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 달에 영화를 두 편에서 세 편 정도 보는데, 올해는 저번에 포스팅했던 <황해>까지 해서 세 편 밖에 안 본 걸 보면 요즘 돈을 잘 못 벌긴 하나보다. 수입이 줄었다기보다는 여러 곳에 쓸 데가 많아서...



 사실 이걸 봤던 것도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부모님이랑 본 영화였는데, 영화를 본 것보다 영화 끝나고 이마트 피자 사서 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오히려 더 잘 났다-_-;;;물론 영화가 나빴던 건 아니다. 올해 본 영화들이 다소 '센' 영화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다른 것보다도, 굉장히 풍성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평양성 전투가 어줍잖은 술수와 이상한(?) 전략으로 진행되는 게 좀 아쉬웠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굳이 아쉬워할 가치도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역시 난 코미디를 잘 이해 못하나보다.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는 습관이 생긴 후부터,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 가는 버릇이 생겼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맞는 걸 찾아서 들어가는 거다. 리스크가 굉장히 크긴 한데, 막상 실패했던 경험은 '일라이'랑 '걸프렌즈' 정도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 본 <블랙스완>도 개봉하는 날인줄도 모르고, 제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선택했던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끝나고 나서도 '우왕 정말 멋져!!!!!'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요즘 워낙 찬사를 받는 작품이라 굳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내용과 배우들의 열연 이외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과 시선이었다. 모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같은 동작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항상 추천하는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에서의 거친 카메라의 움직임이 그렇게 좋았던 걸 보면, 순전히 취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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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본 영화다. 본지 꽤 되긴 했는데....올해부터는 읽은 책이나 본 영화들을 블로그에 전부 정리하기로 마음 먹어서 기억을 되짚어 가면서 쓰기로 했다.
 동생이랑 보러 갔었는데 정보를 전혀 안 듣고 가서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잔인해서 많이 놀랐다. 

 하정우와 김윤석 둘 다 선 굵은 연기로 유명하다지만, 난 하정우를 '프라하의 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만 봐서 조금 어색했다. 그렇지만 둘 다 연기를 워낙 잘해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하정우는 하정우대로, 김윤석은 김윤석대로 등장인물 자체로 느껴졌다. 이 둘만큼이나 눈이 갔던 배우가 있었는데, 바로 조성하다. 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의 생모를 뒤에서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악공으로 출연했을 때 처음 알았고, 그 이후로도 온화한 역할로 연기하는 것만 봐 와서('성균관스캔들'에서는 정조로 출연했다는데, 드문드문 봐서 잘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내연녀와 불륜을 저지른 동업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청부살인을 감행하는 냉혈한의 모습은 하정우와 김윤석을 보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이없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만 내몰리는 김구남(하정우)가 안타까웠다.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자기 아내를 찾으려고 한국에 밀항까지 하게 되었지만, 살인 누명까지 쓰고 도망다니면서 복수심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강해지고, 잔인해지는 것이 정말....(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김구남은 점차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하고도 다치지 않게 된다.)감독이 김구남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긴 했는지 궁금했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엇을 텐데ㅠ

 새해 초부터 너무 무겁고 잔인한 영화를 봐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동생이나 나나 마음이 참 착잡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탄탄한 내용의 영화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딱히 후회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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