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그래봐야 이제야 수요일이지만) 매일 학교에 가고 있다. 집에 있으면 덥기만 하고 늘어져서 하루 종일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학교는 꼬박꼬박 가고 있다. 오늘은 또 엄청 늦게 일어나서 점심같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오피스 메이트인 친구가 집에서 오피스 데스크탑을 원격 연결해서 쓰고 있었는데 연결이 끊어진 것 같다고 재부팅해줄 수 있냐고 연락을 해와서 더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학교에 갔다.


  최근에 우울우울한 일기를 쓴 이후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부터 집안일까지 모든 과제에 기한을 정해놓고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법 순탄한데 딱 한 가지 못 지키고 있는 게 있다면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날은 학교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에서 프로즌 요거트를 먹는 과제를 걸었는데 아직 아이스크림 먹을 자격을 얻지 못 했다.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도 몇 개 더 맞춰놓고 블라인드도 이전보다 더 열어놓고 자는데 7시 반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일찍 일어난 것에 기뻐하면서 다시 잔다. 하긴 맨날 새벽 3시가 넘어서 자는데 그 시간에 잠을 깰 생각이 들 리가 없지...오늘은 반드시 일찍 자서 내일 아침에 학교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거다.


  오늘 저녁에는 포케볼을 먹었다. 애초에 연어를 먹고 싶어서 갔던 건데 연어를 더하면 3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서 기본 채소 토핑들과 무료로 넣는 가리비(scallop), 꼴뚜기(baby octopus), 닭가슴살하고 골파(green onion), 김, 스위트 칠리소스, 폰즈소스를 주문해서 연구실에 들고 와서 먹었다. 채소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해산물을 먹어서 그런지 방학 중에 먹은 음식들 중 두 번째로 가장 맛있었다(첫번째는 이사하고 얼마 안 돼서 해먹었던 제육볶음). 같은 가게에서 4월에 먹었던 히바치는 별로 맛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포케볼 맛집이었나보다.


  요즘도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저녁 먹고 8시 이후에 2.5km 정도 걷다 오는데 여기 사람들은(미국인이든 유학생들이든) 조깅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나도 이제 걷지만 말고 좀 뛰어볼까 고민 중이다. 그럼 밤에 잠이 엄청 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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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엄청나게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연구실 근처에는 세 곳의 카페와 두 곳의 커피를 살 수 있는 수퍼마켓과 한 곳의 자판기가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연구실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수퍼마켓과 우리 건물 2층에 있는 자판기인데, 이유는 가깝기도 하고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퍼마켓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면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어서 커피 말고 다른 게 더 먹고 싶을 때면 반드시 여기로 간다. 이 수퍼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식품이 신기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h마트에서 파는 짝퉁 과자 '고소애' 대신 진품 '고소미'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동기한테 한 봉지를 줬던 것이 거의 1년 전인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 컵라면, 한국 죽, 한국 국밥, 한국 과자, 이런 게 엄청나게 늘어났다. 내가 불닭볶음면을 처음으로 사서 먹어본 것도 여기였으니 뭐...무엇보다 월마트나 페이리스에도 없는 해태, 빙그레, 오리온 등의 회사 제품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오늘은 커피를 사러 갔다가 과자 하나만 같이 사서 가자고 한국 과자 코너를 보고 있는데 맙소사 허니버터칩이 있는 거다. 한국에서 한창 품귀현상이 일 때 연구실 선배 언니가 나눠줘서 딱 한 번 먹어봤던 허니버터칩이 왜 여기에...? 한국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한 봉지에 2.89달러이니 다른 과자들에 비해서도 비싸긴 하지만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이걸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싶었다. 특히 어제 갑자기 감자탕 먹고 싶고 또 뭐 먹고 싶고 그래서 온라인 h마트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한 와중에 단비와도 같았다.


  점심과 저녁을 항상 한식으로 먹기 때문에 외식으로 한식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만든 무언가? 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 쉬운 곳에 살아서 다행인 것 같다. 대도시에 살았다면 오프라인 h마트나 한인마켓 등에서 좀 더 쉽게 사다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차도 없고 돈도 없고 식구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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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한 지 2주가 넘었다. 배송된 가구도 다 조립하고 살림도 다 정리해서 이제 책상 말고는 별로 어지러운 곳도 없다. 밤에 잠도 잘 자고 요리도 잘 해먹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내 집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좀 이상하다. 새로 이사한 집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점

  1. 정남향이라 아침에 아주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블라인드를 살짝 열어놓고 자면 일출시간에 맞춰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나는 내가 알람소리보다 빛에 더 민감한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2. 생각보다 넓다. 전에 살던 곳이 약 17평이고 새로 이사한 곳이 9평이라 많이 좁을 줄 알았는데 전면창이 커서 그렇게까지 좁다는 느낌은 안 든다. 게다가 현관 앞에 있는 walk-in closet이 상당히 커서 온갖 잡동사니를 수용할 수 있어서 수납공간이 모자라지도 않다.
  3. 연구실까지 7분 밖에 안 걸린다. 걷는 속도에 따라 어떤 때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4. 수돗물 상태가 전 집보다 나은 것 같다.
-단점
  1. 집 앞에 대로가 있어서 하루 종일 시끄럽다.
  2. 천장 등이 부엌 공간에 완전히 치우쳐 있어서 불을 켜놓아도 창문 쪽의 침대와 책상은 매우 어둡다.
  3. 이웃 아파트들과 사이가 너무 가깝다. 현관 바로 앞에 같은 회사 아파트가 있고 창문 너머에 또 다른 아파트가 있다. 저번에 빨래하러 나가는데 옆 아파트 반지하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스튜디오이다 보니 현관에서부터 집 전체가 전부 다 보이는 구조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리고 얼마 전 저녁 때가 되어서 부엌불을 켜놓고 버티칼을 닫으러 갔다가 마침 발코니에 나와 있던 앞 아파트 주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항상 블라인드를 먼저 닫아놓고 불을 켜야 한다.
  4. 침대와 책상 공간에 카페트가 깔려있다. 겨울엔 따뜻해서 좋을 것 같긴 한데 먼지가 엄청나다. 지난 주 일요일에 처음으로 정리를 끝내고 청소기를 밀었는데 무슨 지하철 집진기만큼 먼지가 쌓였다. 내 연약한 호흡기를 위해서라도 자주 환기시키고 청소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 공동세탁실에 있는 건조기 성능이 별로 좋지 않다. 적정 빨래양이 너무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색을 구분해서 빤 것을 따로 건조시켜야 하고,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 세탁을 해야 한다.

  장단점을 굳이 짜내면 이렇다. 졸업할 때까지는 별 불만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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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번 주는 정말 빨리 이사가고 싶었다.



  욕실을 같이 쓰는 옆방 사람이 며칠 전부터 남자친구를 들여서 새벽까지 이야기하는 소리로 시끄럽고,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기 싫어서 씻는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밤에 못 씻고 자는 날도 많았다. 오늘만 해도 아침 8시 반에 일어났더니 밖에서 계속 얘기하는 소리 나고 화장실 왔다갔다하는 소리가 나서 11시까지 방에 콕 박혀있었다. 그래서 그저께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D-7부터 시작해서 드디어 D-4가 되었다.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았다.



  어제는 가구 주문도 다 했다. 월마트, 이케아, 아마존에서 비슷한 제품들을 비교하고(주로 가격으로) 배송비를 맞춰서(월마트는 35달러 이상 주문해야 무료배송) 주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마존:

  • 책상 스탠드 ($29.99) -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 샤워커텐 ($11.99) - 나무 벽이랑 잘 어울린다
  • h형 책상 ($78.99) - 높이가 생각보다 낮아서 처음엔 실망했는데 조립해 놓고 보니 예쁘고 방이 좁아보이지도 않는다

월마트:
  • 오피스 의자 ($48.84) - 와 가격은 싼데 집에서 쓰던 듀오백만큼 편하다
  • 쌓을 수 있는 16Qt 서랍장 6개 세트 ($29.79) - 진짜 편하고 좋긴 한데 좀 작다

이케아:
  • Lillnaggen shower squeegee ($1.99)
  • Helmer 바퀴달린 6단 서랍장 ($39.99)
  • DVALA 침대시트 세트 ($19.99)
  • Prickig 전자렌지용 뚜껑 ($1.29)
  • Bolmen 화장실 청소용 솔 ($0.99)
  • Laiva 책장 ($19.99)
  • Filur 쓰레기통 두 개 ($4.99 * 2)
  • Pluring 옷 커버 3개 세트 두 개 ($2.99 * 2)
  • Skubb 침대 밑 옷 서랍장 ($8.99 * 2)
  • Mulig 전자렌지대 ($29.99)
  • Torkad 키친타올 홀더 ($1.99)
  • Legitim 도마 ($1.49)


  이케아에서 배송이 너무 일찍 올까봐 늦게 주문한 거였는데 주문할 때 보니까 배송일자를 내가 지정할 수도 있고 제일 빠른 배송일자가 6월 1일이라서 좀 실망했다. 책상도 이사 다음날 도착해서 이사 당일은 짐도 다 못 풀고 지저분하게 있게 생겼다. 가장 치명적인 건 6월 1일까지 더블 침대 시트가 없다는 거라서 지금 쓰고 있는 트윈 시트를 그대로 깔고 자거나 다음 주말에 시트 단품이라도 사러 가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마트 가서 평소라면 이렇게 몰아서 사지 않을 것 같은 치킨 윙/오트밀 식빵/프링글스/크런치롤 등등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샀다. 다행히 50달러는 넘지 않았다. 처음 마트에 갔을 때는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사서 60, 70달러씩 사고 그랬는데 자주 가면서부터 가격 및 양을 조절할 줄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새 집에 갈 때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ㅠㅠ전부 나 혼자 옮겨야 하므로ㅠㅠ일부러 조금만 사왔다. 마침 마트에서 친구도 만나서 차도 얻어타고 왔다. 그런데 친구가 어제 어머니께 들은 말을 그대로 해서 좀 기분이 묘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혼자서 힘들어 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하라고. 친구는 내가 마트에 버스 타고 다니는 게 안 돼 보여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요즘 내가 한창 하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유독 더 고마웠다. 근데 대체 왜 난 가구 잔뜩 사고 마트 가서 먹을 거 잔뜩 사온 얘기 쓰다가 이런 얘기를 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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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디폴 공항에서부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셔틀버스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우리 동네엔 지난 주부터 눈이 왔다고 귀띔해 주셨다. 안 그래도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마다 영하 16도, 영하 20도 이런 것을 보고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었는데 그제야 이게 남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우울했었다.


  동네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기숙사 주변은 특히 더 그랬는데, 눈이 오면 RA랑 학교 직원들이 새벽부터 눈을 치우는데 하필 기숙사 사무실도 닫은 겨울 휴가 중에 눈이 또 온 바람에 치운 위에 눈이 다시 쌓여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내가 사는 건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는 무슨 설산을 등반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집에 돌아와서 독한 감기에 걸려서 이틀 동안 거의 혼수상태로 지내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장을 보러 갔었다.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 많지 않은 기간이라 그런가 동네 마트에도 살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감기는 며칠 사이에 거의 나았고, 교수님이랑 조교 일정도 짜고, 현재 교과서를 확인할 수 있는 과목들의 교과서가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용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고. 이제 방학 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운동화 빠는 거랑 조교영어시험 준비하는 거랑 교수님이 주신 자료를 빨리 읽는 건데, 내가 영어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까 고민돼서 심란하고, 실해석학 재수강해야 한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 학교 나가라고 하시지 않을까 걱정된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실해석학을 이번 학기에 들으려면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수강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상쇄할 수 있는 좋은 이슈를 내가 만들어서 갈 수 있을까! 재수강을 고민하기도 전에 영어시험에 떨어져서 학교를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거다. 여행 가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영어에 상당한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이게 과연 시험 점수로도 이어질지 모르겠다. 뭐 어쩌겠어, 남은 이틀 동안 연습시험이라도 여러 번 해야 좀 덜 불안하겠지...


  학교 체육관에서 헬스를 시작한지 이틀이 되었다. 그저께 가고 오늘 갔다. 작년에는 홈트레이닝 잠깐 기웃대고 스트레칭을 좀 했었는데,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내서 몸에 근육이 붙는 것을 보고 싶어서 장기적으로 헬스를 할 생각이다. 처음 헬스를 한 것이 2011년 여름이었는데(이 때도 학교 체육관), 여전히 운동 사이클을 몰라서(찾으면 분명 금방 나올 텐데 그 놈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운동기구 이용법만 배우고 사이클 구성은 안 배웠다) 그냥 가자마자 런닝머신에서 20분 정도 뛰고 런닝머신 뒤에 있는 기구들을 그냥 쭉 돌면서 한다.


  월초에 아픈 바람에 아직 구체적인 연중 계획을 세우지는 못 했지만 일단은 건강한 연구머신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중간에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해서 학점 회복하고 11월 학회도 가고 새 논문도 쓸 거다. 공부 외적으로는 올해는 5월에 이사를 하니까 이사비용도 들고 가구도 사야 하고, 조만간 노트북도 사야 해서 반드시 큰 돈 쓰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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