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어제 초저녁에 영화본 거에 대한 벌로 밤을 샜다. 일부러 밤샌 건 아니고 할 일 다 못 끝내서 못 잔 거다ㅠ하루 종일 눈이 안 떠지고 계속 앉아있느라 다리도 잔뜩 부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박사 선배님 안 계셨으면 연구실에서 지금까지 있지도 못했을 거고, 연구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을 것 같다. 오늘은 세미나 발표를 하고 나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해서 석사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지 말씀해 주셨다. 진작 말씀드릴걸, 괜히 멍청해 보일까봐 여태 못 말씀드리고 혼자 고민만 했다.

원래 일기를 쓰던 사이트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날 아는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일들이 간혹 생기기 시작하면서 속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나마 아는 사람들도 잘 들어와 보지 않는 곳이니 마음 편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초에 '속도에서 깊이로'라는 책을 읽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학술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에세이이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다. 언젠가 감상문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올해 100권을 읽는 게 목표여서 책 읽기에 바빠서 아직 쓰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쓰지 못한 책이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이었다. 주인공인 티타의 처지가 눈물겹고 안쓰러웠지만, 그녀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재미있어서 잠실교보에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꼬박 읽어 다 읽었다. 남미 소설 중 읽은 것은 '백년 동안의 고독'과 '콜레라 시대의 사랑' 뿐이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면서도 유쾌하고 생동감 있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얼마 전부터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도 읽고 있다.

오늘 일기엔 책 얘기만 잔뜩 썼는데, 방학 하고 좀 한가해지면 올해 읽은 책들 좀 쭉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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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을 볼 거라서 생각난 김에 '도그빌'을 찾아봤다(역시 난 굿 다운로더).


내가 유난히 특이한 것만 찾아서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적인 촬영기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영화 추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천하는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에서는 카메라가 다큐멘터리에서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느닷없이 뮤지컬이 펼쳐졌는데, '도그빌'에서는 아예 촬영장 바닥에 페인트로 'XXX의 집' 이런 식으로 글씨를 써서 최소한의 배경만을 이용해서 연극 무대처럼 꾸몄다. 처음에는 간소하다 못해 휑하기까지 한 화면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벽이 없고 개방된 형태의 배경이다보니 카메라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평을 보려고 며칠 동안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시골 사람들의 잔혹함을 다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영화인 '이끼'랑 비교하는 평들도 간혹 보였다. 그건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하......착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약자인 데다 아무리 괴롭혀도 보복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끝없이 잔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몸서리쳐졌다.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뒤통수 치는 내용의 영화를 몇 편 봐서(예를 들면 '엑스페리먼트' 같은) 익숙해질 만도 한데, 경찰이 올 때마다 조금씩 사나운 발톱을 내보이던 마을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무척 안 좋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 '어둠 속의 댄서'에서는 너무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 끝없이 당하기만 하는 것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무척 힘들었는데, '도그빌'에서는 비록 비인간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당하기만 하던 그레이스가 호되게 복수해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몰랐는데 후속편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엔 니콜 키드먼이 안 나온다고 해서 김샜다. 연기도 연기이지만, 나약해보이면서도 차가운 이미지의 니콜 키드먼이 아닌 그레이스는 상상도 못하겠는데..아무튼 오늘은 재밌게 봤다. 아, 그리고 내레이션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영문판의 내레이션과 목소리가 무척 비슷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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