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빌려놓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허덕이면서 읽는 중이다.


 8월이 끝나면 더 못 빌리니까 욕심내서 빌려놓았던 건데, 마침 알라딘에서 휴면계정 회원들에게 적립금을 준다고 메일이 와서 공부하는 틈틈이, 아니 어쩌면 공부하는 시간보다도 더 많이 책을 골랐다.


 욕심 나는 대로 다 골라놓고 보니 7만원 어치가 되었는데,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단기간에 다 읽지도 못할 책을 탐내는 것 같아서 다시 열심히 솎아냈다. 그러고 나니 5만 천 얼마가 되어서 적립금을 차감하고 나니 4만 8천원이 되었다.


 사은품에 욕심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여러 번 볼 것 같고 가까운 시일 안에 읽을 만한 책만 남겨놓고 결제하고 나니 이제 드디어 나도 절제할 줄 아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진작에 내가 이런 뿌듯한 생각을 했더라면 '총, 균, 쇠'를 반값에 사놓고 2년째 묵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쉽다. 어쨋든 올해 안에 꼭 읽을 거다.


====오늘 산 책====


1.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우치다 타츠루): 예전에 친한 선배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는 걸 보고 사랑에 굶주렸다고 오해하셔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 당장 블로그 글을 검색해 봐도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간 글이 43개나 나오는 걸 보면 굶주린 게 맞나보다. 이 책은 대충 보니 전적으로 사랑에 관한 책은 아닌 것 같지만......


2. 미사고의 숲(로버트 홀드스톡): 추천받음


3. 케빈에 대하여(라이오넬 슈라이버): 엄청 뛰어난 소설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케빈이 자기 엄마를 변호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다시 읽을 이유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음악 cd 하나

 휴가 끝나고 다시 영어공부를 하려니까 진짜 집중이 전혀 안된다.


0. 숨그네(헤르타 뮐러): 초반부부터 화자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명시해서 안심하고 읽었는데 수용소에서보다 수용소를 나와서의 삶이 더 참혹한 것 같다고 느꼈다.


0. 터부(하르트무트 크라푸트)


1. 통섭(에드워드 윌슨): 읽은 지 오래된 책인줄 알았는데 한 달 좀 전에 읽었다는 것이 좀 놀랍다. 요즘들어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현대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신의 존재에 근거하여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입장과 대치하는 이론들을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계몽주의, (철저히 이 책만 봤을 때) 에드워드 윌슨으로 대표되는 불가지론 등의 위치를 머릿속에서 배치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놓고도 이해 못하고 있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2. 거울 속의 거울(미하엘 엔데):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 주제나 표현이 간명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중반부까지는 무슨 내용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교실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이 형태만 달리 해서 나타나는 식으로 각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상수학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예로 도너츠와 손잡이 달린 머그컵이 위상적으로 같은 도형이라고 말하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표현한다면 제대로 된 설명일까. 오늘 집에 들어가면 엔데의 또 다른 작품인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를 읽어보려고 한다.


3. 이방인(알베르 카뮈)


4.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지그문트 바우만): 바우만의 많은 책들이 얇은 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특별히 더 얇다. 제목만 알고 도서관에 가서 찾다가 깜짝 놀랐다(이런 책을 12,000원에 판다니ㅂㄷㅂㄷ). 심지어 초반부에는 글의 밀도도 낮아서 원래 두꺼운 책의 한 장(章)으로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을 다소 공격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와 '수레바퀴 밑에서'의 두 주인공을 한 데 모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두 주인공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앞선 두 작품의 주인공들과 닮아있다. 찾아보니 '수레바퀴 밑에서'는 1906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1930년, '유리알 유희'는 1943년 작품이라고 한다.


6. 거짓된 진실(데릭 젠슨): 서문부터 참혹한 사건을 언급해서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대체 왜 절판됐는지??). 언젠가 읽었던 촘스키의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이 책도 역시 절판됐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었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이 책도 절판됐다)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7. 모두 다 예쁜 말들(코맥 매카시): 이전에 읽었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핏빛 자오선'과 비슷한 정도로 잔혹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대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따옴표로 묶인 대화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여러 사건들이 숨가쁘게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굉장히 정적이다. 존이 수용소에서 그를 암살하려는 소년과 싸움을 벌이는 부분이 제일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8. 소설의 이론(게오르크 루카치): 와 정말 어렵다. 그리스 소설을 설명하는 부분은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노발리스, 플로베르 등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돈키호테'는 학부 때 우리 나라 스페인 문학의 권위자이신 민용태 교수님의 교양 수업 때 배웠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도스토예프스키를 현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내지는 시작으로 본 부분은 굉장히 놀라웠는데, 루카치의 안목에 놀랐다기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루카치가 비슷한 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동시대를 살았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에 출생하여 1881년에 사망했고 루카치는 1885년에 출생하여 1971년에 사망했다).


9. 문학이란 무엇인가(장 폴 사르트르): 거의 한 달 반 가까운 기간 동안 10권을 채 못 읽은 것은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원래 목표는 '소설의 이론'을 가볍게 읽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빠른 속도로 읽고, 얼마 전에 산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에서 사르트르에 관한 부분만 읽는 것이었는데 두 권을 읽으면서 하얗게 불태워서 의욕이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프랑스의 작가들의 포지션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주된 독자층에 따라 달라진 것을 목격하는 것도 즐거웠고 당시 사르트르를 공격했던 여러 작가들을 신랄하게 논박한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10. 목소리의 結晶(롤랑 바르트)(읽는 중)



 철학이나 문학 이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어서 가끔 내가 감상이랍시고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최대한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러다가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믿음 때문인데, 이번 한 달 반 동안 읽었던 어려운 책들은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읽어서 소화해야겠다.

 일신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다.


 표제작인 '이방인'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뒤에 실린 두 작품은 말 그대로 글자만 읽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리뷰로 올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주제나 의미도 그렇지만 무심하고 덤덤하게 묘사하고 서술하는 방식이 특히 더 좋았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작품들 뒤에 '이방인'이 아닌 '페스트'에 대한 해설을 실은 출판사의 몰지각함이었다. 이미 너무 유명한 고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번역한 사람 나름대로의 해설을 기대했던 것이 너무 큰 바람이었나보다.


 오늘은 너무 늦게 일어나서 집에만 있었는데 공부도 잘 안돼서 기분 전환할 겸 써본다.


1. 나를 보내지마(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만큼이나 답답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혁명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자기 목숨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초연할 수 있는지는 이해가 잘 안된다.


2. 무신예찬(피터 싱어, 마이클 셔머, 그렉 이건):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수준의 편차가 무척 크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내가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뒤로 갈수록 심도 있는 글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다.


3. 초조한 마음(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에서 간만에 보는 우유부단한 남성상이라 느낌이 새로웠다. 앞부분에서 묘사된 사건들이나 인물들보다도, 종반부에서 우연에 의해 휘몰아치는 전개가 더 인상깊었다.


4. 알레프(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은 읽어놓고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머릿속에 잘 안 남았는데 이 책은 재밌다고 느낄 정도로 좋았다. 미노타우로스 얘기가 나오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든다.


5. 한밤의 아이들2(살만 루쉬디): 1권에서는 언급된 적 없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들의 비극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서 소름끼쳤다. 덤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된 것 같다.


6.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두 번인가 도전했지만 역겨워서 끝까지 못 읽었는데 순전히 히친스의 '논쟁'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엔 다 읽었다. 화자인 험버트가 자신이 돌로레스의 삶을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어서 비록 소설일 뿐이라고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7. 인간생태보고서(한나 홈스): 원제가 '잘 차려입은 유인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에서는 인간을 유인원에 빗대어 묘사하지 않아서 우리말 제목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뒤로 갈수록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8. 사랑의 단상(롤랑 바르트): 두 번째 읽은 건데 처음 읽었을 때보다도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그냥 읽는 것보다도, 따로 적어놓고 싶은 구절들이 많았다.


9. 의식의 재발견(마르틴 후베르트): 뇌에 관한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 '에고 트릭'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사회 속에서의 자아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는 인간의 자아를 마냥 기계적 기관들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10.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임석재): 30쪽부터 50쪽까지가 페이지가 온통 섞여 있어서 너무 짜증이 나서 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엔 읽었다. 철학의 인식론의 발전에 따라 건축 기술이나 형태가 변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11.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지그문트 바우만): 2장까지는 서론의 내용이 반복해서 나와서 '이해할 때까지 계속 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한 민족이 어떤 계기에 의해 돌출의 형태로 홀로코스트를 행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이고 분업화된 사회에는 그것을 제재할 만한 수단이 없어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12. 숨그네(헤르타 뮐러)(읽는 중): 장편소설보다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수용소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열한 소설이다.


13. 터부(하르트무트 크라푸트)(읽는 중): 아직 초반부밖에 읽지 않았다. 차례만 봤을 때는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근친상간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그것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초반부에는 특정 민족을 낮추는 호칭 등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8월까지는 아마도 계속 바쁠 것 같다.


1.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무신론을 반박하는 신학자들의 사소한 의견 하나하나까지 반박하는 것을 보다보니 싸움닭같다는 생각도 했다. 수잔 블랙모어니, 리처드 스윈번이니 다른 여러 책에서도 등장했던 사람들이 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역시 지식인의 사회는 좁은가보다(?!?!??!).


2. 도둑맞은 편지(에드거 앨런 포): 연초에 라캉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도서관을 드나들 수 있는 특혜를 누리면서 읽었던 '우울과 몽상'이 생각났지만 지하철, 버스에서만 책을 읽는 주제에 짐을 너무 늘리면 안되겠다 싶어서 읽었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 속해있는 책인데, 보르헤스가 기억하는 내용을 적은 건지 예전에 읽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다.


3. 몬스터 멜랑콜리아(권혁웅): '사랑의 단상'의 오마주를 빙자한 세계(특히 일본) 괴물들에 관한 책이다. 일본의 귀신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질투, 외설이 좋았다. 당분간 책을 안 사려고 하고 있지만 이 책은 꼭 사서 다시 읽고 싶다.


4. 다이어트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팻 FAT(돈 쿨릭, 앤 메넬리): 이 글을 쓰려고 찾아보기 전까지 책의 제목이 'Fat' 또는 '팻'인줄 알았다. '다이어트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아까울 만큼 한없이 얄팍하고 가볍다. 어느 파트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라틴아메리카 어딘가에서 인디언의 엉덩이 부위의 지방을 강제로 빼앗아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데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정말인지 의심스럽다.


5. 유럽의 교육(로맹 가리): 나는 같은 작가의 책을 세 권 이상 자발적으로 찾아읽으면 그 작가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제 나도 로맹 가리의 팬이 된 것 같다. 로맹 가리의 대표작은 '자기 앞의 생'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데, '자기 앞의 생'은 아직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가면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보다 데뷔작인 이 책이 더 좋았다. 나치 독일군이 적으로 상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폴란드 빨치산이 절대적 선(善)으로 묘사되지 않고, 전쟁을 온몸으로 겪는 그들의 모습이 아무 감정 없이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다.


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예전에 읽었던 우디 앨런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와는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 내가 너무 세속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차라투스트라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한 줄 한 줄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 참 많았다(특히 초반부의 '잠'에 대한 부분).


7.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고등학교 필독서였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아서 이제야 읽었다. 요즘 소설들과는 달리 주제의식이 너무 뚜렷하고 그걸 소설 속 화자가 아주 직접적으로 말해서 근대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긴 1976년 작품이면 그럴 만도 하지...조 원장이 정말로 잘못한 건 무엇이었나를 좇으며 읽다가 어쩌쩌 나병 환자들의 천국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8.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은희경):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매번 헷갈려서 안 읽은 책이었다. 난이도가 높은 단편들은 아니었다. 맨 처음에 실린 '의심을 찬양함'은 '이거 판타지 또는 스릴러인가'하고 흥미를 가지려던 찰나에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장편으로 늘리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겠지만 장편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표제작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처음에 완전히 잘못 읽고,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아버지에게 건강한 장기를 이식해주려는 것인줄 알았다.


9.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단 한 권의 책'의 찬사를 읽고 다시 봐서 그런지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별자리식 구성'이 뭔지 알 것 같다. 정민이와 '나'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그 전엔 왜 몰랐을까 아마도 대충대충 읽었나보다).


10. 비평가의 사계(김윤식): 신형철, 김형중의 비평집에 매료되어 읽었는데 아아 이것은 비평집이 아니라 산문집이었다는 것을 거의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비평집을 좋아하게 된 건 다양한 문학 이론과 좋은 책들을 소개받고 찾아 읽으면서 똑똑해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는데, 이 책은 문학 이론에 깊숙이 들어간다기보다는 작가의 체험과 관계된 문학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중3 때 교과서에 있는 근현대 문학사 부분이 좋아 몇 번이나 읽고 고등학교 문학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으면서 카프(KAPF)는 처음 듣는 나의 무식함에 좌절했다.


11. 에고트릭(줄리언 바시니): 처음 읽었을 때는 자아가 핵심을 가진 어떤 형태를 띈 것이 아닌, 신체기관들의 기계적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는데, 다시 읽고 나서 머리에 남은 것은 '자아는 연속된 기억의 사슬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므로 노화를 자연스러운 미덕으로 여기는 건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피부 탄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 같은 요즘 계속 곱씹게 되는 부분이다.


12. 마술 가게(H. G. 웰스): 초등학교 6학년 때 '타임머신'을 재밌게 봐서 기대하고 읽었다. '타임머신'같은 미래지향적인 판타지가 아닌, 기괴하고 마술적인 판타지라서 어리둥절했지만 재밌었다. 몇 작품 실리지도 않았지만 드물게 실린 작품들이 전부 재미있었다.


13. 환상동화(프란츠 카프카 외): 제목만 보고 '근친상간 버전의 백설공주' 같이 잘 알려진 동화들을 비튼 책인 줄 알고 안 읽었는데 '몬스터 멜랑콜리아'에서 여러 번 인용되기에 궁금해서 읽었다. 이제 보니 완전히 오해한 것이었다. '심장 피의 동화'가 이상하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미정원과 힌첼마이어'도 그랬는데, 읽는 내내 까마귀 이 XX는 왜 착한 사람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나 내가 다 억울했다.


14.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내가 생각하는 김연수 작품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것 같은 단편집이었다. 수록작 면면이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쓰고 싶은 주제가 뭔지를 끈질기게 생각하고 그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서 쓴듯이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묶인 인상을 받았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실제와 기억의 괴리를 말했다면, 이 책은 실제의 역사와 기록으로 남은 역사의 간극을 말한다. '뿌넝숴'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왜 '한 달'이 아니라 '한달'일까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한달'도 허용된단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이 특히 그렇다.


15. 논쟁(크리스토퍼 히친스): 596쪽에 달하는 두께에 비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내가 이전에 '유럽사 산책'과 '한밤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어도 그랬을까 의심스럽다. 정말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잡지에 글을 쓴 양반인데, 어째서 여성지인 '배니티 페어'에 여성의 재미없음에 관한 칼럼을 썼을까 궁금하다. 미국의 외교정책과 중동 정세에 관해서는 촘스키('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의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자기 주장이 굉장히 세고 노골적이라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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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자려고 3시 10분에 쓰기 시작해서 이 시간(4시 24분)까지 쓰다니 미친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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