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바빴다.


 원래 월요일부터 바빴어야 했는데 다섯 시간 반 동안 수업을 듣고 탈진해서 12시도 되기 전에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퇴근하고 집에서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빨래도 안 돌렸었다. 화요일이 되어서 출근해서 생각해 보니 1) 일요일이 학부생들 숙제 제출기한이라 화요일 오피스 아워에 분명 애들이 많이 올 거고 2) 수요일과 목요일에 재무관리 숙제를 해 가야 하고 3) 목요일에 조교 수업이 있고 4) 금요일에 실해석학 숙제를 내야 하고 5) 다음주 월요일에 멀티에이전트 숙제를 해야 하고 6) 최대한 빨리 멀티에이전트 프로젝트의 포뮬레이션을 완성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화요일에는 수업이 없고 2시 반에 지도교수님 면담이 있고 오피스아워는 3시부터 시작해서 오전에 문제를 부지런히 풀어놓고 면담 갔다가 애들을 맞았고, 5시 반에 오피스아워가 끝나서 뭔지 기억도 안 나는 일을 끄적대다 별달리 한 일도 없이 퇴근했다. 수요일에는 재무관리 수업 들어가기 전까지 리딩 자료를 읽다 들어갔고, 목요일에는 동기가 도와달라고 한 일이 있었는데 재무관리 숙제를 하느라 늦게야 만났고, 6시부터 7시까지 조교수업을 하고 8시 반까지 질문을 하러 온 학부생 친구들과 문제를 풀다가 거의 9시가 다 되어서 초밥 한 상자 사서 퇴근했다. 수요일인가에 고등어무조림을 만들었지만 집에 밥이 없어서ㅠㅠ그리고 너무 피곤해서ㅠㅠ점심에 피자를 사먹어 놓고 또 외식을 한 거다.


  어쨌든 그렇게 다섯 시 반인가까지 밤을 새서 실해석학 숙제를 하다가 두 문제 남겨놓고(이 정도면 학교 가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누워있는다는 게 정말로 잠들어버려서 오늘은 세 시간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와서 박사 공용주방에서 빵 세 개랑 커피를 얻어와서 숙제를 하면서 먹었다. 다행히도 숙제는 일찍 끝냈는데 막상 수업 시작 20분 전에 숙제를 살펴보니 안 풀고 넘긴 문제가 있어서 엄청 부지런히 풀어서 (조금 지각했지만)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끝나고 겨울방학 중 기숙사에 남아있겠다는 보고를 하러 학생 레지던스 센터에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재무관리 수업에서 비스듬한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사람인데 한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못 알아본 거였다.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사 출신의 MBA 학생이라는 정보를 얻고 도중에 헤어져서 가던 길을 갔다. 학생 레지던스 센터는 학부생 기숙사가 밀집되어 있는 구역에 위치해 있는데, 그 덕에 점심 먹으러 레지던스 홀로 돌아가는 학부생들 무리에 껴서 모처럼 대학생 된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서류를 내고는 센터에서 750미터 거리에 있는 국제학생 센터에 가서 재발급 신청을 해놨던 i-20을 받으러 갔다. 작년 4월에 받은 i-20은 너무 구겨져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용케 안 잃어버리고 있었는데 결국 잃어버렸다. 아무튼 빠르게 i-20을 받고는 학생 보건소에 가서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 접종까지 맞고 연구실로 오니 오후 1시까지 7,438보를 걸었다. 미친; 퇴근하고 집에 들렀다 장을 보러 가는 금요일에는 보통 9천 보에서 만 보 정도를 걷는데 오늘은 거의 14,000보는 나올 것 같다.


  연구실로 와서는 학부생 질문메일에 답을 하고 좀 한가해졌는데 절대 지금 한가해지면 안 된다...월요일에도 숙제를 제출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그래서 노느니 블로그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 글만 쓰고 정말로 공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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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남의 집에 초대받은 적도 별로 없긴 했지만 소파가 있는 집에 놀러간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우습게도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소파가 있다는 것이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거의 듣기만 하긴 했지만 대화도 즐거웠다. 한국에서는 거의 공대 사람들, 특히 우리 과 사람들과만 어울리다 보니 잘 못 느꼈던 것인데 미국에 와서는 경영대에서 경영대를 졸업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 간극을 크게 인식하게 되어서 경영대 출신 한국인들보다 인도에서 공대를 졸업한 내 동기에게서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아 한국인 모임은 잘 안 가고 싶었는데 어제는 즐거웠다.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기가 많아서 듣기만 하고 먹기만 했으면서도.


  사실 요즘은 인간관계에 좀 굶주려 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도 메시지가 와 있을 때가 드물고,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있다 보니 학부생들에게서 질문 메일이 오지도 않고, 드물게 있는 인간적인 접촉은 동기나 연구실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주말마다 부모님과 통화하는 정도다. 지난 주에 동기한테 섭섭했던 것은 어느 정도 극복했다. 작년쯤 이런 일이 있었다면 별로 안 친했을 때니까 아예 서운함을 못 느꼈거나 초반부터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안 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이 친구를 알고 나 자신을 알다 보니 괜히 속 끓이면서 서운해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연구실 친구와는 같은 과가 아니라서 동기만큼 일부러 찾아가서 이야기할 만한 것은 별로 없지만 늘상 붙어있고 이 친구가 나와의 대화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오히려 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두 사람들에게 무한정 귀찮게 하고 관심을 부탁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보니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심심하다, 외롭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제는 그 금요일 밤에 혼자 집에서 예능 보면서 밥을 먹고 있지도 않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지도 않고 여러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물론 어제 늦은 시간에 귀가해놓고 어깨랑 다리가 아파서 스트레칭이랑 마사지를 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 엄청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는 게 있다. 10월에 박사과정 사무실에 문의했을 때는 조교 영어시험을 다시 볼 필요가 없고 봄 학기에 영어수업을 들으면 된다고 했었는데, 어제 영어수업을 당장 등록할 수 없고 영어 시험을 먼저 봐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내년 1월 봄 학기 개강하는 날 시험을 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걱정이 많다. 처음 시험을 봤던 것이 미국에 온지 2달 됐을 때였고 다음 시험은 2년 반 넘게 지낸 시점에서 보는 것이니 실력이 많이 향상되긴 했겠지만 내가 토플 스피킹에서 27점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나? 하고 생각하면 여전히 의문이고(시험을 통과하는 수준이 토플 스피킹 27점에 해당된다고 한다), 저번 시험 때는 비록 부족하긴 했지만 그게 그 시점에서의 나의 최선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될지 걱정된다. 물론 노력은 할 거다. 어제 이메일을 받고 영어 시험에서 떨어져서 학교를 떠나는 상상, 다른 학교를 알아보는 상상 등 온갖 생각을 다 해봤는데 학점이 부족해서 나가는 거라면 모를까 영어가 부족해서 나가는 거라면 그 이상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무리일 테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억울할 것 같다. 어떻게든 여기 남아서 졸업까지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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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 이상하게 편안하게 보내고 있어서 왜 그런가 생각해 봤는데,


1) 월요일에 참치김치찌개를 한 덕분에 매일 두 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라고 쓴 순간 밥이 다 떨어진 것이 기억나서 전기밥솥 내솥을 씻어놓고 왔다).


2) 멀티에이전트 숙제가 없다! 시험은 다음주였는데(헷갈린 거였음) 수강생들의 결의로 시험이 취소되고 그 대신 숙제가 한두 번 정도 더 부여될 거라고 한다.


3) 재무관리 숙제를 집에 밤을 새어가면서 하지 않고 연구실에서 조금 늦게 퇴근하는 대신 다 끝내고 오니까 밤 시간이 가뿐해졌다.


4) 금요일이 제출기한인 real analysis 숙제를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고,


5) 생각해보니 또 금요일이 제출기한인 project proposal을 시작하지 않았다(급하게 Tex template을 다운받기는 했다).



  역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가한 거였다. 앞으로 남은 이틀은 망했군...생각해 보면 어제는 오피스 아워가 정해진 것보다 길어져서 거의 여섯 시까지 하고 엄청 피곤했는데 순전히 학교에서 저녁으로 김치찌개 도시락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좋게 기억한 거였다. 앞으로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녀야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하루 종일 집에 난방을 켜놓고 다니는데도 밤이 되면 발이 시리다. 히트텍도 입고 수면양말도 신는데 몸이 따뜻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뜨거운 물로 설거지하거나 씻는 것 같다. 오늘은 아직 귀찮아서 안 씻었는데 너무 추워서 설거지를 하고 왔더니 훨씬 낫다. 여름부터 항상 의심스러웠던 건데 언젠가 용돈이 남는다면 거실에 온도계를 달아야겠다.



  동기와의 관계는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제일 친한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한 번씩 나 혼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단과대 박사과정 심포지움 단체메일이 왔는데 발표자 명단에 동기가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수업 얘기도 자주 하고, 프로젝트 얘기도 하고, 일상생활 얘기도 하는데 얘가 여기에 지원했다는 것은 듣지도 못 했다. 심지어 추수감사절 연휴 끝나고 수업시간에 발표한다는 것도 얘기했으면서 이건 왜? 전에도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느꼈던 거지만, 이 친구는 정작 중요한 건 나한테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나한테는 생각날 때마다(지금은 화나서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물어본 것 같다) 논문 수정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보면서 왜 본인은 발표를 할 정도로 성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까? 저번에는 무조건 이 친구 말에 따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든 것을 오픈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지우다 보면 대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뭐가 남을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오면서도 내가 모든 인간관계를 너무 순진하고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건가, 유학와서 경험하는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하나같이 어려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토요일에 집을 계약하러 가기로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처음으로 보증금 걸고 집 계약하기라는 과업을 앞두고 있는데도 극심한 감정의 격랑을 겪고 있는 탓에 그다지 설레지가 않는다. 정신차려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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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힘든 일주일이었다.


 월요일: Real analysis 숙제 제출/Financial management 숙제


 화요일: 조교수업


 수요일: 멀티에이전트 숙제 제출/Financial management 숙제


 목요일: Financial management 숙제


 금요일: Real analysis 숙제 제출


 진짜 이번 주는 내내 숙제만 하다 끝난 것 같다. 이 중 3일을 밤샜고, 수요일에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섯 시에 퇴근해서 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다음 일을 했다. 이렇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동기나 오피스 친구와도 말 한 마디 나누지 못 했다. 그랬더니 실해석학 숙제를 내고 비로소 시간이 났는데도 말을 붙이러 가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지...동기네 연구실 앞까지 갔다가 괜히 쑥스러워서 그냥 돌아왔다.


  오늘은 실해석학 중간고사 점수가 나왔는데 정말 엉망진창이다. 30점이라니...그것도 블랙보드에 점수 올라온 것을 보니 125점 만점에 30점이다. 그나마 시험지만 받아왔을 때보다는 기분이 나아졌는데, 평균이 50점대 초반이고 median이 40점대 후반이라서다. 시험지를 받고 연구실로 오자마자 한 일이 이 과목 성적 scale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거였을 정도이니...중간고사가 35퍼센트이긴 한데 몇 점부터 몇 점까지는 A, 이런 식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서 두렵기도 하고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스케일을 확인하고 두 번째로 한 일이, 과 홈페이지 들어가서 평점 몇까지 전공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였는데 다행히도! 한 분야 평점이 3.2 이상이면 된다고 한다. 같은 분야인 선대가 4.0이었으니 이 과목은 2.4까지 가능한 건가. 기분이 좀더 나아졌지만 정말로 이 과목에서 C를 받으면 평점이 엄청나게 떨어지니 일단은 B+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어쨌건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나쁜 상황이긴 하지만 시험을 못 본 것은 변하지 않아서 기분은 여전히 안 좋다. 시험볼 때는 그 정도로 어렵다고 느끼지 못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지? 일단은 교수님이 첨삭을 해주셨으니 다시 풀어봐야겠다. 아무튼 이제 지도교수님한테 수학 부전공하고 싶다는 소리는 절대 안 할 거다. Functional analysis 들을 생각도 하지 말고. 일단은 남은 숙제들 정말 열심히 풀어서 전부 만점 받기로 하고, 기말고사는 다 손댈 생각하지 말고 두 문제 이상 완벽하게 풀도록 해야겠다.


  석사 때는 안 그랬는데 유학을 온 이후에는 뭔가 기대한 만큼/노력한 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 하는 경우가 생기면 이 학교는 대체 내 어떤 잠재력을 보고 뽑은 걸까 생각하는 자괴감->역시 나는ㅠㅠ->은혜갚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ㅠㅠ 이런 식의 사고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좀 그렇다. 이전에 이런 과정을 거쳤던 것은 TA세션을 엉망으로 했을 때, 입학하고 첫 발표 때 수학식 전개를 너무 장황하게 하고 영어를 너무 버벅거려서 교수님이 도중에 중단시켰을 때 등이 있다. 아마도 졸업할 때까지 내가 뭔가를 잘못할 때마다 이럴 것 같은데, 이런 부족한 나를ㅠㅠ뽑아준 학교, 교수님들한테 감사해서라도 이제 그만 놀고(12시 30분에 연구실 돌아와서 점심 먹고 지금까지 놀고 있음) 빨리 일해야겠다.


  다음주는 아직 숙제와 중간고사가 확정되지 않은 과목이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잠정적인 일정은 여전히 빽빽하다. 어쩌면 아직 주제도 구체화시키지 못 한 project proposal 때문에 더 바쁠 수도 있다.


월요일: Financial management 숙제/퀴즈/(멀티에이전트 중간고사: 확정되지 않은 일정)


수요일: Financial management 숙제


목요일: Financial management 숙제/조교수업


금요일: Real analysis 숙제 제출/멀티에이전트 project proposal due


  멀티에이전트는 아직 한 번도 숙제 점수를 받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단 financial management는 아주 잘 하고 있다. 그저께 교수님께 퀴즈 받으러 가서, "너가 수업시간에 전혀 말을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퀴즈에서 perfect score를 받아서 놀랐다"는 말씀을 들었다. 사실 50점 만점에 46점이었는데...칭찬이기도 하고 힐난이기도 한 말씀이어서 어제부터 내가 조금만 알 것 같은 것이 나오면 무조건 손을 들고 있다. 이제 발표도 열심히 해야지.


  일단 오늘은 논문을 열심히 읽고/Real analysis 복습을 하고/논문 수정을 열심히 하고 집에 가는 게 목표다. 내일이랑 모레는 학교에서 football이랑 농구 경기가 있어서 주말 내내 집에만 박혀있게 될 것을 각오하고 최대한 오늘 많이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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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학교에 갔다. 블로그에 너무 심심하고 외롭다고 쓰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바빠지고, 너무 바쁘다고 쓰면 갑자기 심심해지는데 이번 주는 지난 주에 바쁘다고 썼는데도 여전히 바빴다. 월요일 real analysis 숙제 제출(벌써 여섯 번째 숙제), 월수목 financial management 숙제를 했고 다음주에는 월요일 real analysis 7번째 숙제, 화요일 조교수업, 수요일 멀티에이전트 숙제, 금요일 real analysis 8번째 숙제 제출, 월수목 financial management case 한 개랑 problem set 두 개 풀어가기 등의 숙제가 있고 토요일에는 드디어 집을 보러 간다. 다음주 월요일에 내는 real analysis 7번째 숙제는 어제(금요일) 시작했는데 하필 앞의 두 문제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솔루션에 없는 내용이라 두 문제 푸는 데 네 시간이 걸렸다...아니 이 무슨...그래도 오늘 세 시간 동안 여섯 문제 풀고 이제 두 문제 남았다!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는 목요일까지 해야 하는 일이 넘나 많기 때문에 당장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재무관리는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 있는데 수업 전까지 숙제를 다 풀어가서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시면 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전날은 항상 밤을 샌다. 꼭 석사 때 네트워크 수업 들을 때 같다. 그나마 그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수업이 없어서 일 주일에 두 번 정도만 밤을 새면 됐었는데 이건 뭐.



  이번 주는 물론 당연히 바빴지만 연구에 대한 내 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도 있었다. 이것 또한 real analysis 때문에 하게 된 생각이다. 보통 때 나는 숙제를 할 때 문제를 슬쩍 보고 '음 이건 역시 내가 풀 수 없는 문제야' 하고 바로 솔루션을 찾아보고는 의외로 어렵진 않다는 것을 깨닫거나 역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컨텍스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식으로 이삼일에 걸쳐 숙제를 한다. 물론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급하게 숙제를 할 때는 제출 전날 밤을 새면서 이해도 안 되는 글자를 적기도 하지만 말이다.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관심있는 문제가 생기면 포뮬레이션을 해보거나 이미 알려진 식을 써놓고 들여다보는 대신, 어마어마한 양의 레퍼런스를 찾아놓고 그 중 일부를 읽으면서 내가 무슨 variation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다. 내가 대가였다면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 이 연구자가 뭐가 미흡했고, 이런 식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발전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 아직 연구자로서 걸음마 단계인 상태에서는 선배 연구자가 제안한 방향으로만 사고가 제한되고 만다. 그래서 이번 멀티에이전트 프로젝트는 포뮬레이션을 먼저 해놓고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ㅎ 어제부터 real analysis 숙제만 하고 있다. 그래도 너무 고민이 돼서 동기한테 상담을 요청했던 며칠 전보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은 한국인 친구랑 같이 밥 먹고 장을 보고 오면서 가깝게 지내는 외국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나나 그 친구들이나 이국 땅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더 노력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그 친구들을 왜 좋아하고, 어떤 면 덕분에 친하게 지내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국적 같은 건 확실히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더 자주 든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저 새끼는 제 정신인가' 싶은 사람도 있는데, 말이 막힐 때가 있더라도(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굳이 시간을 내서 같이 사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기쁜 마음으로 의논하고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을 얻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그토록 우울우울의 늪에 빠져있던 내가 지금 심지어 행복하다고 느끼게까지 된 건 다 그 사람들 덕분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것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커서 불과 며칠 사이에 기분이 큰 폭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10월 28일 현재는 그렇다.



  앞에서 쓴 대로 다음 주말에는 첫 번째 집을 보러 간다. 벌써 대여섯 군데의 렌탈 업체에 메일을 보내서 한 곳은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두 군데는 휴업일이라 아직 연락을 못 받았고, 한 군데는 월요일에 약속을 잡기로 했고, 한 군데는 여전히 고민 중이고, 한 군데는 다음주 토요일에 가는 곳이다. 이 중 마지막 아파트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마음이 기운 곳이다. 처음 off-campus housing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정한 조건은 1) 5월에 입주 가능해야 하고(기숙사 퇴사기한이 6월 1일까지이므로) 2) 연구실에서 걸어다닐 수 있어야 하고 3) 유틸리티를 제외하고 월세가 700달러를 넘지 않아야 하고 4) 모든 가구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였는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연구실에서 10분 내외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은 많은데 5월에 입주 가능한 곳은 드물고 더구나 이 가격대에 가구가 갖춰진 곳은 거의 없다. 이 네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이 바로 마지막 아파트인데 렌트에 가스&전기(렌탈 매니저 말로는 한 달에 합쳐서 보통 55-95달러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 비용까지 다 더하면 800불 안팎이라 더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조건이 맞지 않은 곳은 알아본 곳들 중 가장 평이 좋고 가격이 싼데, 8월에는 빈 원베드가 없어서 5월에 입주하려면 3베드룸 하우스에 3인분의 렌트를 납부하면서 임시로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제꼈다. 월요일에 약속을 잡기로 한 곳은 가구가 아예 없고(대신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고 함) 월세는 720달러인데 방이 아주 넓고(641sqft) 싱크대가 아주 널찍하다. 고민 중인 곳도 8월 입주 가능에 가구가 없지만 레딧에서 (학교 이름) apartments를 검색했을 때 평이 꽤 좋은 편이었고, 처음 연락했을 때 만약 내가 관심이 있다면 지금 사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5월에 서브렛을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그 사람한테 가구를 팔라고 권유를 하겠다는 등 무척 협조적이어서 계속 미련이 남았었는데, 얼마 전에 자기네 웹사이트에 올린 곳들이 꽤 좋아 보여서 다시 연락을 할까 고민 중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처음에 가구가 다 갖춰진 곳에 가야겠다는 다짐은 이후에 책상과 의자는 내가 사서 조립해도 되지 않을까? 였다가 지금은 안 되면 침대 프레임은 포기하더라도 매트리스는 사자...라는 것까지 누그러졌다. 사실 조립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사를 간 시점에서 3년 후 졸업인데 그 많은 가구들을 높은 확률로 다른 주에 있을 새로운 집까지 들고 가거나 여기서 전부 중고로 팔아서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부피가 큰 가구는 되도록 사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미래의 괴로움을 감안하고 가구를 장만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침대/나이트스탠드/옷장/엔드테이블/커피테이블/카우치를 제공한다는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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