평일에 연구실에 혼자 있으면서 이런 식이라면 하루에 영어를 한 마디도 안 하고 사는 날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도 많고, 수업이 없고 조교 업무도 없는 날에는 굳이 영어로 말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다. 이런 날에는 라디오를 듣거나 영어공부를 따로 해서 평소에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4. 몰스킨


 샴푸 사면서 몰스킨 2017년 위클리 다이어리를 샀다. 여기는 고대다이어리같은 게 없기도 하고 원래 써보고 싶기도 해서 핑계김에 산 거다. 실물을 보고 나니 음...아마존이 아니라 서점에서 실물을 봤다면 안 샀을 것 같다. 일단 너무 작고 얇다. 그래도 위클리 섹션이 다이어리 크기에 비해 널찍하기도 하고 뒤에 불필요한 메모 부분이 (난 읽은 책 목록 작성하는 것 외에는 다이어리의 메모 부분을 잘 안 쓴다) 적은 것은 마음에 든다.




 쓸 만큼 썼으니 이제 정말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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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생활


 지난 주에는 두 번째 help session, 첫 번째 수업 발표, 세미나 참관, 시험 감독, 그리고 conversation group까지 무사히 끝냈다. 조교수업이랑 발표 때문에 청소도 못 하고 일요일까지 학교에 갔어야 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끝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help session은 내가 생각해도 확실히 저번보다는 잘한 것 같고, 발표는ㅜㅜ교수님이 분명 발표 전에 슬라이드 보시고 괜찮아 보인다고 하셨으면서 막상 발표 도중에는 이론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이론적인 내용은 건너뛰고 intuition만 말하라고 하셔서 좀 멘붕했다. 두 번째 발표가 바로 다음주이니 다음 발표는 더 잘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도 화요일 10시 반 시험, 저녁 7시 발표 이렇게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다. 그 다음주 금요일에는 세미나 수업 숙제를 내야 하고(이번 학기 과목 중 가장 재밌는 과목인데 숙제가 너무 어렵다) 또 그 다음주 수요일에는 코딩 숙제를 해서 내야 한다. 지난 주에 블랙보드에서 숙제를 확인하고 결국 올 것이 온 건가, 싶었다. 한때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썼던 태그가 '일상' 다음으로 '코딩유망주'였을 정도로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코딩은 내내 내 발목을 잡았고 그 때문에 고생도 꽤 많이 했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번 숙제는 Newton method, gradient method 같은 걸 구현해서 해를 구하는 숙제라서 의외로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리 시작해야겠다.



2. conversation group


 8월 말부터 학교 writing lab에서 주관하는 conversation group에 가고 있다. 매주 하루씩 평일 중 가장 마음이 가벼운 목요일과 금요일에 번갈아서 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금요일 모임에 갔는데 저번 모임 때도 만났던 일본인 visiting scholar 아저씨, 그리고 미국에 오기 전 출국자 모임에서 뵀던 한국인 언니가 먼저 와 계셨다. 그리고 조금 늦게 어떤 백인 친구가 와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콜롬비아에서 온 visiting scholar라고 했다. 와 지금까지 갔던 모임 중 가장 많이 떠들고 온 날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도 특별히 수다스러운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가족'과 관련해서 콜롬비아와 한국이 어떻게 다른지 계속 질문을 해와서 거의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평소보다도 훨씬 유창하게 말했던 것 같다고 스스로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우리 과 인도인 동기인데, 그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다가 막히면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아차려서 평소에는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기도 한다.



3. 아메리칸 울트라


 아마존 프라임 영화에 '아메리칸 울트라American ultra (2015)'가 추가됐다는 것을 이메일로 받아서 어젯밤에 봤다. 안 그래도 요즘 영어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영화를 보면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영어 듣기를 연습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였다. 등장인물 모두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하고, 중간중간 모르는 단어가 있었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슬랭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잔인해서, 그것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피가 튀어서 엄청 무서웠다. 분명 병맛코드의 영화라고 들었는데, 이건 병맛도 아니고 그냥 잔인하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공부가 된다는데 이 영화를 또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4. 80/90


 언젠가부터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 커피머신이 작동을 안 한다. 맛이 꽤 괜찮고 가격도 1.50달러로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거스름돈으로 25센트를 두 개씩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그렇다고 도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기에는 지하 통로를 통하더라도 너무 멀다. 그래서 오피스가 있는 층에 있는 커피 머신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여기선 블랙 커피를 대용량은 90센트 (그래봐야 스타벅스 톨 사이즈 2/3 정도밖에 안 된다), 보통 용량은 80센트에 사서 마실 수 있다. 그렇다고 맛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 단점은 쿼터를 받을 수 없다는 것ㅎ; 정도다.


 처음에는 80센트 짜리를 마셔봤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10센트를 더 내고 대용량을 마시게 되었는데, 또 어느 날부터는 1달러를 넣으면 거스름돈으로 20센트가 나온다. 처음엔 내가 자판기 버튼을 잘못 눌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오는 양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20센트가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커피를 싸게 마실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제 10센트 동전이 제법 쌓였다.



5. 신용카드


 학기 초에 그렇게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아서 고생스럽더니, 이제 TB(폐결핵) test 받는 것 외에는 모두 끝났다. 지지난 주에 social security card가 집에 도착해서 학교 보험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미국에 정착하려면 신용카드로 신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여기 오기 전부터 들어서 신용카드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한 군데 신청해 놓고 나니 부담스러워진 거다. 살면서 과소비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은 없지만 갑자기 내가 무분별한 소비를 할 것 같고 카드대금도 제 때 못 낼 것 같고 저축도 못 할 것 같고 그렇다. 그래서 이번 달 stipend가 나오면 사려고 카트에 추가해뒀던 물건들을 몇 번이나 다시 보면서 뺐다 넣었다 하고 있다.


 8월 초에 미국에 와서 돈을 허투루 쓴 적은 없다고 자부하면서도 예상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 사실 그것 때문에 무서운 거다. 그나마 8월 중순까지는 가계부를 열심히 썼는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수증만 모아놓고 가계부는 안 써서 뭔가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다. 화요일 시험이 끝나면 밀린 가계부를 전부 정리하고 진짜 생활비 내역을 작성해야겠다.



6. 진로


 이번 주에는 동기랑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대학 선배님들 몇 분께도 연락을 취해서 여러 조언을 들었다. 사실 미국에 와서 경영대 나오면 다 미국에서 교수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정말 그럴까? 하고 의심을 하면서도 거기에 도취되어 있었다. 우리 과는 경영대보다도 산공과에 가까우면서 말이다. 선배들 말씀을 들으면서 드디어 은연 중에 품고 있던 거품이 터진 것 같다. 나쁜 뜻은 전혀 아니다.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코스웤은 최대한 열심히 듣고, 그러면서도 최신 논문들 열심히 읽으면서 트렌드를 읽고, 잘 모르는 남들이 내 연구에 관해 무슨 말을 하든 휩쓸리지 말고 꿋꿋이 밀어붙이자는 것, 그리고 바라던 대로 졸업하고 바로 교수가 되지 못해도 절대 좌절하지 말고 차근차근 연구 경력을 쌓겠다는 것 뭐 이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를 굉장히 거창하게 쓴 것 같긴 한데 이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로 써야 더 절실하게 느낄 것 같아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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