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번 주는 정말 빨리 이사가고 싶었다.



  욕실을 같이 쓰는 옆방 사람이 며칠 전부터 남자친구를 들여서 새벽까지 이야기하는 소리로 시끄럽고,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기 싫어서 씻는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밤에 못 씻고 자는 날도 많았다. 오늘만 해도 아침 8시 반에 일어났더니 밖에서 계속 얘기하는 소리 나고 화장실 왔다갔다하는 소리가 나서 11시까지 방에 콕 박혀있었다. 그래서 그저께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D-7부터 시작해서 드디어 D-4가 되었다.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았다.



  어제는 가구 주문도 다 했다. 월마트, 이케아, 아마존에서 비슷한 제품들을 비교하고(주로 가격으로) 배송비를 맞춰서(월마트는 35달러 이상 주문해야 무료배송) 주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마존:

  • 책상 스탠드 ($29.99) -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 샤워커텐 ($11.99) - 나무 벽이랑 잘 어울린다
  • h형 책상 ($78.99) - 높이가 생각보다 낮아서 처음엔 실망했는데 조립해 놓고 보니 예쁘고 방이 좁아보이지도 않는다

월마트:
  • 오피스 의자 ($48.84) - 와 가격은 싼데 집에서 쓰던 듀오백만큼 편하다
  • 쌓을 수 있는 16Qt 서랍장 6개 세트 ($29.79) - 진짜 편하고 좋긴 한데 좀 작다

이케아:
  • Lillnaggen shower squeegee ($1.99)
  • Helmer 바퀴달린 6단 서랍장 ($39.99)
  • DVALA 침대시트 세트 ($19.99)
  • Prickig 전자렌지용 뚜껑 ($1.29)
  • Bolmen 화장실 청소용 솔 ($0.99)
  • Laiva 책장 ($19.99)
  • Filur 쓰레기통 두 개 ($4.99 * 2)
  • Pluring 옷 커버 3개 세트 두 개 ($2.99 * 2)
  • Skubb 침대 밑 옷 서랍장 ($8.99 * 2)
  • Mulig 전자렌지대 ($29.99)
  • Torkad 키친타올 홀더 ($1.99)
  • Legitim 도마 ($1.49)


  이케아에서 배송이 너무 일찍 올까봐 늦게 주문한 거였는데 주문할 때 보니까 배송일자를 내가 지정할 수도 있고 제일 빠른 배송일자가 6월 1일이라서 좀 실망했다. 책상도 이사 다음날 도착해서 이사 당일은 짐도 다 못 풀고 지저분하게 있게 생겼다. 가장 치명적인 건 6월 1일까지 더블 침대 시트가 없다는 거라서 지금 쓰고 있는 트윈 시트를 그대로 깔고 자거나 다음 주말에 시트 단품이라도 사러 가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마트 가서 평소라면 이렇게 몰아서 사지 않을 것 같은 치킨 윙/오트밀 식빵/프링글스/크런치롤 등등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샀다. 다행히 50달러는 넘지 않았다. 처음 마트에 갔을 때는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사서 60, 70달러씩 사고 그랬는데 자주 가면서부터 가격 및 양을 조절할 줄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새 집에 갈 때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ㅠㅠ전부 나 혼자 옮겨야 하므로ㅠㅠ일부러 조금만 사왔다. 마침 마트에서 친구도 만나서 차도 얻어타고 왔다. 그런데 친구가 어제 어머니께 들은 말을 그대로 해서 좀 기분이 묘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혼자서 힘들어 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하라고. 친구는 내가 마트에 버스 타고 다니는 게 안 돼 보여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요즘 내가 한창 하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유독 더 고마웠다. 근데 대체 왜 난 가구 잔뜩 사고 마트 가서 먹을 거 잔뜩 사온 얘기 쓰다가 이런 얘기를 쓰고 있는가!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615 허니버터칩  (0) 2018.06.16
5/23-6/10  (0) 2018.06.11
일주일의 기억  (0) 2018.01.06
20170729 인터넷 쇼핑  (0) 2017.07.29
일주일 정리  (0) 2017.05.29

 일요일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디폴 공항에서부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셔틀버스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우리 동네엔 지난 주부터 눈이 왔다고 귀띔해 주셨다. 안 그래도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마다 영하 16도, 영하 20도 이런 것을 보고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었는데 그제야 이게 남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우울했었다.


  동네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기숙사 주변은 특히 더 그랬는데, 눈이 오면 RA랑 학교 직원들이 새벽부터 눈을 치우는데 하필 기숙사 사무실도 닫은 겨울 휴가 중에 눈이 또 온 바람에 치운 위에 눈이 다시 쌓여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내가 사는 건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는 무슨 설산을 등반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집에 돌아와서 독한 감기에 걸려서 이틀 동안 거의 혼수상태로 지내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장을 보러 갔었다.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 많지 않은 기간이라 그런가 동네 마트에도 살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감기는 며칠 사이에 거의 나았고, 교수님이랑 조교 일정도 짜고, 현재 교과서를 확인할 수 있는 과목들의 교과서가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용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고. 이제 방학 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운동화 빠는 거랑 조교영어시험 준비하는 거랑 교수님이 주신 자료를 빨리 읽는 건데, 내가 영어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까 고민돼서 심란하고, 실해석학 재수강해야 한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 학교 나가라고 하시지 않을까 걱정된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실해석학을 이번 학기에 들으려면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수강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상쇄할 수 있는 좋은 이슈를 내가 만들어서 갈 수 있을까! 재수강을 고민하기도 전에 영어시험에 떨어져서 학교를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거다. 여행 가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영어에 상당한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이게 과연 시험 점수로도 이어질지 모르겠다. 뭐 어쩌겠어, 남은 이틀 동안 연습시험이라도 여러 번 해야 좀 덜 불안하겠지...


  학교 체육관에서 헬스를 시작한지 이틀이 되었다. 그저께 가고 오늘 갔다. 작년에는 홈트레이닝 잠깐 기웃대고 스트레칭을 좀 했었는데,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내서 몸에 근육이 붙는 것을 보고 싶어서 장기적으로 헬스를 할 생각이다. 처음 헬스를 한 것이 2011년 여름이었는데(이 때도 학교 체육관), 여전히 운동 사이클을 몰라서(찾으면 분명 금방 나올 텐데 그 놈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운동기구 이용법만 배우고 사이클 구성은 안 배웠다) 그냥 가자마자 런닝머신에서 20분 정도 뛰고 런닝머신 뒤에 있는 기구들을 그냥 쭉 돌면서 한다.


  월초에 아픈 바람에 아직 구체적인 연중 계획을 세우지는 못 했지만 일단은 건강한 연구머신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중간에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해서 학점 회복하고 11월 학회도 가고 새 논문도 쓸 거다. 공부 외적으로는 올해는 5월에 이사를 하니까 이사비용도 들고 가구도 사야 하고, 조만간 노트북도 사야 해서 반드시 큰 돈 쓰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3-6/10  (0) 2018.06.11
20180519 토요일  (0) 2018.05.20
20170729 인터넷 쇼핑  (0) 2017.07.29
일주일 정리  (0) 2017.05.29
여름방학  (0) 2017.05.21

  오랜만에 학교와 관계없는 일로 글을 쓴다.


  다음주 일요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한국 가서 만나야 할 사람들과(그 사람들 의사와는 관계없이 내가 미국 오기 전에 만나준 게 고마워서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들) 전달해야 할 선물 목록을 만들었다. 그런데 계절학기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고 연구와 집안일, 그리고 완전히 바뀐 생활 패턴 때문에(매일 이르면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자고 늦으면 12시 좀 넘어서 잠들다 보니 밤에 도저히 뭘 할 수가 없다) 주문을 못 했었다. 오늘도 12시 좀 넘어서 자서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났는데 어제 선물 때문에 고민하다 잤던 것이 생각나서 다시 자러 가지 않고 사이트들을 뒤졌다. 일부는 아마존, 일부는 빅토리아시크릿(내가 여기서 뭘 주문하는 날이 오다니), 일부는 Bath&body works에서 샀는데 도중에 배송비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서 The Body shop 등 다른 사이트도 알아봤는데 그나마 최선이 처음에 생각한 대로였다. 아마존 프라임에 익숙해서 배송비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사이트에서는 2일 배송(expedited shipping) 요금만도 20불 가까이 돼서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차가 있었다면 우리 동네ㅡ라고 하기엔 다소 멀지만 바로 옆 동네ㅡ에 있는 몰에도 빅토리아시크릿과 BBW가 있으니 가서 사오겠지만 버스 타고 그 먼 곳까지 가서 무더기로 사올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면허도 없는데 차를 몰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검색해서 얻은 BBW 20% 할인 프로모션 코드 덕분에 그나마 마음이 풀렸다. 할인 금액이 배송요금보다 더 많다.


  막상 주문하기 전에는 집값을 제외한 내 한 달 생활비보다도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주문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물론 한국 갔다 와서 생활비를 절약할 것을 생각하면 과히 즐겁지만은 않다). 이제 정말 한국에 간다는 것이 실감나기도 하고, 꽤 오랫동안 못 봤던 사람들을 볼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다. 이제 그 사람들한테 제발 만나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 텐데 휴. 일단 시험 준비랑 다음주 교수님 면담 준비부터 해야겠당.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519 토요일  (0) 2018.05.20
일주일의 기억  (0) 2018.01.06
일주일 정리  (0) 2017.05.29
여름방학  (0) 2017.05.21
20161112 토요일  (0) 2016.11.13

  내 오피스메이트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에 올 생각인가보다. 지난 주에는 월요일에 한 번 봤고 그 다음에 목요일이었나, 금요일이었나 와서 필요한 물건만 와서 찾아서 다시 갔다. 동기는 여전히 학교에 오지 않는다. 처음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1학년 중 학교에 나오는 사람들은 prelim 시험을 앞둔 경제학과 사람들 뿐이라서 오히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학교에 매일같이 나가면서 연구 진도가 확확 나간다면 내 생활에 확신이 생길 텐데, 요즘은 교수님이 주신 과제 공부하고 영어 공부하기에도 바쁘다.


  영어공부는 gre 공부할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ㅋㅋㅋㅋㅋㅋ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수능 준비할 때나 대학교 1학년 때 토익 공부할 때나 gre 공부할 때나 토플 공부할 때나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던 시기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미국에 와서 내가 정말로 공부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뭐가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공부의 방향을 잡아서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매일 30분씩 책 필사를 하고 나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문법책(grammar in use advanced) 챕터 두 개씩 공부하고 또 다른 영어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서 CNN 10을 두 번 듣고 script를 보면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다시 들은 다음 스크립트를 소리내서 읽는다. 드라마 보면서 단어와 표현 정리하는 것은 주말에만 한다. 말하기 연습도 좀 더 해야 할 것 같지만 일단은 머릿속에 단어와 표현을 채우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서 이 정도로 하고 있다. 사실 이것만 매일 해도 정말 벅차다. 이 시간 만큼 연구에 시간을 들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그렇지만 내가 원어민이 되어서 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온전히 연구에만 쓸 리는 없으니 억울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가면서 아주 조용하고 좋다. 윗집에는 새벽에 가구 조립을 하기도 하고 늘 의자를 질질 끌고 다니며 한 번은 여행가면서 개만 혼자 방에 두고 가서 같은 건물 사람들 전부를 열 받게 하던 사람이 살고 있었고 옆집에는 새벽 세 시까지도 자기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는 인도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나가니까 너무 좋다.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새로 입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거다. 그런데 아까 오후부터 위층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요즘 내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졸업 후의 진로,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될 곳, 가족들과의 거리, 언제 할지 모르는 결혼, 기타 등등. 물론 이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골머리 썩힐 만큼 현재 상황이 한가하지는 않다. 이번 방학의 내 목표는 1) revision 받은 논문 수정해서 재제출 2) 연구 제안서 교수님께 드리고 개강하자마자 드래프트 제출 3) 조교 영어시험 통과 등이라서 당장 보이지도 않는 먼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차라리 딴 생각할 여유 없이 바빠서 다행이다.



방학하자마자 만든 돈까스



월요일에 내 방에서 찍은 풍경. 주차장에 차가 없다.



화요일에 만들어 먹은 팽이버섯전


  아 잊어버리고 안 쓸 뻔했다. 목요일에 모처럼 일찍 일어난 김에 학교 보건소 가서 menB(Trumenba Meningococcal Group B) 접종 받고 왔다. 작년 11월에 1차 접종을 하고 6개월이 지나서 2차 접종을 한 거다. 한국에서 맞은 수막구균 접종은 학교 보건 포털에 검색해 보니까 MENINGOCOCCAL - QUADRAVALENT 이라고 되어 있는데 뭔지 모르겠고 보건소에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menB가 더 좋은 거라고 하셔서 추가로 더 맞았다. 학교 보험으로 실비 처리 돼서 1, 2차 모두 무료로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서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 놓은 자리를 못 찾으시기에 불안했었는데 저녁 때 집에 와 보니까 부어오른 자리와 반창고가 붙어있는 자리가 달랐다^^^^^^물론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제까지 사흘 동안 팔이 뻐근하고 두통이 심했는데 오늘은 괜찮다.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주일의 기억  (0) 2018.01.06
20170729 인터넷 쇼핑  (0) 2017.07.29
여름방학  (0) 2017.05.21
20161112 토요일  (0) 2016.11.13
생활의 즐거움  (0) 2016.11.07

1.


 방학 시작한지 2주가 넘었다. 학기 중보다 시간이 더 안 가는 것 같다. 그렇게 느끼게 된 건 순전히 심심해서다. 학기 중엔 동기랑 맨날 붙어다니고 연구실에서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피스메이트랑 긴 시간을 같이 있었는데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둘다 실종이라도 된 것처럼 학교에 오지를 않는다.  아무리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2주 동안 사람과의 대화 한 마디도 못 하는 것은 가혹하다. 오죽하면 그 두 사람한테 제발 학교에 와 달라고 이메일을 보내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까. 다행스럽게도 오피스메이트는 목요일부터 학교에 오기 시작했다! 주말에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서 목요일, 금요일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를 보자마자 지나치게 반가워했던 것 같다.




2.


  날씨가 너무 오락가락한다. 그저께까지 29도, 30도 정도로 덥더니 비가 오고 나서 갑자기 추워져서 어제는 긴 옷을 입고 나가야 했고, 오늘은 또 낮 기온이 15도 정도이기에 긴 후드티를 입고 연구실에 갔다가 저녁 6시 반쯤 밖에 나오니까 26도로 후텁지근했다. 처음엔 핸드폰 날씨 어플이 잘못 된 것인 줄 알았다. 집에 가면 또 얼마나 덥고 습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창문을 닫아놓고 나와서 아침 기온 정도로 서늘해서 오늘도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3.


  요즘 부쩍 집밥에 물리기 시작했다(왠지 이렇게 시작하는 일기를 이전에도 썼던 것 같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루에 한두 끼씩은 꼭 밖에서 사먹었는데 미국에 오고부터는 뭐 주말에 한 반찬을 일주일 내내 먹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남들은 바빠서 밥을 사먹는다는데 난 바쁠 때는 불평없이 꾸역꾸역 잘 먹다가 정작 한가해지니까 외식을 하고 싶어한다. 이런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5월 들어서 초밥 한 번 먹고(아마도 방학 시작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먹었던 것 같다) 지난 주 일요일에 판다익스프레스에 한 번 갔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지금껏 딱 두 번 가봤는데 굉장히 달고 맵고 짠 맛이 딱 한국에서 외식할 때 먹는 맛이다. 다른 곳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일주일치 장 보고 오는 게 40달러 안팎인 주제에 한 끼에 9달러가 넘는 음식을 자주 먹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아예 냉동 오렌지 치킨을 사다놨다.


  생각해 보니까 방학 시작하고 스스로 한가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주말에 반찬을 부지런히 만들어놓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 것 같다. 학기 중에는 아무리 바빠도 일요일엔 새벽 두세 시까지 찌개 끓이고 잡채 만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 방학 시작하고 나서는 밥을 미리 지어놓을 생각도 안 하고, 먹을 때 되면 새로 만들어 먹겠지 하고는 정작 손 많이 가는 음식은 안 하다 보니 반찬이 너무 부실하다. 부실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맛이 없다. 내일은 꼭 잡채랑 고구마맛탕이랑 된장찌개를 만들 거다.



4.


  방학이 시작되고 새로 목표를 세운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영어책을 필사하는 것이다. 그 전에도 단어 공부를 목적으로 책 몇 권을 읽긴 했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직접 쓰면서 공부하다 보면 뭔가 다른 것을 더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예전에 <App generation>을 읽을 때도 책 전체에 쓰인 표현들이 다 좋아서 전부 외우고 싶다고 생각해서, 마찬가지로 좋은 책들을 계속 꾸준히 필사하다 보면 내 문장력도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실에다 책이랑 단어장을 갖다 두고 매일 30분씩 필사하고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보니 학교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날에도 필사를 하러 간다. 간 김에 다른 공부도 좀 더 하다 오게 되고 그러니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이 만큼 좋은 처방전이 따로 없다. 참고로 이 책은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written by Diane Ackerman)>이다. 4월 초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을 한 번에 너무 많이 사버려서 4월 한 달을 곤궁하게 살았는데 이런 용도로 책을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8월까지 필사 끝내고 다시 읽어봐도 재밌을 것 같다.

'일상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729 인터넷 쇼핑  (0) 2017.07.29
일주일 정리  (0) 2017.05.29
20161112 토요일  (0) 2016.11.13
생활의 즐거움  (0) 2016.11.07
20161030 일요일  (0) 2016.10.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