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있던 일이 하나 엎어졌다. 말이 준비지 눈에 보일 정도로 한 게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될 걸 미리 안 알려주고 3개월을 고민하게 하냐! 싶어서 좀 서운하기도 하다. 아무튼 다행이다.




  나는 예전부터 소심하고 안 해도 되는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2년 사이에 그게 더 심해져서 요즘은 왜 내 자신이 안 해도 되는 걱정을 미리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요 몇 주간 만났던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벌써부터 너무 고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안 그러면 모든 게 더 어렵게 느껴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틈날 때마다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고 있다. 2011년 1월부터 블로그를 했으니 초반에 몇 달 동안 블로그를 안 썼던 것을 감안해도 벌써 만 7년을 쓴 거다. 당연히 내 처지 및 소속이 세 번은 바뀌었을 만큼 긴 시간이라서 좀 오래된 글들은 보고 있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내가 굳이 이런 얘기를 블로그에다 썼었나 새삼스럽다. 그런데 어떤 시기의 글들을 보다 보면 지금에 비하면 훨씬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데 왜 정작 그 때는 그게 즐겁다는 걸 몰랐을까 싶다. 저 때 반만 되어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행복할 텐데(물론 지금 읽어봐도 시궁창 같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아직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지금의 구질구질하고 걱정 가득한 상황도 나중에 다시 보면 열심히 살았던 아름다운 과거처럼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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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부터 극심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너무나도 명확한데, 토요일에 이사를 들어오면서 주차장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중국인 가족이 마침 내 윗집으로 이사를 왔으며(사실 그 사람들이 이사오기 전부터 간헐적인 소음이 들려서 서브리스나 에어비앤비까지 의심하고 있다) 매일 밤 11시부터 소란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식탁의자 등으로 바닥을 긁는 것은 물론, 2-3세로 추정되는 아기와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소리지르면서 뛰어놀고, 아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부부가 중국인들 특유의 소란스러운 대화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마치 일부러 그러는 양 카펫 구역에서 쿵쿵거리면서 반복해서 걸어다닌다. 대체 카펫 구역에서 어떻게 걸으면 아랫층까지 소리가 전달되는지가 이상할 따름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새벽 시간에 문을 열고 나와서 복도에서 뛰어다닌다. 오피스에 두 번 신고를 했는데, 이미 저 사람들에게 첫 번째 경고를 전달했고, 그 주변 가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그 이상의 액션을 취할지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두 번째 신고를 한 것이 어젯밤 12시 반이었는고 첫 번째 경고를 전달했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좀 나아지긴 했다. 물론 나아졌다는 것이지 조용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구를 바닥에 긁고 있고 아이가 조용해진지는 5분이 채 안 됐다. 근데 이 상태가 며칠이나 갈지는 좀 자신이 없다.



  하 며칠 안됐지만 여파는 꽤 커서 스스로도 히스테릭해진 것을 느낀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아기가 복도에서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깬 거라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어찌나 예민해졌는지 대로변 소음을 안 들으려고 창문을 다 닫아놓고 더워서 켠 usb 선풍기 소리가 거슬려서 금방 꺼버리게 된다.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윗집의 가족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기 위해 "왜 세 식구가 9평짜리 원룸에 살게 되었고 초저녁에는 크게 시끄럽지 않다가 밤 11시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할까?"라는 사실에 기반한 가슴 아픈 소설을 구상해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를 밤에 여섯 시간도 채 재우지 않는 것은 아동학대가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든다. 명상 어플이라도 깔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자격을 획득했지만 아직 먹지를 못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기에 적합한 더운 날에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날에는 물론 햇볕이 강하기도 했지만 날씨가 꽤 서늘해서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꽤 많이 시원해졌고 밤에는 쌀쌀하기까지 하다. 오늘 새벽부터 한참동안 비가 오고 기온도 뚝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더 아이스크림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대체 언제 먹지...



  미국 와서 영어책을 세 권 다 읽었고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를 거의 다 읽어간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읽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그 이유는 172쪽까지 필사를 하다 포기하고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랑 마음에 드는 표현만 적기 시작한 것이 불과 2주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3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전부 받아쓸 생각을 한 것은 미친 짓이었다. 이젠 이 책에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얼른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싶다.



  연구는 그냥 그렇다. 계속 이론적으로 부족하다 싶은 부분이 생겨서 교수님이 면담 때 지나가는 말로 말씀하셨던 기본서를 보기 시작했는데 교수님이 예전에 쓰셨던 논문들에서 이 책을 계속 인용하고, 심지어 이 책에서도 같은 책의 다른 부분을 인용해서 [교수님 논문->해당되는 책의 부분->이 부분에서 인용한 다른 부분] 이런 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 순서대로 따라가고는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8월에야 교수님을 뵐 수 있을 텐데 대체 뭐라고 하실지;



  신고가 먹힌 건지 정말로 윗집이 조용하다. 이 글을 한 시간 넘게 쓰고 있어서 처음 두 단락을 쓸 때는 또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은 풀벌레 소리 외에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이게 새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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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그래봐야 이제야 수요일이지만) 매일 학교에 가고 있다. 집에 있으면 덥기만 하고 늘어져서 하루 종일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학교는 꼬박꼬박 가고 있다. 오늘은 또 엄청 늦게 일어나서 점심같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오피스 메이트인 친구가 집에서 오피스 데스크탑을 원격 연결해서 쓰고 있었는데 연결이 끊어진 것 같다고 재부팅해줄 수 있냐고 연락을 해와서 더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학교에 갔다.


  최근에 우울우울한 일기를 쓴 이후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부터 집안일까지 모든 과제에 기한을 정해놓고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법 순탄한데 딱 한 가지 못 지키고 있는 게 있다면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날은 학교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에서 프로즌 요거트를 먹는 과제를 걸었는데 아직 아이스크림 먹을 자격을 얻지 못 했다.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도 몇 개 더 맞춰놓고 블라인드도 이전보다 더 열어놓고 자는데 7시 반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일찍 일어난 것에 기뻐하면서 다시 잔다. 하긴 맨날 새벽 3시가 넘어서 자는데 그 시간에 잠을 깰 생각이 들 리가 없지...오늘은 반드시 일찍 자서 내일 아침에 학교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거다.


  오늘 저녁에는 포케볼을 먹었다. 애초에 연어를 먹고 싶어서 갔던 건데 연어를 더하면 3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서 기본 채소 토핑들과 무료로 넣는 가리비(scallop), 꼴뚜기(baby octopus), 닭가슴살하고 골파(green onion), 김, 스위트 칠리소스, 폰즈소스를 주문해서 연구실에 들고 와서 먹었다. 채소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해산물을 먹어서 그런지 방학 중에 먹은 음식들 중 두 번째로 가장 맛있었다(첫번째는 이사하고 얼마 안 돼서 해먹었던 제육볶음). 같은 가게에서 4월에 먹었던 히바치는 별로 맛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포케볼 맛집이었나보다.


  요즘도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저녁 먹고 8시 이후에 2.5km 정도 걷다 오는데 여기 사람들은(미국인이든 유학생들이든) 조깅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나도 이제 걷지만 말고 좀 뛰어볼까 고민 중이다. 그럼 밤에 잠이 엄청 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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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엄청나게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연구실 근처에는 세 곳의 카페와 두 곳의 커피를 살 수 있는 수퍼마켓과 한 곳의 자판기가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연구실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수퍼마켓과 우리 건물 2층에 있는 자판기인데, 이유는 가깝기도 하고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퍼마켓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면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어서 커피 말고 다른 게 더 먹고 싶을 때면 반드시 여기로 간다. 이 수퍼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식품이 신기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h마트에서 파는 짝퉁 과자 '고소애' 대신 진품 '고소미'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동기한테 한 봉지를 줬던 것이 거의 1년 전인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 컵라면, 한국 죽, 한국 국밥, 한국 과자, 이런 게 엄청나게 늘어났다. 내가 불닭볶음면을 처음으로 사서 먹어본 것도 여기였으니 뭐...무엇보다 월마트나 페이리스에도 없는 해태, 빙그레, 오리온 등의 회사 제품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오늘은 커피를 사러 갔다가 과자 하나만 같이 사서 가자고 한국 과자 코너를 보고 있는데 맙소사 허니버터칩이 있는 거다. 한국에서 한창 품귀현상이 일 때 연구실 선배 언니가 나눠줘서 딱 한 번 먹어봤던 허니버터칩이 왜 여기에...? 한국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한 봉지에 2.89달러이니 다른 과자들에 비해서도 비싸긴 하지만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이걸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싶었다. 특히 어제 갑자기 감자탕 먹고 싶고 또 뭐 먹고 싶고 그래서 온라인 h마트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한 와중에 단비와도 같았다.


  점심과 저녁을 항상 한식으로 먹기 때문에 외식으로 한식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만든 무언가? 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 쉬운 곳에 살아서 다행인 것 같다. 대도시에 살았다면 오프라인 h마트나 한인마켓 등에서 좀 더 쉽게 사다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차도 없고 돈도 없고 식구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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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한 지 2주가 넘었다. 배송된 가구도 다 조립하고 살림도 다 정리해서 이제 책상 말고는 별로 어지러운 곳도 없다. 밤에 잠도 잘 자고 요리도 잘 해먹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내 집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좀 이상하다. 새로 이사한 집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점

  1. 정남향이라 아침에 아주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블라인드를 살짝 열어놓고 자면 일출시간에 맞춰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나는 내가 알람소리보다 빛에 더 민감한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2. 생각보다 넓다. 전에 살던 곳이 약 17평이고 새로 이사한 곳이 9평이라 많이 좁을 줄 알았는데 전면창이 커서 그렇게까지 좁다는 느낌은 안 든다. 게다가 현관 앞에 있는 walk-in closet이 상당히 커서 온갖 잡동사니를 수용할 수 있어서 수납공간이 모자라지도 않다.
  3. 연구실까지 7분 밖에 안 걸린다. 걷는 속도에 따라 어떤 때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4. 수돗물 상태가 전 집보다 나은 것 같다.
-단점
  1. 집 앞에 대로가 있어서 하루 종일 시끄럽다.
  2. 천장 등이 부엌 공간에 완전히 치우쳐 있어서 불을 켜놓아도 창문 쪽의 침대와 책상은 매우 어둡다.
  3. 이웃 아파트들과 사이가 너무 가깝다. 현관 바로 앞에 같은 회사 아파트가 있고 창문 너머에 또 다른 아파트가 있다. 저번에 빨래하러 나가는데 옆 아파트 반지하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스튜디오이다 보니 현관에서부터 집 전체가 전부 다 보이는 구조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리고 얼마 전 저녁 때가 되어서 부엌불을 켜놓고 버티칼을 닫으러 갔다가 마침 발코니에 나와 있던 앞 아파트 주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항상 블라인드를 먼저 닫아놓고 불을 켜야 한다.
  4. 침대와 책상 공간에 카페트가 깔려있다. 겨울엔 따뜻해서 좋을 것 같긴 한데 먼지가 엄청나다. 지난 주 일요일에 처음으로 정리를 끝내고 청소기를 밀었는데 무슨 지하철 집진기만큼 먼지가 쌓였다. 내 연약한 호흡기를 위해서라도 자주 환기시키고 청소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 공동세탁실에 있는 건조기 성능이 별로 좋지 않다. 적정 빨래양이 너무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색을 구분해서 빤 것을 따로 건조시켜야 하고,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 세탁을 해야 한다.

  장단점을 굳이 짜내면 이렇다. 졸업할 때까지는 별 불만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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