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아침에 조교영어시험 연습을 한 번 하고 청소를 끝낸 다음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와서 씻고 학교에 가는 거였는데, 마침^_^공교롭게도^_^ 비가 오는 바람에 practice test 한 세트 끝내놓고 내일 있을 help session을 준비하면서 비 구경을 하고 있다.


 어제는 오전 내내 침대에서 미적대다가 늦게 일어나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와서 씻지도 않고 레모네이드 타서 책 읽으면서 마시고 있는데 학교에 있던 친구들이 저녁을 먹자고 불러서 얼른 씻고 나갔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해서 허전했는데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고 맛있는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오니까 좋았다. 아직 오전이라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높은 확률로 한 마디도 안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오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산더미 같으니.


 이번 주에는 집에서 밥을 잘 안 먹었다. 수업이 없는 날에 늦게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지 않기도 했고 한국인 교수님이 나랑 친구를 불러주셔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오기도 했다. 덕분에 냉동실에 아직도 밥이 네 통이나 남아있다. 오늘은 밥을 3인분만 해야겠다.


 요리는 여전히 재밌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사실 요리 자체보다 설거지가 너무 괴롭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처리하려고 온갖 요리를 다 해봤는데 그 때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냄비랑 프라이팬을 다 꺼낸 바람에 하루에도 설거지를 몇 번씩이나 해야 했다. 오늘도 생강차를 한 번 더 하고 불고기를 할 예정이라 또 한 번의 강행군이 예상된다.


 생각해 보니까 이번 주에는 내 동기랑 친해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사회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눈치도 없는 나는 그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말았다. 계속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뭔가를 같이 할 기회가 생기면 딴 소리를 하고 넘겨버린 거다. 그 친구가 내 이상한 성격을 이해해 주면 좋을 텐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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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기에 제대로 걸렸다.


 며칠 전부터 재채기가 엄청나게 나오고 코찔찔이 증세도 심각했는데 미국에 온 직후부터 줄곧 알러지성 비염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확실해졌다. 목도 아프고 기침도 나는데 감기가 아닐 리가 없다. 아무튼 골골거리면서 학교에 가서 저녁 7시에 집에 들어왔는데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났다. 아프다고 점심 도시락도 못 싸고 갔는데 저녁이라도 든든한 걸 먹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요리법 어플을 뒤적거리며 입맛을 다시다 닭육수 만드는 법을 찾았다.


 oh oh


 집에 닭가슴살도 있고 파도 있고 생강도 있고 마늘도 있고 통후추 새로 사다놓은 것도 있는데!! 심지어 재료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저번에 payless 가서 홀리듯 사온 무도 있었다. 그리고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소면도 있었다. 이건 나를 위한 요리라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요리를 시작했다. 심지어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어렵지도 않았다. 닭가슴살이 충분히 익도록 놔둔 채로 소면까지 끓이고 간을 맞추니 근사한 닭국수가 완성되었다. 냄비 한 가득 끓여서 아직도 육수가 많이 남았는데 이걸론 나중에 찌개도 끓이고 국수도 또 해먹을 거다. 뿌듯하다.




2.


 입학하던 순간부터 내 유일한 과 동기에게 엄청난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친해지지 못했다. 난 아직도 걔 나이도, 전화번호도 모른다.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는데 이야기하는 주제는 주로 진로, 숙제 같은 것들이다. 아, 며칠 전에는 무척 추워하면서 한국 날씨는 어떻냐고 물어봐서 엄청 반가웠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는 연구실 사람들과 거의 가족 내지는 엄청 가까운 친구처럼 지내서 거의 모든 일상에 간섭하고 참여했었는데 이 친구와는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게 대학원 동료들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인지, 아니면 아직 덜 친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3.


 엄청 잘 듣는다고 알려진 감기약을 사와서 세 시간 전에 먹었는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엄청 졸리긴 한데 분명 약병 표면에 안 졸린 약이라고 써 있었으니 약효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일찍 자버려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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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생각은 매일 여섯 시에 연구실에서 퇴근해서 집에 오는 거였는데(TA 일정까지 다 잡혀서 전체 일정이 확정되고 나면 그때부터 퇴근하고 학교 체육관 가서 운동을 하고 올 생각이었다), 오늘은 친구가 세 시 반에 식료품을 사러 가자고 하기에 따라가서 장을 봤다가 다시 연구실로 가기도 뭐해서 그냥 집으로 왔다. 물론 집으로 왔다고 쉴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장 봐온 것 정리하고, 아침에 도시락을 싸느라 못 하고 나갔던 설거지를 끝내고, 과일도 식초 탄 물에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리고 왔다. 하긴 일요일에 식료품 장을 보고 청소를 할 생각이었으니까 하루 더 연구실에 가면 되겠다.


 이사 온 첫날에 싱크대 개수대 물이 잘 안 내려가서 개수대 뚜껑을 열었다가 굉장히 끔찍한 촉감의 무언가를 만졌다. 그 뒤로 그 쪽 개수대에서는 아무것도 안 했었는데, 조금 전에 프라이팬이랑 냄비랑 도마랑 다 씻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쪽에 걸어뒀던 채반을 치우고 세제 묻힌 그릇을 두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개수대 뚜껑에 다시 손을 대놓고는 도저히 그 안을 만질 자신이 없어서 지난 주에 사왔던 이쑤시개로 긁었다. 오......미국에 와서 산 것들 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다섯 개 물건들 중에 꼽힐 만하다(1, 2위는 지난 포스팅 참조). 긁어내고 뚫어내고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


 원래 그다지 깔끔한 성격이 아니고 부지런떨면서 치우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혼자 살게 되니 치워야 할 게 보인다. 그 덕에 지금 내 방에서 지저분한 곳은 책상 위 밖에 없다!!(영수증 더미를 빨리 치우려면 밀린 가계부를 다 써야 할 텐데) 계속 이렇게 유지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길고 길던 오리엔테이션 주간이 내일로 끝난다. 사실 오늘 1학년 지도교수님을 뵙고 왔고, 내일도 간단한 행사만 남아있어서 큰 건들은 대부분 끝난 셈이다. 맨날 학교 친구들이나 연구실 사람들하고만 지내다 새로운 사람들하고 계속 부대끼고 있자니 기가 빨린다. 그래도 단 며칠 만에 친구도 생겼고 같은 과 친구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굳이 말하자면 주로 내가 그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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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미국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돈도 엄청나게 썼다. 주로 마트에 물건을 사러 돌아다닌 것이지만 캠퍼스 투어도 거의 매일같이 해서 이젠 어떤 도로에 들어서면 집에 벌써 도착한 것 같은 안도감이 생기고, 어떤 건물을 보면 내가 또 길을 잃고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가보기도 했고 시내도 구경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방값이다. 그 외에는 크고 작은 살림살이들, 식료품 등을 사는 데에도 돈을 많이 썼다. 거실 수납장에는 각종 가전제품 박스를 전부 쌓아놔서 볼 때마다 제법 뿌듯해진다. 아직 과소비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도 없지만 아마존에서 한 번에 마우스, 체중계, 공책 세트, 전기밥솥 등을 주문하고는 불현듯 돈 쓰는 것의 무서움을 알아서 앞으로는 자제하기로 했다.



1. 코인세탁기

 내가 사는 건물에서는 코인세탁기를 공동으로 쓰게 되어 있는데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세탁을 하는 데 1.25달러, 60분 동안 건조를 하는 데 1달러가 드는데 이것을 전부 25센트 동전으로 내야 한다. 즉, 빨래를 해서 건조까지 완료하기 위해서는 25센트 짜리 동전이 9개나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처음 세탁실에 갔을 때는 동전이 모자라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드러그 스토어까지 가서 동전을 바꿔왔다. 어제는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25센트 동전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겨우겨우 9개를 만들어서 빨래를 했는데 문제는 또 동전이 모자라서 짙은 색의 빨래들을 아직 처리하지 못 했다. 한국에 있을 땐 동전이 모자라본 적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넘쳐나는 동전 때문에 골치 아팠는데 여기선 25센트 동전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2. 정수 필터

 내가 사는 주의 수돗물은 석회수다. 그러다 보니 수돗물을 식수로 이용할 수도 없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처음 며칠은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전부 키친타월로 닦았는데 이젠 그러기도 귀찮고, 과일이나 채소를 생수로 씻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아마존에서 수도꼭지에 다는 정수 필터를 샀다. 와...미국에 와서 산 것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 1, 2위를 다툴 만하다(경쟁자는 욕실 매트다. 씻고 나와서 밖에서 신고 다니는 신발로 밟고 다닌 욕실 바닥을 밟거나 곧바로 그 신발을 신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매트를 깔자마자 삶의 낙을 알아버렸다). 수압이 약해서 설거지할 때 쓸 수는 없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


***5/11/2018 추가내용: 꾸준히 정수필터를 통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쓰고 있는 제품은 이거다


https://www.amazon.com/PUR-Advanced-Faucet-Filter-FM-3700B/dp/B0009CEKY6/ref=sr_1_8?ie=UTF8&qid=1526055174&sr=8-8&keywords=pur+water+filter



3. 포켓몬Go & 구글 지도

 원래 포켓몬을 좋아해서 미국에 오기 전부터 포켓몬고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와서 깔아보니 잘 안 하게 된다. 아직 대부분의 장소가 생소해서 구경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 포켓몬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구글 지도를 거의 매 순간 핸드폰으로 켜 놓고 있어서 포켓몬고를 할 여력이 안 된다. 내가 원래 기대했던 건 보통 때는 백그라운드 앱으로 사용하다가 포켓몬이 가까워지면 신호음이 나는 거였는데...그런 기능이 없는 것도 게임을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차라리 잘 때 끌어안고 잘 포켓몬 인형을 사는 것이 낫겠다.

 

 한국에서는 주로 네이버 지도를 사용했는데 미국에서는 구글 지도가 정말 편리하다. 사실 구글 지도만이 아니라 Gmail, 구글 캘린더 등 구글의 여러 기능들이 이제야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위성 지도를 이용해 길을 찾다 보니 건물을 헷갈릴 일이 거의 없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한때 구글이 사람들의 위치정보를 기록하는 것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는데,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이동한 경로가 타임라인으로 기록된 것을 보는 것은 좀 재밌다. 도로가 아닌 건물 이동 정보에 기반을 두다 보니(예를 들어 내가 어떤 곳에 들렀다가 원래 장소로 돌아가게 되면 처음과 끝이 같으므로 그 사이의 이동은 타임라인에서 배제된다) 부정확한 면도 있지만 볼 만하다.



4. 햇볕

 이곳은 해가 아침 7시 즈음에 뜨기 시작해서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진다. 그래서 저녁 여섯 시쯤 가게에 가면 분명 밖은 대낮처럼 환한데 점원이 "Good evening"이라는 인사를 해서 이상하다. 그렇게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하루 중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12시부터 3시 사이가 가장 더운 시간이었는데, 여기에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가 가장 덥고 햇볕이 강하다. 어제는 목이 옆으로 길게 파인 옷을 입고 밖에 나갔는데,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얼굴과 목, 팔에만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쓴 다음 오른쪽 어깨에 옆으로 메는 가방을 메고 나갔었다. 그랬더니 왼쪽 목 아랫부분만 타서 새빨갛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심하게 타지는 않았는데 여기선 그게 아닌 것 같다.


5. 오리엔테이션

 조금 전에 박사과정 director 선생님으로부터 오리엔테이션에 관한 메일을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인 15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확정된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보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늦은 오후 내지는 밤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심지어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10시 이전에 끝날 수도 있는(시간 날 때 개인적으로 오피스를 찾아가는 거라서 일찍 끝낼 수 있다) 금요일에는 다른 오피스에서 주최하는 또 다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빠져도 되는 날이 없는지를 가장 먼저 찾아봤지만 "Required"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캠퍼스 투어밖에 없다. 왠지 개강 전에 힘이 다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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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영어 공부하고 출국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


 덕분에 제주도에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은 지금에야 사진들을 정리했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대부분의 풍경 사진들이 기울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대체 전화기를 어떻게 들면 이렇게 찍히나 모르겠다.



4월 28일: 보문동 해녀의 집


 음식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사진은 없지만 자리물회가 맛있었다. 제피가 향긋했다.




4월 29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큰넓궤→오설록→포도호텔→방주교회→본테박물관


1)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친구한테 사진을 보냈었는데 필터 효과냐고 물어서 그제야 어플이 자동적으로 필터를 적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위가 따로 깐 어플로 찍은 것이고 아래가 기본 카메라 어플로 찍은 것이다. 이때가 아직 10시, 11시 무렵이었는데도 햇볕이 굉장히 따가웠다. 정문에서 이마트 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통로가 있다.




2) 큰넓궤(영화 '지슬' 촬영장)

 솔직히 말하면 '지슬'이 화제가 되었을 때도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오설록으로 가는 길에 있던 '지슬' 촬영장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보고서야 여기가 거기구나 하고 알았던 것이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나서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큰넓궤 유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진드기가 나타난다니 긴 바지가 좋겠다). 동굴 가까이도 갔었지만 무서워서 그 안을 들여다보지는 못 했다. 동굴 속에 숨어들었어야 했던 사람들의 공포를 실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3) 오설록

 내 생각에 오설록에서 꼭 감상해야 하는 것은 차밭과 녹차 아이스크림인 것 같다. 유명 건축가들이 지었다는 티스톤이나 이니스프리 건물도 큰 감흥은 없었다. 내가 건축이나 미학을 잘 알지 못 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서로 다른 콘셉트로 지어진 여러 건물들이 어째서 하나같이 인공연못을 끼고 서 있는지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차밭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차밭을 찍은 사진이 하나 빼고 전부 기울어져 있어서 아쉽다.






4) 포도호텔

 하늘 위에서 보면 포도송이 모양의 호텔이라는데 하늘에서 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대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은은한 와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여기서는 점심을 먹었다. 우동이 정말 맛있고 정말 비쌌다. 사진은 전부 식당에서 찍은 것이다. 밖에서 찍은 것도 있는데 너무 심하게 기울어져서 이건 차마 못 올리겠다. 제주도 전통 돌담 같은 낮은 현무암 돌담이 정원에 세워져 있었다.




5) 방주교회

 말 그대로 방주처럼 생긴 교회다. 2010년에 무슨 건축상을 받아서 유명해진 건물이기도 하다.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교회 건물 주변에 얕은 인공연못이 있는데 물이 굉장히 더러웠다. 반짝이는 지붕이 꼭 갈치 비늘 같았다. 커다란 십자가가 있는 다른 교회들과는 달리 빛과 그림자에 의해 십자가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몇몇 신자들만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예배당 뒤로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예배 때는 목사님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6) 본테박물관

 여기는 입장료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들어가 보지는 않고 밖의 정원만 구경했다. 



4월 30일: 이중섭미술관→천지연폭포

 이중섭미술관에는 한 번도 안 가봐서 갔던 건데 공교롭게도 이중섭과 아내가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모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중섭이 제주도에 머문 기간이 2년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나름 반전은 반전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그림들이 정말 작았다. 위에 전망대에 가서 파노라마 사진도 찍었는데 역시! 이 사진도 가운데가 찌그러져 있다. 그래서 미술관 밖으로 나가면 나오는 이중섭 거리의 사진만 올린다. 사실상 이중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플리 마켓이었다고 보면 된다. 천지연폭포는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여섯 번은 넘게 가서 별 감흥이 없었다ㅠ




5월 1일: 집에서 놀았던 것 같은데 뭘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5월 2일: 서울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서귀포 칼호텔에 갔었다. 육촌 오빠가 태워다 주셨다. 여기서 한 거라고는 주차장에 선 채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 것뿐이었지만 풍경이 너무 좋아서 찍었다. 어플 효과 때문에 우중충하지만 실제로 이 날 비가 많이 오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활주로에 이는 강한 돌풍 때문에 비행기가 45분 지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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